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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도 월정액 시대, 공짜물류가 가능한 이유

INSIGHT

by 김편 2016. 8. 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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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구글, 포스트메이츠, 월마트, 월정액 물류전쟁
라스트마일 쩐의 전쟁, 왜 물류는 공짜가 됐을까
공짜없는 세상, 공짜물류가 존재하는 이유

(사진= 포스트메이츠 플러스 언리미티드 구동화면)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물류도 전기, 수도, 인터넷과 같이 정액 요금 기반 인프라 서비스로 제공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구글 익스프레스(Google Express), 포스트메이츠 플러스 언리미티드(Postmates Plus Unlimited), 월마트 쉬핑패스(Walmart ShippingPass) 등 배송 서비스에 등장한 멤버십 기반 무료 서비스 사례를 통해 라스트마일 배송의 미래에 대해 살펴보자.


#(사례). 매월 말일, 월급과 함께 각종 고지서가 날아온다. 수도 요금을 내고, 전기 요금을 내고, 인터넷 요금을 내고, 케이블TV 요금, 인터넷전화 요금, 라스트마일 배송 멤버십 요금 등 각종 서비스 요금을 매월 내고 나면 어느새 통장 잔고도 비어있다. 이사라도 가게 된다면 인터넷 등 서비스를 이전하고, 라스트마일 배송도 서비스 이전을 신청해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는데 필요한 삶의 기본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라스트마일 배송 멤버십은 언제부터 월정액 고지서로 날아오게 된 거지? 이사를 갈 때 마다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도 이전 신청을 해야 하는 세상이라니….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유통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음식 배달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며, O2O 서비스의 등장으로 세상 모든 것을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연결해주는 시대가 다가왔다. 이와 함께 ´라스트마일 배송´은 혁신적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로 등장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익일 택배 서비스에 대한 당일 배송, 3시간 배송, 1시간 배송 등 다양한 형태의 배송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쿠팡의 등장으로 배송을 직접 처리하는 아마존 스타일의 온라인 유통기업이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또 유통기업들은 배송 서비스 품질 향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보다 빠른 배송을 위하여 물류센터를 곳곳에 분산하여 투자하게 되고, 이는 곧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여 물류 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를 얘기할 때, 늘 고민되는 것은 생각보다 비용이 높게 지출될 뿐만 아니라 1시간 배송과 같은 특급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개별 배송에 대한 서비스 요금을 어느 수준으로 책정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소비자는 배송 서비스를 누가 제공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으나 서비스 비용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라스트마일 월정액의 시대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제와 같이 월정액 혹은 연간 멤버십 서비스로 제공하는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 분야를 개척한 곳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05년 D+2일 배송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연간 멤버십 기반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이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여 연간 99달러를 내고 프라임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D+2일 배송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당일 및 2시간 내 배송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구글 역시 아마존과의 경쟁을 위해 구글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201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된 구글 익스프레스 서비스는 구글의 쇼핑 플랫폼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물품을 구매하게 되면 결재에서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구글이 모든 서비스를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구글 익스프레스의 경우 배송 건당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던 초기 형태에서,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형태의 멤버십 서비스가 추가되어 연간 멤버십 요금이나 월간 요금을 지불할 경우 당일 배송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익스프레스 멤버십 서비스로 확대되었다.




음식 배달 분야에서 우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스타트업 포스트메이츠(Postmates)의 경우 매월 정액제 서비스인 플러스 언리미티드(Plus Unlimited)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매월 10달러를 지불하고 모든 음식 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우버와 마찬가지로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배달 서비스 요금이 할증되는 ‘서지프라이싱(Surge Pricing, 피크 타임 할증요금제)’이나 배송 건당 추가로 지불되는 수수료 없이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함으로써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게 된 것이다. 플러스 언리미티드의 서비스 대상은 음식 배달 뿐만 아니라 로컬 상점들의 다양한 상품들, T셔츠에서 각종 잡화에 이르기까지 3000개 이상의 오프라인 유통과 연결되어 오프라인에서 물품을 구매하듯 빠르고 저렴하게 구매하는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포스트메이트의 CEO 바스티안 레먼(Bastian Lehmann)은 WSJ(월스트리트저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라스트마일 배송 회사지만, 로컬 오프라인 상점들의 인프라가 되고자 한다. 해당 지역에서 무언가를 원할 때 우리가 모든 것을 연결해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아마존의 거침없는 진격에 대응하기 위하여 월마트 역시 아마존 스타일의 멤버십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시작하였다. 월마트는 매년 49달러의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하면 D+2일 표준 배송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쉬핑패스(ShipppingPass)’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시작하였다. 아마존이 연간 멤버십 서비스 기반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월마트 역시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인 쉬핑패스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나, 초기에는 D+3일 서비스에 대해서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의 무료 배송 서비스 형태가 D+2일 배송, 당일 배송, 2시간 배송 등으로 다양화됨에 따라 쉬핑패스 서비스의 가입자가 정체되었고, 아마존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위하여 월마트 역시 D+2일 배송을 무료 서비스 형태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여전히 당일 배송이나 특급 배송에 대한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 않으나, 아마존, 구글, 포스트메이츠 등의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혁신되는 상황에서 월마트 역시 멤버십 기반 배송 서비스의 서비스 커버리지를 다양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바야흐로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가 인터넷이나 전기, 수도, 케이블TV처럼 월간 혹은 연간 고정 요금으로 서비스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가 멤버십 형태로 제공되기 시작하면서 글 앞에서 사례를 상상해 본 것처럼 매월 월정액 서비스 고지서를 받고 이사갈 때 서비스 이전 신청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시기가 오게 됐다.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초연결시대의 인프라 기업이 되어 인터넷 회사나 전력, 수도, 에너지 회사와 궤를 같이하며 성장하게 될 것이다.

라스트마일,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공짜 물류는 없다.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 지출은 멤버십 기반 서비스 요금으로 상쇄하기엔 너무 높은 수준이다. 높은 비용은 업체들이 경쟁을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아마존의 배송 분야 수익을 살펴보면 연간 멤버십 요금 수입과 서비스 수수료(멤버십이 아닌 경우 건당 요금을 지불하고, 멤버십 가입자라도 특정 아이템의 당일 배송에 대한 서비스 수수료 청구) 매출 대비 비용 지출이 2배 이상이 되다보니 배송 분야에서 적자가 높다. 포스트메이츠 역시 배송 건당 서비스 요금 대비 플러스 언리미티드 월간 멤버십 요금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 한동안 해당 서비스에서 적자가 불가피하다. 구글 익스프레스 서비스 역시 정확한 수치는 제공하고 있지 않으나, 최근 관련 인력 및 인프라를 재배치하고 수익성 개선에 적극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스트마일 서비스 경쟁이 수익성 측면에서의 손해를 감수하고 멤버십 형태의 인프라 서비스로 전환되는 양상은 결국 이들 업체들이 소비자를 록인(Lock-in)함으로써 발생하는 부가적인 매출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아마존을 살펴보자.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가입 소비자들의 연간 구매 금액은 비가입자 대비 3배 이상 되며, 프라임 멤버십 가입자 수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15년 1월 기준 이미 5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도됐다. 가입자 증가 추세를 보면 2016년에는 6000~7000만 명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즉, 멤버십 기반 배송 서비스에 가입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다른 유통 채널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가입자 기반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프라임 멤버십 가입자에게 아마존은 그야말로 세상 모든 것을 구매하는 삶의 기본 인프라이자 플랫폼이 됐다.

구글이나 월마트, 포스트메이츠의 경우 멤버십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이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관련 보도들을 살펴보면, 이들 기업 역시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를 단순히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멤버십 기반 서비스를 통해 무료화함으로써 고객을 각자의 플랫폼에 묶어두는 전략을 추구하고, 수익은 다른 분야에서 확보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공짜의 이유

이러한 패턴은 플랫폼 전략의 가장 기본이 되는 현상이다. 전통적 비즈니스와 달리 플랫폼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모델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즉, 멤버십 기반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기본 서비스에서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한 후 부가 서비스에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고객과 기업이 함께 윈윈하는 시너지를 창출하게 된다. 페이스북의 막대한 수익은 모두 광고에서 벌어들이고 있지만, 정작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자체는 모든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배송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이 온라인 마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서비스 품질 혁신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멤버십 서비스로의 전환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앞서 아마존, 구글, 포스트메이츠 등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에서도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가 멤버십 서비스 형태의 무료 서비스로 바뀌는 것이 멀지 않은 미래가 아닐까 싶다.

우리 삶의 인프라를 차지하는 기업은 결국 생활에 물 흐르듯 녹아드는 기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수익 모델 역시 서비스 자체에 대한 직접적 수익 모델이 아닌 부가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이 될 것이다. 이런 시대에서는 서비스와 서비스를 연결하고 새롭게 재해석하는 기업만이 ‘라이프 플랫폼(Life Platform)’ 기업이 될 자격이 있다.

역설적으로 세상에 공짜 물류는 없지만, 놀랍게도 고객은 돈을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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