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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기간 드러난 5개의 물류 적폐(積幣)

김편 2017. 11. 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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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지난달 31일부로 모두 끝났습니다.  3주가 채 안 되는 국정감사 기간에는 오랫동안 쌓여있던 여러 문제들이 터져 나옵니다. 국정감사장 안, 혹은 밖에서 국회의원, 단체, 개인은 자신의 사연을 알리고자 합니다. 이 시기만큼 언론의 관심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드러난 것들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쌓이고 쌓여 폐단이 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다시 수면위에 올랐을 뿐입니다. 물류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번 국정감사 기간 중 이슈가 된 ‘물류센터 불법파견’,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처우개선’, ‘관세포탈 수단으로 활용되는 직구’,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불거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 ‘물류 일감몰아주기’까지. 어찌 보면 이것들을 적폐(積幣)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 불법파견 : 물류센터의 어둠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2일 파리바게뜨 물류센터 운영사 SPC GFS의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겉으로만 도급일 뿐 원청인 SPC GFS가 하청업체 소속 인원에 대한 업무지시를 하여 불법적으로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정미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하청업체 직원이 정규직과 혼재하여 근무, △제품 출하, 배송 문제 발생시 ㈜SPC GFS 소속 관리자에게 경위서와 시말서를 제출 △ 출퇴근관리와 지각, 결근시 통제 △매일 오후 6시 40분경 주,야간조에게 석회(夕會)를 통해 실질적인 업무지시 등을 문제로 제기했는데요.

 

사실 물류센터의 불법파견 문제는 파리바게뜨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는 택배·물류업종 사업장 250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구 현대택배), KG로지스, 로젠택배, KGB 택배, 우체국택배 등을 포함한 대형 택배사의 물류센터 250개소 가운데 202개소에서 불법파견, 최저임금법 위반, 주휴수당 미지급 등 총 588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적발됐습니다. 주요 물류기업들은 하나같이 불법파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택배현장은 어쩌다 ‘알바지옥’이 되었나

 

2. 특수고용직노동자 : 노동자가 되고 싶은 사장님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CJ대한통운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는데요.

 

CJ대한통운 블랙리스트 의혹이란, 특정 택배기사의 취업을 막는 블랙리스트가 CJ대한통운 택배지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는 택배기사들의 주장과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주장을 핀 CJ대한통운의 입장이 충돌한 것이 그 골자입니다. 공교롭게도 블랙리스트 등록이 예상되는 근로자는 모두 택배노조 조합원들이었습니다. 현재 택배노조는 설립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이며, 국정감사 기간 동안 설립필증 교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택배노조의 설립 과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CJ대한통운 정조준한 ‘택배노조’, 무엇이 문제인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블랙리스트 있다! 없다?

 

CJ대한통운 블랙리스트 의혹은 특수고용직노동자의 지위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노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장님이라 보기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특수고용직노동자... 택배기사, 화물차기사, 퀵서비스 라이더까지, 이들은 물류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수고용직노동자이며 각각이 ‘사장님’입니다. 노동자가 되고 싶은 사장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노동자가 되고 싶은 사장님의 절규, 특고직의 늪

‘택배차로 기흥까지’, 어느 간선운송 기사의 하루

 

3. 직구로 관세포탈 : 크로스보더물류판은 여전히 '회색'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해외직구 특송화물을 통한 관세포탈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송화물을 통한 관세포탈 적발 건수가 2012년 47건에서 지난해 133건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외직구로 관세포탈을 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관세포탈 의혹은 암암리에 시시각각 불거지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사례는 쿠팡의 '로켓직구'와 관련하여 나타났습니다. 이는 관세법의 '회색지대'라고 불리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업계의 문제가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이며, 특정 회사만의 일 또한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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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진해운 사태 : 다가오는 후폭풍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인해 광양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상물류망을 과거처럼 유지하지 못했고, 환적화물이 줄어든 것이 그 원인으로 제기됩니다.

 

한진해운 파산은 당시에도 화제가 됐지만, 그 후폭풍은 서서히 암운이 돼 물류업계 전반으로 드리우는 모습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이미 한진해운이 망해버린 마당에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섣불리 낙관적인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파산 갈림길···´이중고´ 겪는 한진해운, 원인부터 향후 과제까지

 

5. 일감몰아주기 : 그들은 어떻게 논란을 피하는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현대글로비스의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사실을 밝혔습니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1000억대 허위계산서 발행으로 내부 거래 비중을 줄여서, 향후 내부 거래 규제강화에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여기에는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의 높은 ‘내부 거래 비율’ 문제가 담겨있습니다. 모기업의 물량을 바탕으로 크게 성장한 대기업 물류 자회사는 때때로 업계에 ‘갑질’ 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문제가 된 2PL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일감몰아주기를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 대체 물류판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물류자회사 ‘갑질’에 휘청이는 3PL과 선사
물류의 민낯, 적폐는 두텁고 오적도 여전하다

 

오래전부터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은 ‘어젠다 키핑(agenda keeping)’이라는 화두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뉴스 플랫폼과 1인 미디어의 등장 속에서, 언론의 ‘어젠다 세팅(agenda-setting)’ 기능이 점차 무력화되고 있다고 손석희 사장은 말합니다. 이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어젠다 키핑’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 것이지요. 매번 새로운 이슈를 제시할 수가 없다면,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이슈들을 끝까지 붙잡겠다는 뜻입니다.

 

CLO도 어젠다 키핑이라는 화두를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해마다 불거져 나오는 물류업계의 문제들, 그것들은 오래전부터 제기 됐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슈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물류업계 전반에 드리운 적폐가 해결되기 전까지 CLO는 시선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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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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