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철민 기자
사진. 선민구 객원기자
SK에너지 계열사인 내트럭의 사업모델은 독특하다. 전국 주요 물류거점에 화물차전용 주유소(내트럭플러스)를 만들고, 화물운전자들이 내 집처럼 편히 쉴 수 있는 복합휴게소(내트럭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또 전국서 활동 중인 운송주선사업자를 가맹점(내트럭프랜즈)으로 모아 화물정보망을 구축했다. 이 정보망은 화주 등 주선업자와 화물운전자들이 화물 및 차량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처럼 내트럭은 그 동안 화물업계 종사자들을 타깃으로 한 인프라와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여기까지 내트럭의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수익을 내기보다는 투자에 집중한 비생산적인 회사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정유사 1위 SK에너지와 내트럭을 묶어서 보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모기업의 주유산업을 기반으로 태어난 내트럭이 주유와 연계한 각종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인 마케팅채널로 거듭난다. SK에너지는 내트럭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용 화물고객을 상대로 안정적인 유류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내트럭은 전국 33만여명의 화물운전자를 대상으로 보험, 정비, 금융, 부품판매, 신차·중고차 매매주선 등 다양한 사업영역으로 진출이 용이해진다. 결국 내트럭의 비즈니스 핵심은 화물운송시장을 기반으로 한 '가치창출'인 셈이다. <editor>
정보의 흐름을 활용한 가치창출
주유소에서 사업용 화물고객은 이른바 '큰손님'이다. 화물운송은 기름소비가 많고 운행특성상 지정주유소를 통한 재구매율도 높다. 전국의 주유소들은 화물운전자고객을 모시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종 주유할인은 물론 휴게소 및 무료세차 운영 등 서비스 제공에 공들이는 이유다.
“내트럭은 기본적으로 주유산업(SK에너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떻게 하면 주유와 연계해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사업을 만들 수 있을까 구상하다 시작한 사업이 바로 내트럭이다.”
10년전 내트럭 탄생 배경에 대해 차규탁 SK에너지 내트럭사업부장(SK에너지 상무 겸 내트럭프랜즈 대표이사)은 이같이 설명했다. 내트럭은 사업초기 주유산업의 주요고객인 화물차운전자에게 휴식, 편의, 주유, 정비, 화물복지카드 등 각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했다.
이로써 내트럭은 전국의 화물운전자고객을 불러 모았고, 모기업인 SK에너지의 안정된 유류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쯤에서 내트럭을 모기업의 마케팅 회사정도로만 평가하기엔 좀 이르다.
바로 '내트럭프랜즈'라는 사업을 빼놓았기 때문이다. 내트럭프랜즈는 전국 400여개 운송주선사업자를 위한 화물정보망이다. 화주와 차주가 웹 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화물정보와 차량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배차가 가능하다.
이 사업은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다단계 운송을 근절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또 화주에게는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선진 물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정부가 올초 다단계 운송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화주들의 '직접운송의무제'를 강화했는데, 화물정보망을 이용한 운송주선도 직접운송으로 간주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의 물류 체계는 화주와 차주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여러 단계를 거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내트럭의 화물정보망을 활용하면 차주는 공차 운행을 최소화해 수익을 높일 수 있고,화주는 손쉽게 배차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차 대표는 내트럭프랜즈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화주와 차주 간의 투명한 거래방식과 커뮤니티 형성을 통한 경쟁력 향상에 있다고 말한다.
내트럭은 향후 화물운전자를 위한 텔레매틱스 개발, 내트럭몰 확장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 동안 화물운전자의 편익을 위한 시설과 화물정보망 사업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화물운전자들과 형성한 커뮤니티에서 나온 정보의 흐름을 활용해 차부품공급, 텔레매틱스, 내트럭몰(화물운전자 전용 쇼핑몰) 등 부가가치사업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렇듯 화물운송업계 '가치창조적 브랜드 마케터(Brand Marketer)'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차 대표를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상용차회사인 타타대우와 '스마트 텔레매틱스' 개발에 나서는 등 사업영역 확대가 눈에 띈다. 현재 진행단계는?
지난해부터 타타대우상용차와 부품 물류센터 설치 및 상용차 전용 '스마트 텔레매틱스' 개발에 나섰다. 현재 타타대우 고객의 신속한 정비 및 원활 부품공급을 위한 1일 1배송 시스템의 부품물류센터(DEPOT) 설치, 상용차 전용 '스마트 텔레매틱스' 컨텐츠 및 단말기 개발, 스마트 텔레매틱스 관제센터 설치 등을 진행 중이다.
상용차 텔레매틱스(CVT, commercial vehicle telematics)란 물류관리 회사나 기업 소유 상용차에 이동통신을 결합, 차량 안전과 운전 편의정보 및 운행상태를 파악하고 지시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텔레매틱스가 운전자에게 교통정보, 엔터테인먼트만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상용차 텔레매틱스(CVT)에서는 차량속도, 차량 운행 거리, 현재 차량의 운행여부 등 차량 자체에 대한 정보 제공과 연료 절약을 위한 최적 경로 제공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 항만 컨테이너(벌크 등) 분야에도 화물정보망 사업을 구축했는데, 성과가 어땠나?
내트럭이 최근 구축한 'CCCH' 모델은 해운사가 항만에 도착한 컨테이너에 대해 수화주의 내륙운송까지 책임 배송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컨테이너, 벌크 화물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동시에 화주와 운송자 사이의 직거래를 주선,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다. 즉, 화물정보망을 기반으로 컨테이너 및 벌크 화물의 운송 가맹주선 사업과 상용차 부분에 특화된 물류 공급망관리(SCM) 구축 사업을 제공하는 것이다. CCCH 시스템은 2010년 현대상선, 현대로지엠과 시범사업 실시를 통해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그 효율성을 인정받았다. 향후 해외에도 CCCH 사업모델 보급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 '가치창조적 브랜드 마케터'를 표방했다. 어떤 뜻인가?
그 동안 내트럭이 화물운전자를 위한 편익시설과 화물정보망 사업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 내트럭프랜즈는 이들 인프라를 통해 구축된 커뮤니티(정보의 흐름)를 통해 화물운전자를 위한 가치창출 사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내트럭프랜즈는 '소중한 나의 트럭을 프랜차이즈'란 뜻을 담고 있다. 과거 내트럭프랜즈가 운송주선업자들의 가맹사업(franchise)을 이야기했다면 앞으로는 화물운전자에게 화물차 매매주선와 보험, 부품공급, 타이어, 주유, 할부금융, 통신기기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좋은 친구(friends)'가 되겠다는 의미로 진화하고 있다.
즉 처음에는 단순히 상품만을 팔겠다는 마음이었지만 화물운전자들과의 지속적인 접촉이 진행되면서 그들이 느끼는 고충에 대해 알게 됐고, 조금이나마 그 애로사항을 해소해 주겠다는 마인드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현재 화물운송업계 종사자들의 소비영역에서부터 사업영역 전반에 대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에 공개할 텔레매틱스 사업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화물정보망 업체 중 최초로 전 통신사의 모든 단말기(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에 적용될 수 있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통해 화물·차량정보 실시간 검색을 통해 다단계 거래 최소화 및 투명한 운송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화물운전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화물운송 관련시장의 강력한 마케팅 채널로 활용될 것이다.
올 연말까지 스마트폰 보급 2000만 시대를 앞두고 있다. 또 화물운전자의 교육수준 향상과 더불어 정부의 직접운송의무제 강화 등은 내트럭프랜즈 사업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될 전망이다.
- 그렇다면 내트럭프랜즈가 추구하는 기업 가치는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내트럭은 화물운송 시장이 투명하게 돌아갈 수 있게끔 정보망(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업체다. 화물운송시장에서 다단계 주선으로 인한 피해와 불만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종전의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화물정보를 하나의 정보망에서 화주와 차주, 운송주선업자가 접촉해 정보를 공유, 합리적인 거래를 유도하는 것이 내트럭프랜즈의 비즈니스모델이다. 화주, 차주, 주선업자 모두에게 이러한 투명성을 제공하는 것이 내트럭프랜즈의 기업 가치라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내트럭프랜즈가 직접 화물운송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내트럭은 화물운송업체와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기업의 제1가치는 이윤이다. 그동안 수익보다 투자가 많았던 것 같은데...
현재까지 큰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이익보다는 화물운전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복합휴식 및 정보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내트럭 하우스사업은 화물차운전자들에게 ‘내 집 같은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장시간 운전에 따른 피로감이 쌓인 화물차운전자들이 재충전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이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편의시설을 확충하여 화물차 운전자에게 ‘내트럭’이란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한 내트럭사업의 매출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트럭의 비즈니스모델이 정부의 공익성과 민간의 효율성을 활용한 민관합작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기획-물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 물류업계 '갑론을박' (2) (0) | 2011.09.05 |
---|---|
기획-물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 산업규제와 동반성장 (1) (0) | 2011.09.05 |
식량자원전쟁 "곡물 쌓아둘 곳간이 없다" (0) | 2011.08.15 |
"유연한 SCM 인프라를 갖춘 기업이 위기에 강하다." (0) | 2011.07.13 |
장마철 '콸콸'…택배 매출 '쑥쑥' (0) | 2011.07.1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