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뒤에는 반드시 실패가 찾아온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그 끝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 유동적이다. 지나치게 성공에 취해 있으면 그것이 실패의 원인이 되고, 실패에서 배우면 성공을 불러오는 것처럼 실패와 성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2000년대 중반 현대그룹의 물류사업자인 현대택배(현 현대로지엠)는 국내 택배시장 1위를 달렸다. 그러나 기업 생태계에 서 영원한 1등은 없는 법. 택배명가로 불리던 현대택배의 아성은 2006년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택배 빅4사 중 최하위라는 씁쓸함도 맛봤다. 현대택배는 더 이상 맹주를 자처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대택배는 더 이상의 후퇴를 허락하지 않았다. 2010년 사명을 현대로지엠으로 바꾸고 옛 명성의 향수를 철저히 차단했다. 그리고 임직원들은 비장한 각오로 전열을 재정비했다. 이듬해인 2011년 1월 노영돈 전 현대종합상사 대표를 사장으로 내세우면서 현대로지엠의 조직에 변화와 혁신의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editor>
글. 김철민 기자
사진. 현대로지엠 제공
“역풍은 순풍으로, 순풍은 역풍으로 쉽게 변하기 마련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현대로지엠 임직원들은 성공에도 실패에도 머물지 않고 항상 변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몸소 체득했다. 택배 빅4사 중 1등과 꼴찌 사이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간 현대로지엠 임직원들은 이 기간동안 겸손함을 배웠다. 이런 겸손함은 현대로지엠의 체질강화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자양분이 됐다.
특히 올해 새로 부임한 노영돈 현대로지엠 사장의 용기 있는 결단과 다양하고 생생한 경험에서 터득한 일에 대한 철학이 더해지면서 변화의 속도는 거세졌다.
노 사장은 지난 1월 취임 당시“영업력 강도를 높이는 길이 부진 탈피의 지름길”이라며“전 직원들은 수익성 증대에 혼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 첫 과제”라며 직접 ‘현장직원’으로 변신해 솔선수범에 나섰다.
말 보다는 몸이 앞섰다. 노 사장은 발로 뛰는 CEO로 정평이 나있다. 24시간은 48시간으로 쪼개 쓰며 공격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아침 7시면 회사에 도착하는 노 사장은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결제를 마치고 하루의 대부분을 현장방문과 거래처 최고 경영자 방문으로 일정을 진행한다. 화주 영업을 위해 지방에 KTX를 타고 내려가 거래처 사장과 점심을 함께 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현장에 들러 거래처와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했다.
취임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강도 높게 현장 경영을 펼친 노사장은 취임 100일 만에 전국 70여개 지점에 대한 현장 점검을 모두 마쳤다. 최근에도 중부 및 호남, 영남지역 등 전역을 돌며 강도 높은 현장 점검으로 하반기 경영에 포문을 열고 있다. 이는 ‘현장이 답이다’는 그의 경영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이런 노력은 실적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노 사장이 취임한 후 올 1분기 13% 의 매출 증가율과, 64%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여기에 올해 매출 목표인 8000억원 달성 역시 청신호다.
노 사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찾기보다는 해야만 하는 것에 몰두하라’, ‘ 부하로부터 배울수 있는 용기와 겸허함이 가장 중요하다’ 등의 이야기를 자주한다. 쉽고, 명쾌한 논리와 더불어 행동하는 경영인의 자세는 직원들을 설득하는데 충분했다.
‘당연한 것’과 ‘평범한 것’을 겹겹이 쌓아올리듯 반복하다 보면 결국에는 비범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하는 노 사장은 “성장의 크기는 벽에 부딪혀 고생한 양에 비례한다.”고 말한다. 현대로지엠의 ‘택배 1위 탈환’을 위한 반격이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다음은 노영돈 사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이후, 현장경영과 공격경영이 눈에 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
일 중심으로 생각하고, 일 중심으로 평가하는, 일 중심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올해 영업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아래 국내외 사업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비상경영에 준하는 상시 영업동원 체제를 유지하고 본사 직원들에게도 현장지원 및 거래처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일 중심 회사는 연공서열이란 말이 없고 모든 것은 일로 평가받는 게 원칙이라는 점에서 매월 뛰어난 실적과 성과를 올린 부서와 지점, 개인에게 포상을 실시하며 동기부여와 사기진작을 하고 있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
현대그룹의 종합물류기업이라는 현대로지엠의 특성을 살려 서비스 다변화, 신규사업 개발 등에 주력하고 그룹 및 계열사와의 연계 및 시너지 창출사업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 영업력 강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조직 경쟁력 강화 방향은 ▲현장중심의 조직 ▲일중심의 조직 ▲능력위주의 조직으로 요약된다. 해외영업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전략부를 신설했는데, 매일 해외 법인장들과 화상 통화를 통해 실적을 점검하고 강도 높게 영업력 확대 주문을 하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베트남, 인도, 독일, 영국 등 해외 주요 거점 시장을 전략시장으로 선정하고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국내의 경우, 본사와 지점, 지점과 지점간의 정보교류를 확대하고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수영업 사례를 전파하고, 탁월한 실적을 기록한 우수영업사원이 전 간부가 모인 회의시간에 직접 발표를 하며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 상반기 매출 향상이 돋보인다. 특히 수익성 개선에 주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택배시장의 화두는 단연‘택배단가 현실화’이다. 지속되는 저단가 경쟁으로 인해 택배업계가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로 인한 물류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어려운 상태인 점도 여러 매체들을 통해 잘 알려지고 있다. 물류업계 종사 기피로 이어질 수 있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업계 가장 큰 문제다.
올해 현대로지엠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현장 영업력 강화 ▲분류시간 30분 단축 운동 ▲고객 접점 서비스 관리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올해 고객 서비스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택배사원들에 게 최신 스마트폰 지급을 완료했다. 이는 단가경쟁을 탈피해 서비스 경쟁으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성장 터닝포인트로 서울동남권물류단지 완공을 꼽는다. 어떤 변화가 기대되나?
송파구 장지동 일대 4만4501평(14만7112㎡)에 조성되는 국내 최초의 첨단 도심형 물류센터로 서울 동남권 지역물류를 담당하게 된다. 현대로지엠과 (주)한진이 컨소시엄 공동 대표사로 참여하고 있다. 오는 2013년 말 준공예정으로 최고 시설과 최적의 운영으로 물류사와 화주수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통업계 배송 서비스 경쟁력 향상과 더불어 당일 수도권 택배서비스에 혁신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정책 없는 대표적인 산업이 택배다.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올해 택배시장은 약4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택배산업은 국가 물류, 유통산업의 근간이자 국민 실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류 서비스로서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끝도 없는 치열한 단가경쟁으로 인해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 산재해 있다.
또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으로써 택배사업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평균운임의 지속적인 하락 및 원가부담 가중에 따라 협력업체의 동반 부실화도 많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택배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 및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택배업 관련법 부재, 화물차량 증차금지 등 규제와 지원 미비로 인해 택배산업의 선진화와 시장질서회복이 매우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택배시장의 열악한 환경과 어려움을 정부도 잘 인지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효과적인 지원 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글로벌 시장개척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현대로지엠은 2003년 중국 법인을 시작으로 독일, 영국, 인도, 베트남 ,미국에 진출해 있다. 특히 중국내 선전, 칭다오, 톈진, 우시 등 20개 지역에 지사를 운영 중인 중국법인은 해외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현대로지엠 해외법인은 현지에서 국제 포워딩, 내륙운송, 통관 등 종합물류사업을 진행하고 현지영업에 집중함으로써 현지화에 발빠르게 적응 중이다.
또 국제물류 시장의 성장세가 크게 높아지면서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 개발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글로벌 통합물류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체제구축과 선진화된 정보시스템으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올해 국제물류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 전략부를 신설했는데, 조만간 해외 네트워크 확대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인재양성에 대한 철학을 설명해달라.
회사 제일의 자신은 사람이다. 핵심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로지엠은 앞으로 우수 영업인력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그룹과 연계하여 우수인재를 유치하고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제를 시행할 것이다.
또 해외에서도 해당지역 전문가 등 우수인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일을 잘하는 해외 직원의 경우,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보다 보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보상 시스템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이는 현대로지엠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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