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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드롭쉬핑, 쿠팡이라면 가능할까?

INSIGHT

by 김편 2016. 8. 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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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에서 팔리는 아마존 상품, '구매대행'이 뭐길래
아마존발 ‘크로스보더 드롭쉬핑’의 등장
쿠팡발 드롭쉬핑, 가능할까?


글. 박상신 헬로쉽 대표


Idea in Brief

아마존은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통해 미국 전역 1~2일 배송 서비스를 구축하여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제 아마존의 FBA 서비스는 단순히 미국내 구매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는 영역을 넘어섰다. 아마존닷컴에 등록된 상품들이 제 3의 기업들을 통해 전 세계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존발 ‘크로스보더 드롭쉬핑’의 등장이다. 어떻게 아마존 상품이 11번가에서 ´구매대행´으로 팔릴 수 있을까. 왜 한국 마켓플레이스의 상품들은 해외 리셀러들이 판매하지 못할까. 혹여 아마존을 닮고 싶은 쿠팡이 역직구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크로스보더 드롭쉬핑’을 활용할 수 있지는 않을까.



아마존발 리셀러 마켓의 대두

한국의 대표 쇼핑몰인 G마켓, 11번가, 네이버쇼핑 등에는 등록 상품수가 10만 개가 넘는 셀러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구매대행업체(리셀러)’입니다. 이들은 아마존닷컴에 등록된 상품을 수집하여 국내 마켓플레이스에 등록합니다. 이후 한국 소비자의 주문이 발생하면 아마존닷컴에 주문을 하고 배송대행업체, 혹은 파트너사를 통해 한국으로 아마존의 상품을 재배송합니다.

사진= 네이버쇼핑에서 검색되는 해외 구매대행업체(리셀러)

구매대행업체는 흔히 직구업체라고 불리는 ‘배송대행업체’와는 다릅니다. 화물이 창고에 도착한 후 화물규격에 따른 배송비를 확인하고 결제하는 ‘배송대행’과 달리 구매대행은 상품의 판매시점에 확정된 금액으로 거래가 성립합니다. 때문에 구매대행업체는 사전에 정확하게 배송비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 즉 실물을 확인하지 못하는 구매대행업체가 어떻게 상품의 무게를 알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아마존닷컴이 FBA(Fulfillment By Amazon) 창고에 있는 상품들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상품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를 외부에 공개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회원’으로 가입한다면 가입자에게 ´2일 배송´을 무료로 제공해줍니다. 때문에 아마존은 데이터와 배송 효율성 그 자체로 구매대행사업을 하기에 최적의 쇼핑몰일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한국은 배송대행과 직구(직접구매)의 발달로 단순한 구매대행 모델이 주춤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남미, 중국, 동남아시아에서는 대형 구매대행 사업자들이 등장해서 아마존닷컴의 상품을 자국의 통화, 언어, 고객 대응 방식으로 재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리셀러들 덕분에 아마존닷컴의 미국내 판매통계 중 상당수는 해외로 재배송, 재판매되고 있습니다. 구매대행으로 파생되는 경제 규모는 상당히 클 것이라 예상됩니다. 미국내 물류창고 고용증가, 미국 택배물량 증가, 중소 특송회사 성장은 물론 리셀러가 재판매하는 국가의 소매매출에 따른 PG수수료, 부가가치세, 인력 고용 등 다양한 분야에 파급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과거 리셀러들의 과다한 무료배송 이용을 금지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던 아마존이 결국은 이들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존닷컴은 리셀러와 관련된 통계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구체적인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리셀러들의 구매횟수와 구매액이 아마존이 발표하는 프라임 회원의 로열티 관련 통계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마존을 활용하는 구매대행 모델은 흔히 ‘드롭쉬핑(Drop Shipping)’ 모델과 비교됩니다. 드롭쉬핑이란 소매업자가 상품이 판매된 이후 해당 주문을 도매업자에게 전송하면, 도매업자가 상품 구매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마존 리셀러들은 아마존의 국제 배송을 사용하지 않고, 중간 물류 대행회사를 거친다는 측면에서 드롭쉬핑과는 다르지만, 무재고 판매와 경쟁력 있는 상품가격, 엄청난 상품 구색(SKU) 등 추구하는 목적은 ´드롭쉬핑´과 동일합니다.

한국발 리셀러 마켓, 가능한가

그렇다면 역으로 한국의 오픈마켓들이 아마존과 같은 방식으로 해외 리셀러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아쉽게도 한국 오픈마켓 상품들은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아마존 상품의 재판매와 유사한 비즈니스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우선, 상품 정보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상품 제목에는 스팸 키워드가 섞여있고, 상품 상세 페이지는 ‘이미지’로 만들어져 있어서 해외 셀러들의 번역이 어렵습니다. 하나의 상품코드에 전혀 다른 다수의 상품들이 같이 등록되는 방식 또한 흔합니다.

두 번째로, 한국 오픈마켓의 상품 무게, 사이즈 정보는 데이터화돼있지 않습니다. 한국내 배송에서는 상품의 무게와 포장 후 사이즈 등이 배송비 계산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한국 쇼핑몰들이 글로벌로 가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 이 됩니다.

마지막은 부정확한 재고 정보 입니다. 아마존 FBA의 경우 정확한 재고 파악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고객이 한국내 리셀러에게 주문한 상품이 아마존닷컴 내부의 품절로 인해 배송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반면 한국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입점 셀러들의 상품은 재고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특히 동대문 의류 같은 경우 재고를 가지고 판매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매는 더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아마존 상품의 재판매와 같은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표준화된 상품정보를 확보하고, 두 번째로 재고 관리가 되며 빠른 배송처리가 되는 풀필먼트 센터를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일본이든, 미국이든 다수의 사업자들이 한국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자국에서 재판매를 할 수 있게 되고, 한국의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 또한 해외 마켓플레이스에 직접 입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DB의 진화, 크로스보더 드롭쉬핑의 도래

IT와 물류의 발달로, 바야흐로 크로스보더 드롭쉬핑(Cross Border Drop Shipping)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기대됩니다. 크로스보더 드롭쉬핑은 한 회사가 잘 만들어진 상품DB를 다수의 해외 리셀러들에게 공유하고, 재고관리와 국제배송 처리를 지원하는 모델입니다. 기존의 드롭쉬핑 모델은 각기 다른 도매 회사가 소매 회사의 주문에 개별 대응했다면, 크로스보더 드롭쉬핑은 제조사나 도매회사들의 재고를 한곳에 모아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합하고, 국제 배송까지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사진= 이씨지오닷컴(ECGO.com)의 메인화면

크로스보더 드롭쉬핑 모델을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는 이씨지오닷컴(ECGO.com)입니다. 이씨지오닷컴은 앞서 설명한 크로스보더 드롭쉬핑 모델을 통해 이미 8천여 명의 리셀러를 확보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중국 상품이 중심이긴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 상품들도 매입하여 전 세계로 배송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중국 심천과 홍콩에 물류창고를 가지고 있는 이 회사는, 중국 제조사들의 상품을 자사의 창고에 입고시킨 뒤에, 상품DB를 전 세계의 채널에 연동합니다. 외부 채널에 판매를 하게 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국제배송에 필요한 필수 정보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씨지오닷컴은 상품 등록 시 해당 정보들을 필수값으로 받고 있습니다.

이씨지오닷컴과 같은 회사의 등장은 중국 현지 제조회사들의 공급망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한 예로 중국의 모 휴대폰 제조회사는 아프리카 지역의 판매 대리점을 철수하고, 홍콩의 물류창고에 재고를 보유한 뒤에, 온라인으로 접수된 주문을 아프리카 지역으로 직접 발송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쿠팡이 아마존이 된다면

쿠팡은 많은 부분에서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크로스보더 셀러들은 아마존의 리셀러처럼 쿠팡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과거 딜 형태로 판매하던 쿠팡의 상품 페이지는 리셀러들이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풀필먼트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쿠팡의 구조상 점차적으로 상품정보의 표준화가 강조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쿠팡 로켓배송의 경우 보통 익일 오전에 배달이 완료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 또한 가능합니다. 우선 쿠팡의 상품DB를 수집해서 해외 마켓플레이스 채널에 DB를 등록합니다. 그 다음으로 해외 채널에서 고객구매가 발생하면 리셀러는 쿠팡에서 주문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날 오전 쿠팡에 화물이 도착하면, 당일 오후에 해외로 발송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잘 팔리는 상품은 쿠팡 정기배송을 이용해서 더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합니다. 아마존닷컴의 리셀러들이 엄청나게 이용했던 ‘Subscribe & Save’, ‘Amazon Mom’은 리셀러들에게 큰 가격경쟁력을 줄 수 있었는데, 쿠팡의 정기배송도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국 쿠팡이 입점사들의 자사 풀필먼트 센터 이용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기본 상품정보, 무게 및 사이즈 정보를 API로 공개한다면 리셀러들을 통한 해외 판매에서 큰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요. 이미 아마존이 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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