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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산다’, 물류 M&A의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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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7. 10.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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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딜' 늘어나는 물류시장, 원인은 '외적 성장' 노리는 대형 물류업체 

M&A 촉매로 새롭게 떠오르 물류 신기술

자산 위주의 국내 물류 M&A, 기술 기반 기업 보듬기엔 아직 부족

 

글. 남동현 트레드링스 이사

 

최근 물류시장에 M&A 뉴스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이 글로벌 물류기업을 인수하며 전 세계 3PL 시장에서의 순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뉴스 바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물류시장의 M&A 현황은 어떠할까.

 

우선 물류에 한정짓지 않고, M&A 시장 전체를 살펴보자. 2016년 M&A 시장의 분위기는 다소 흐렸다. 10억 달러를 넘는 ‘메가딜’이 부족했고, 거래 수와 거래가치(Deal Value)에 관련된 지표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실제로 2016년 평균 거래가치는 1,042억 원으로 2015년 1,154억 원보다 약 100억 원 가량 떨어졌다.(물론 2000년부터 2014년까지의 평균 거래가치 771억 원에 비하면 거래가치가 꽤 높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 올해도 미국 대선을 포함한 여러 정치적 이슈로 시장 상황은 불투명했다.

물류 M&A

 

그러나 위안거리는 있다. 2017년 들어 M&A 시장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물류와 이와 관련된 서비스 시장에서의 M&A가 눈에 띈다. 특히 2017년 2분기, 물류시장의 M&A는 거래 수와 거래가차 기준으로 각각 28%, 26%씩 성장했다.

 

이는 메가딜이 조금씩 늘어난 결과이다. 실제로 2017년 1분기에 중국의 COSCO가 홍콩의 OOCL을 인수했고, 미국의 내륙운송사인 스위프트 트랜스포테이션(Swift Transportation)이 나이트 트랜스포테이션(Knight Transportation)을 인수했다. 유럽의 M&A가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도 물류 M&A 호조세에 한몫했다.

물류 M&A

 

몸집 불리는 물류업체들

 

최근 M&A의 추세에는 두 가지 트렌드가 있다. 그중 첫째는 물류업체의 사업통합(Consolidation)이다. 즉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동종 업계의 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키우거나 지역 확장 등을 목적으로 다른 국가에 자리 잡은 기업을 인수하는 움직임이 자주 관측된다.

 

이러한 대형 물류업체의 M&A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대형 물류업체가 활발하게 M&A를 진행하는 가운데 비교적 작은 중소형 물류업체가 M&A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업체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져 중소 업체의 설 자리를 빼앗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물류업체의 사업통합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 IT 기술력, 인력이 부족한 중소 업체는 점점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머스크라인과 OOCL을 인수한 COSCO 등이 타 선사와 치킨게임을 벌인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않을까. 또 퀴네앤드나겔(Kuehne&Nagel)이나 일본통운(Nippon Express)이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어마어마한 물량을 내세우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왜소한 포워딩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물류업체의 몸집 불리기는 포워딩 시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 3PL 플레이어 중 50위권 안에 드는 DSV와 UTi, XPO와 노어베르 덴트레상글(Norbert Dentressangle), 콘웨이(Conway)와 지오디스(Geodis) 등이 M&A를 체결했다.

 

이처럼 물류업계에서 몸집 불리기를 위한 M&A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내재적 요인에 의한 성장(Organic Growth)이 어려운 상황에서 외재적 요인에 의한 성장(Non-organic Growth)을 도모하려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물류업계에서 M&A가 활발한 까닭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커머스는 물류를 송두리째 뒤바꾸고 있다. 우리는 이미 쿠팡과 SSG의 사례를 통해 온라인 유통의 성장이 물류 효율성 증가에 기여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2016년 이미 2,000조 원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고, 2021년에는 5,0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소비자 시장의 M&A를 이끌고 있다. 2016년 소비자 시장의 M&A 점유율은 전체의 7.2%에 불과했으나, 2017년 1분기 20.1%로 3배가량 늘었다. 이는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전략적투자자(Strategic Investor)*와 수익률이 높고 향후 전망 또한 밝아 자금회수(Exit)이 수월할 것이라 판단하는 재무적투자자(Financial Investor)가 동시에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적투자자(Strategic Investor):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개발사업 등을 같이 진행함으로써 장기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전략적투자자라고 한다. 재무적투자자는 전략적투자자와는 달리 일정 수익만 얻으면 목적을 달성하기 때문에 기업의 장래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두산백과)

물류M&A

 

또한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대기업이 물류에 투자를 하고, 플렉스포트(Flexport)나 Doordash(도어대시)와 같은 스타트업이 커다란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2016년 40여 개의 물류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를 하고 자금회수(Exit)를 했다는 것은 많은 기업이 물류 시장의 성장세와 공급사슬(Supply Chain)의 중요성을 읽고 행동에 돌입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기술, M&A의 또 다른 촉매

 

물류 M&A가 단순히 ‘벌크업(덩치 키우기)’에 집중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물류 테크놀로지(Technology) 업체가 기술과 막대한 산업의 크기를 지렛대 삼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또 다른 M&A가 진행되고 있다.

 

각각 9,400만 달러와 5,57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플렉스포트(Flexport)와 프레이토스(Freightos) 등의 물류플랫폼 업체와 프로젝트44(Project 44)와 매크로포인트(MacroPoint) 등 물류 상황을 알려주는 기업이 물류업계를 뒤바꾸고 있다. 가령 프레이토스는 2016년 스페인 소재의 웹카고넷(WebCargoNet)을 인수하며 사업의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스타트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2위 3PL 업체인 퀴네앤드나겔은 온라인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여 화주에게 온라인 예약(부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 초에는 글로벌 10위권 3PL 업체인 DB쉥커(DB Schenker)가 미국 내륙물류 플랫폼 업체인 유쉽(uShip)에 250억 달러라는 큰 금액을 투자하기도 했다.

 

요컨대 대형 업체도 생존을 위해 신기술을 사업에 접목하는 등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판토스나 삼성SDS, SK 역시 물류플랫폼을 구축하고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시대, M&A 활황으로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는 기업들은 불만을 표하기에 앞서 자신들이 충분히 변화를 모색했는지 먼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국내 물류 M&A 현황은

 

그렇다면 국내 물류 M&A의 현황은 어떨까. 2014년 이후 한국의 M&A 시장에서는 875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M&A가 일어났다. 물론 글로벌의 M&A 기조와는 다르게 국내에서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딜이 다수 포함돼 있어 수치가 다소 부풀려진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가운데 물류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는 110억 달러 이상으로, 전체의 13%에 이른다는 것이다.

 

국내 물류 시장에서 일어나는 M&A의 특징은 대기업 위주라는 것, 그리고 자산 위주라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파산신청을 함에 따라 한진부산신항과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 라인을 SM상선이 매각한 것,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한 것, 이지스가 롯데글로벌물류를 인수했다가 다시 롯데그룹에 매각한 것, CJ대한통운이 해외 시장 확장을 위해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아시아 등지의 대형 물류업체를 인수한 것 모두 대기업이 물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M&A가 대기업이 자사 물량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원가 절감을 통한 규모의 확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한 것이나 SM상선이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 라인을 인수한 것은 조금 의외의 결정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 역시 물류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판단된다.)

 

대기업과 함께 스타트업의 약진도 돋보인다. 쿠팡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잡음과는 별개로, 소프트뱅크(SoftBank)와 세쿼이아캐피탈(Sequoia Capital), 블랙록(BlackRock) 등으로부터 1조 4천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물류와 유통 시장에서 입지를 튼튼히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현재 국내에는 많은 물류스타트업이 생기고 있고,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M&A 시장이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반의 기업을 보듬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대기업의 경우를 제외하면, 수출입 물류서비스 업계에서조차도 사업통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물류서비스의 가치가 인정을 다소 못 받고 있고, 관련 M&A시장이 덜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물론 국내 기업이나 투자자자 매우 깐깐한 탓도 있고, 과거 기업 사냥꾼 등이 M&A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새겨놓은 탓도 있다. 하지만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물류 M&A의 전망

 

그렇다면 물류 업계에 부는 M&A 순풍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물류 시장에서 일어나는 M&A의 밸류에이션(Valuation: 기업가치평가)*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2010년 일어난 물류 시장의 M&A의 ‘EV/EBITDA* 멀티플(Multiple)’은 3.9배 수준이었으나 2016년에는 9.5배로 높아졌다.

물론 밸류에이션을 볼 때는 조심해야 한다. 기업의 밸류에이션에는 재무적투자자가 향후 자금을 회수할 때의 수익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부동산 투자로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처럼 물류업계의 과도한 밸류에이션 부풀리기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EV/EBITDA: 여기서 EV(Enterprise Value)는 대개 Market Capital+Total Debt+Preferred Share-cash and Cash Equivalent로 산정한다. 즉 회사의 일반적인 인수가치를 뜻한다. 한편 EBITDA는 회사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창출능력을 말한다.

 

EV/EBITDA는 회사들이 인수합병 시, 회사의 인수 가치의 적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나타내는 수단 중에 하나로서, 이 수치가 3.9배에서 9.5배로 높아졌다는 말은 실제 현금흐름 창출 능력에 비해 EV(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이고, 이는 기업이 실제 버는 돈보다 프리미엄을 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이러한 수치는 최근 물류기업이 어느 정도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실제로 이미 상장한 3PL 업체의 트레이딩 멀티플(Trading Multiple)를 살펴보면, 2017년 현재 10배 이상의 멀티플(Multiple)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밸류에이션이 모든 시장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선사와 내륙물류 회사 등 자산 위주의 회사는 그 자산이 밸류에이션의 근거가 될 것이고, 포워딩이나 물류플랫폼 회사는 고객과 수익률이 벨류에이션의 근거가 될 것이다.

 

한편 절대적인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선사나 내륙물류 회사 등 자산 기반의 회사가 단연 높고, 멀티플 측면에서 보면, 3PL 업체가 더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사이즈는 자산 기반의 전통 물류업이 크지만, 자본의 효율성은 서비스 업체가 더 높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밸류에이션이 적정 수준인지는 시장이 판단한다. 밸류에이션 산정에 근거와 가능성이 충분하다면 시장은 정말 그만큼 더 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물류시장은 올라가는 밸류에이션처럼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일까. 필자는 대형 물류업체가 몸집 불리기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이커머스뿐 아니라 전통 수출입 물류시장에도 신기술이 도입된다면 물류시장이 앞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의 M&A가 일어날 것이다. 선순환이다. 물류시장의 기분 좋은 미래가 M&A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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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현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학부를 맞친 후 IBK투자증권에서 리서치와 IB, 삼일회계법인에서 해외 인프라투자 Advisory 등의 직무를 수행하였고 현재 국제 물류 플랫폼 스타트업인 트레드링스에서 투자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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