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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 11월을 맞이한 물류인의 자세

INSIGHT

by 김편 2016. 11. 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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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광군제, 11월 25일 블프데이, 中-美 최대쇼핑데이 한 자리에서 만나다

미국은 '직구', 중국은 '역직구', 터지는 물량을 대비하는 물류의 자세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몇 년 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미국 사이트에서 구매한 국내 브랜드 텔레비전이 국내 판매 가격보다 저렴했다는 후기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소문을 타고 블랙프라이데이에 직구로 ‘득템’을 노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직구 열풍으로 화제가 된 ‘블랙프라이데이’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쇼핑데이였다. 그러나 2012년을 기점으로 중국 광군제 매출이 블랙프라이데이를 넘어섰다. 11월은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가 함께 열리는 달이다. 각각 북미, 아시아 최대의 쇼핑데이를 맞아 급증하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새벽 1시, 미국의 대형마트인 월마트(Walmart) 주차장을 따라서 긴 줄이 이어졌다. 텐트를 가져와 매장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침낭 안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기자도 그 행렬에 합류해 판매가가 700달러인 대형 텔레비전을 105달러 가격에 ‘득템’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이하 블프데이)는 이제 국제적인 쇼핑데이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사람들도 블프데이 기간에 미국 쇼핑몰에서 직구하는 시대며, 국내에서도 이제는 블프데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국 쇼핑몰들 또한 블프데이 기간을 맞아 ‘코리아 세일 페스타’라는 이름의 한국판 블프데이 행사를 열기도 하는 시대다.


BBC에 보도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물건을 집기위에 사람들이 서로 밀치고 있다.(사진= BBC 캡처)


미국에 블프데이가 있다면 중국에는 광군제(Singles Day)라는 쇼핑데이(Shopping Day)가 존재한다. 블프데이는 전국적인 행사로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참가하지만, 광군제의 경우 알리바바가 처음 시작한 이벤트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광군제 기간에 어마어마한 매출을 기록하면서 알리바바 외에도 많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광군제 이벤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솔로데이, 광군제가 뭐길래?!


쌍11절이라고도 불리는 광군제(光棍節)는 일명 ‘솔로들의 날’이다. 이 날은 솔로를 상징하는 숫자 1이 무려 4개나 있어 싱글들을 위한 날로 불린다. 중국의 광군제는 지난 2009년 알리바바그룹이 ‘혼자 집에 있는 싱글들이여, 쇼핑으로라도 외로움을 달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할인 행사다. 그러나 현재는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많은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참여해 중국 최대의 쇼핑데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작년 11월 11일, CNN에 보도된 광군제(사진= CNN 캡처)

광군제 이벤트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블프데이는 세계 최대의 쇼핑 데이의 아성을 광군제에게 넘겨주게 됐다. 중국 광군제는 지난 2012년부터 실질적으로 미국 블프데이 매출을 뛰어넘었다. 통계전문업체 하이차트닷컴(Highcharts.com)에 따르면 2014년 광군제 기간 매출은 89억 달러로 블프데이(15억 달러)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광군제의 영향력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직구는 미국, 역직구는 중국


단편적으로 광군제인 11월 11일과 블프데이인 11월 25일에만 상품 주문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이커머스 업체들은 블프데이 혹은 광군제를 대비하여 어떤 상품이 잘 팔릴지, 어느 정도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지 사전에 준비하기 위해서 10월 중순부터 프로모션 이벤트를 시작하거나 공지한다. 때문에 매출 증가 추이는 보통 10월달부터 서서히 나타난다. 이런 증가 추이는 쇼핑데이가 있는 11월 폭발적으로 나타나며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을 넘어 중국 춘절 등이 있는 1월까지 상승세가 이어진다. 실제로 해외직접판매액(역직구), 해외직접구매액(직구) 수치를 보게 되면 전체 분기 중 블프데이와 광군제가 껴있는 4분기에 수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등 미국과 중국의 가장 큰 쇼핑데이가 껴있는 11월을 기점으로 그 전인 10월부터 12월까지 소비가 증가한다”며 “쇼핑데이뿐만 아니라 연말이 되면 소비 심리가 증가하는 것도 매출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4/4분기 역직구와 직구는 어떤 양상을 보일까. 미국과 중국 현지와 마찬가지로 4/4분기는 전 분기와 비교해 증가한 추이를 보인다. 먼저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미국, 중국)에서 구매하는 직구의 경우, 분기별 증감률을 비교한 결과 4/4분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미국만 비교해보자면 미국의 증가율이 소폭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4분기를 제외하고 전 분기 대비 증감률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블프데이가 있는 4분기의 성장률은 2014년은 36.64%, 2015년은 28.81%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2014년 4/4분기는 전 분기 대비 22.3%, 2015년 4/4분기는 27.7% 상승했다.


반대로 국내 기업이 해외에 판매하는 역직구의 경우에는 미국, 중국이 모두 증가하지만 그 증가율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높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4년 4/4분기는 전 분기 대비 25.6%, 2015년 4/4분기는 17.8% 증가했다. 중국의 경우 2014년 4/4분기는 전 분기 대비 51.2%, 2015년 4/4분기는 92.4% 상승했다.


매출액 또한 직구, 역직구가 확연히 차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과 2015년 4/4분기 중국의 직구 규모는 미국의 17.8%(2014-15년 평균치)였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역직구 규모는 중국의 16.44%(2014-15년 평균치)였다. 중국의 경우 역직구인 해외 판매액이 압도적인 반면 미국은 직구인 해외 구매액 부분에서 더 큰 규모를 보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광군제보다 ‘직구’에 많은 영향을 주며, 반대로 광군제의 경우 국내 ‘역직구’ 통계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직구를 대비하는 물류의 자세


11월, 연이은 쇼핑데이로 인해 직구 물량 증가 추세가 예측되면서, 우리나라 물류는 바빠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직구 물량이 미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직구를 많이 하는 블프데이를 기점으로 물량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국내 택배업체들은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를 12월 초로 예측한다. 올해 블프데이는 11월 말이기 때문에 실제 국내 물류 상황에 영향이 오는 것은 12월 첫째 주부터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에 따르면 대략 12월 7~9일까지 통관장에 물량이 쏟아지며 15일까지 지속적으로 택배 물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 시기에 맞춰 급증하는 물량 처리를 위한 인력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다. 보통 사전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물동량이 몰릴 시기를 예측한다. 예측 시기에 맞춰 사전에 추가로 투입되어야 할 인원 및 연장근무 시간을 정하게 된다. 추가적인 인원은 매년 상이하며 연장근무의 경우 평균적으로 15~16일 정도이다.


해외배송대행업체들도 바빠진다. 보통 배송대행업체들은 고객이 직구할 사이트에서 상품을 주문한 뒤에 배대지(배송대행지) 사이트에 접속해 별도로 신청을 해야하기 때문에 블프데이 및 광군제 기간을 조금 지나서 주문이 많이 몰리기 시작한다. 배송대행업체들 또한 인력과 인프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진 이하넥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블프데이와 광군제가 껴있는 11월을 대비해 10월 말부터 인력을 충원한다. 이렇게 충원된 인력은 1월까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하넥스는 증가할 물량에 대비하여 이 시기에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국내외로 통관 및 배송 전담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라 밝혔다. 특히 물리적으로 화물이 모이는 물류센터에 많은 인원을 배치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역직구를 대비하는 물류의 자세


중국의 광군제와 미국의 블프데이 기간을 대비해 역직구 업체들은 수개월 전부터 준비작업을 시작한다. 보통 이르면 5~6월, 늦더라도 7월말부터는 다가올 쇼핑데이를 준비하기 시작한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쇼핑데이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필수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역직구 업체들은 쇼핑데이에 참가하기 위해서 사전에 이커머스 업체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맞춰야 한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의 아마존 물류센터 모습(자료= Geoff Robinson)


알리바바의 경우 중국 광군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셀러들을 보통 7월 말까지 입점을 완료토록 하며 그 이후에는 추가로 등록을 받지 않는다. 올해 아마존의 경우 10월 현시점 신규 FBA(Fulfilment By Amazon) 셀러 지원 자체를 중단한 상태이다. 아마존은 12월 14일까지는 신규 셀러를 받지 않고 기존에 안정적으로 판매하던 업체들의 물량만 취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역직구 업체들은 이커머스에서 제시하는 재고 기준도 맞춰야한다. 광군제 및 블프데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물량에 대비해 역직구 업체들은 대개 재고확보 기간을 2~3개월로 예상한다. 업체들은 8월말에서 9월부터 차츰 물류센터에 재고를 확보한다. 어떤 상품을 준비할지 또한 이커머스 업체 측에서 자사 데이터를 통해 경쟁력 있는 상품 중심으로 준비하라는 요청을 한다.


알리바바 차이니아오의 국내 물류파트너 ICB 김동철 부사장은 “중국 광군제의 경우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티몰에서 각 셀러별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모집하거나 준비하라고 주문한다”며 “이는 셀러별로 같은 상품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며, 이 작업은 8월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광군제를 대비해 징동 물류센터 붙은 문구, “싸우자! 싸우자! 오직 1등이다!, 분투하자”


아마존은 지속적으로 자체 창고를 새로 오픈하고 있으나 블프데이를 앞두고 새로 지은 창고도 부족할 정도로 물건이 입고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블프데이를 앞두고 아마존 센터의 창고내 수용 가능 공간(Capacity)을 두고 업체 간 경쟁이 붙기도 했다. 기업의 판매 수준에 따라서 10만 개부터 100만 개까지 입고 가능한 재고를 아마존 측에서 사전에 정해 공지하는 식이다.


배송 방식 및 시기도 중요하다. 광군제, 블프데이에는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물류비 절감이 중요한 이슈가 된다. 때문에 어떻게 보면 물류비용이 가장 낮은 해상운송으로 보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해상운송의 경우 운송 리드타임이 길고 운송 기간 동안 자산이 묶여 있기 때문에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역직구 업체들은 판매할 제품의 가격, 무게, 부피, 회전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한 달 동안 팔리는 규모와 회사가 사입하는 비용 요소를 고려해 운송모드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블프데이를 준비하고 있는 역직구 업체 마이즈멧은 국제물류 수단으로 컨테이너, 항공, 특송의 세 가지 방식을 활용한다. 마이즈멧은 대물량은 컨테이너로 보내고 있으며 특히 저가형 마스크팩의 경우 블프데이 시즌에 많이 팔리기 때문에 미리 컨테이너로 미국에 보낸다는 설명이다.


조현재 마이즈멧 대표는 “이 외에도 현재(10월) 항공으로 1.5톤씩 주 3회 배송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가까워지면 항공비용도 올라가기 때문에 먼저 보내놓는 것”이라며 “특송으로 보내는 경우에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끝물에 발생하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긴급으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설명했다.


중국 광군제를 준비하는 ICB는 올해에도 작년과 동일하게 전용기를 임대할 계획이다. ICB는지난해 광군제 기간 전체 약 40만 건 이상의 화물을 처리했으며 올해는 더욱 증가해 50만건에 달하는 물량을 배송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철 ICB 부사장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 티몰(Tmall)의 경우 고객이 상품을 2주 안으로 받게 되어있다”며 “해운으로는 시간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항공운송을 사용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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