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ON
대한통운 M&A가 갈길
김편
2011. 4. 30. 15:59
글. 김철민 기자
물론 M&A의 성공키워드는 ‘돈’이다. 어떤 기업이 얼마나 더 많이 써내느냐에 따라 대한통운의 새 주인이 결정될 일이다. 그러나 대한통운 인수전은 한 기업의 실리추구 이전에 물류업계의 동반성장과 나아가 국가 물류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는 방향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인수·합병(M&A)업계는 대한통운 인수전이 결국 ‘돈(입찰가)’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금융지주 회장은 이번 인수전에 대해 “아시아나 항공과 대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인 만큼 높은 인수가가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물류업계는 대한통운 인수전이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 무게감을 실고 있다. 공기업 형태로 시작해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통운이 ‘물류업계 맏형’의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인수기업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회장의 M&A 방식도 기존과 달랐던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조용히 M&A를 추진해온 다른 그룹과 달리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인수 희망 의사를 표시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희망 표시는 피인수기업 주가를 높여 인수 부담을 높이기 마련이지만 박 회장은 항상 솔직한 의사를 표현해 왔다. 박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대한통운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라며 “반드시 인수하고 싶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일까? 3년 후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한 롯데와 포스코, CJ 등은 입찰의향서를 제출하기 이전부터 공개적
인 러브콜이 이어졌다.
◆분리매각 “없다”=M&A 시장 안팎으로 끊이지 않는 루머 중 하나가 대한통운 분리매각 또는 인수 후 분리재매각이다. 이에 대해 2월 14일 민유성 산업은행 회장과 노무라증권 등 매각주간사들은“대한통운을 분리매각하지 않겠다”며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민 회장은 모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그 동안 논란이 됐던 분리매각설에 대해“대한통운 사업부문의 분리매각을 생
각하거나, 고려해 볼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합병 시장은 여전히 분리재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대한통운 매각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된다해도 인수기업에 따라 사업별 분리재매각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M&A시장 관계자는“인수기업에 따라 분리 재매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 중일
것”이라며“매각이 완료된 이후에도 대한통운의 운명은 마지막까지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분리재매각도 “안될 일”=반면 물류와 연계된 학계와 연구소, 업계 모두는 향후 대형화된 글로벌 물류업체 육성이 시급한 만큼 대한통운사업별 분리매각이 국가적 손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도 수차례 기자들과 만나 대한통운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며“우리나라도 DHL같은 글로벌 물류기업이 필요하다. 물류시장이 정말 어마어마한데, 조선, 해운 등은 그런 (글로벌) 기업이 있지만 물류만 없다. 그런 기업이 하나 정도만 있어도 국가적으로 큰 이득”이라고 말해 대형 물류업체의 출현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한통운 인수전 평가항목 중 ‘사업별 분리재매각 불가’를 명시하는 등 보호막이 필요할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관련 물류연구원 고위 관계자는“M&A의 시장논리를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국가 GDP의 4%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물류산업이 제조유통업에 영향력이 크다”며 “대한통운 인수전이 한 기업의 실익추구 이전에 국가전체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J는 택배업계 2~3위권인 CJ GLS를 물류자회사로 두고 있어 대한통운을 인수 시 택배 1위는 물론 물류 1위(글로비스, 범한판토스 등 제외)로 단숨에 올라서게 된다. CJ GLS 지난해 매출은 1조원 이상으로 대한통운(2조997억원)과 합치면 3조원 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대의 글로벌 TOP10 물류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어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할 시 해외진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인수 시너지 효과도 크다. 기존 식음료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 쌀, 밀, 옥수수, 콩 등 CJ제일제당의 해외원자재 수입과 현지 가공공장 증설로 인한 해외물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해운 및 항만하역 사업과 싸이로 등 곡물보관사업의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번에 매각되는 지분은 금호아시아나와 대우건설이 각각 보유한 18.89%와 18.62%를 합친 37.51%다. 금융권은 이 지분의 시가는 8800억여원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한 총 인수금액은 1조원에서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은행 등 매각주간사는 5일부터 1∼2주간 예비입찰을 진행하고, 오는 5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6월 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글로벌 물류업체 한 고위임원은 “포스코가 물류를 강화하려는 이유는 국제무역상인 대우인터내셔널과 연계한 시
너지 창출이 주된 목적”이라며 “철광석, 석탄 등 원료수입과 완제품 수출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육상운송업체 보다는
해운사가 더 적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구상은 대한해운이 M&A 매물로 나왔을 경우에 해당된다. 복수의 M&A시장 관계자는“(대한통운 인수의사를 밝힌 포스코가)시의성 여부를 떠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볼 문제”라고 설명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전자로지텍과 삼성SDS와 합병수순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성SDS가 물류IT사업을 강화해 그룹 내 SCM(공급사슬관리)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면 현장물류 측면에서는 삼성전자로지텍을 키워 온오프라인 물류를 균형감 있게 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로지텍이 연간 1조원 정도(삼성전자 전체 물류의 20%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모기업 외형에 비해 회사의 규모와 역량이 부족한 것도 삼성전자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새다. 삼성SDS가 연초 물류IT컨설팅업체인 EXEc&t를 인수했듯이 삼성전자로지텍도 대한통운 인수전에 직간접으로 참여해 성공할 경우, 연내 양사가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최선의 모델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