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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는 순위일뿐 오해하지 말자" <2012 가트너 SCM TOP 25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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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2. 6. 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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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이 다루는 영역은 포괄적이고 매우 광범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숫자로 평가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지 모른다. 최근 가트너에서 발표하는 SCM 순위를 절대적인 우열을 가리는 지표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장단점을 세분화하여 바라보는 하나의 리트머스지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2006년부터 시작된 AMR리서치의 Supply Chain Top 25 순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가트너(Gartner)그룹의 이름으로 진행돼 지난 5월 21일 그 결과가 발표됐다. 필자도 작년에 이어 순위 평가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173명의 피어패널(Peer Panel)에 초청받아 지난 4월 평가를 진행한 바 있다. 2012년 가트너가 발표한 Top Supply Chain 25에 선정된 기업들을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애플(Apple)의 독주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서 2011년 최고의 연봉을 받는 CEO 20인을 선정하였는데, 약 3억8000만 달러 (한화 약 4000억 원)를 받아 1위를 차지했던 애플의 팀쿡( Tim Cook)이 SCM 전문가로서의 이름만큼이나 그 몸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울러 SCM 분야에 대한 전통적 강세를 보여 왔던 주문생산방식(Build-To-Order) 모델의 델(Dell)과 연속상품보충 (CR, Continuous Replenishment)의 원조인 P&G가 올해에도 상위에 자리 잡고 있다. 5위권 내의 상위권에 진입한 기업 중 아마존(AMAZON)은 2010년 10위에서 2011년 5위로 급상승 한 이후 올해에는 사상 최고의 성적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CLO 5월호에서 다루었다시피(UPS vs. 아마존, 서로 다른 M&A가 주는 교훈, 관련기사 참조) 물류를 포함한 후방프로세스에 대한 효율성을 토대로 새로운 경쟁우위를 발굴하려는 아마존의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마찬가지로 기존 패스트푸트(Fast Food)외에 맥카페(McCafe) 제품라인의 확장을 위해 글로벌 SCM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맥도날드(McDonald‘s)도 2010년 11위에서 작년에는 8위로 상승한 후 올해는 델을 제치고 3위로 수직상승했다.

 

올해 새롭게 등장한 기업으로는 세계적인 중장비 제조기업인 캐터필러(Caterpillar)와 소비재 생산기업인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가 있으며,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글로벌 특수엔진 제조사인 커민스(Cummins) 및 자라(ZARA, Inditex)와 함께 세계적인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의 선도주자인 H&M도 새로이 순위에 진입했다. 반면 IBM,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크래프트(Kraft Foods), 테스코(Tesco)는 25위 순위권 밖으로 아쉽게도 밀려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지난 3년간 Top Supply Chain 25의 순위변동에 따라 25권 내의 기업을 상승, 하락, 그리고 보합의 세 그룹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상승: Amazon, McDonald’s, Coca-Cola, Intel, Unilever, Colgate, Inditex, Starbucks, 
하락: P&G, Cisco, Walmart, Pepsico, Samsung, RIM, Johnson & Johnson, HP
보합: Apple, Dell, Nike, Nestle, 3M
*** 신규: Caterpillar, H&M, Cummins, Kimberly-Clark

 

전반적인 상승흐름을 타고 있는 기업은 앞서 언급한 맥도널드와 아마존 외에도 인텔(Intel)과 코카콜라(Coca-Cola) 등이 있는데, 인텔은 18위→16위→6위로, 그리고 코카콜라는 13위→11위→6위로 지속적인 순위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의 원조인 림(Research In Motion)은 2011년 4위로 반짝 상승한 후 올해는 19위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는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과 삼성으로 양분됨에 따른 실적의 저조로 해석되며, PC 산업의 전반적인 하락세가 HP의 순위하락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새로운 관점과 해석의 필요성
“순위는 순위 일뿐 오해하지 말아야”

가트너의 Supply Chain Top 25는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업들의 SCM 역량을 평가하고 있을까? 물론 늘 그러하듯이 정성적인 역량을 정량화하여 평가하는 것은 직원에 대한 인사고과만큼이나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CM관련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매년 바라보는 가트너의 순위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1. 중소기업은 빠져있다?
가트너의 Supply Chain Top 25는 매출을 기준으로 후보기업을 선정하는데 기본적으로 포춘 글로벌 500(Fortune Global 500)과 포브스 글로벌 2000(Forbes Global 2000)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먼저 이들 리스트로부터 후보군 기업을 선정한 후 금융이나 보험, 운송, 조선, 에너지 기업들을 제외한 후 최종 후보리스트를 선별한다.

 

올해의 경우 필자가 투표를 진행했을 때를 기준으로 1차 후보에 든 기업이 대략 260개 정도이며 (아래 그림1 참조) 매출기준 커트라인은 약 100억 달러 (한화 약 12조원)이다. 국내기업으로는 1차후보군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롯데쇼핑, LG화학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롯데쇼핑은 2012년도에 새롭게 후보군 리스트에 올랐으며, 2011년에 올랐던 포스코는 매출의 급감으로 인해 올해에는 후보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그림 1. 1차 리스트에 오른 후보기업 리스트

이렇듯 후보 기업을 최소 매출 10여조원 이상의 대기업으로 국한함으로써 SCM의 역량을 평가하는데 상당히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된다. 중소 제조업체는 물론 중소 유통업체의 경우에도 대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수준의 상당한 SCM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의 제약으로 인해 후보군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됨으로 인해 불완전하게 SCM 순위를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토마교야(Tomago-ya)와 같이 IT적 기반 없이 상당히 높은 수요예측 정확도를 토대로 7만여개의 도시락을 0.06%라는 놀라운 오배송률로 배달하고 SCM의 강소 기업은 이러한 높은 SCM 역량에도 불구하고 논외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2. 주관적인 전문가 평가의 기준이 모호하다?
가트너에서 이야기하는 정성적 평가는 25%의 외부 전문가 평가와 25%의 가트너 내부 전문가의 평가를 합쳐 도합 50%의 평가점수를 차지하고 있다. 외부전문가 집단의 평가 방식은 개인 평가자별로 1차후보 리스트 기업 중 50개를 선정하게 한 후 이들 기업에 대해 1위부터 50위까지의 상대적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아래의 그림은 필자가 평가한 2012년도 Top 25의 화면이다. 그런데 50%의 평가 점수가 전술한 바와 같이 173명의 외부전문가와 37명의 가트너 내부전문가에 의해 평가되는데, 문제는 이들 전문가 집단이 기업의 SCM 역량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기 때문에 단편적인 기업의 이미지가 순위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필자도 비록 SCM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교수이기는 하나, 고백컨대,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기업들의 SCM 역량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지 못함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연구논문이나 전문저널 혹은 사례연구에서 습득한 정보에 더하여 다분히 주관적인 느낌을 토대로 순위를 매기는데, 이렇게 매겨진 순위에 대한 설명력과 설득력이 떨어지게 됨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

그림 2. 최종 50위 평가 화면

 3. SCM 평가 결과가 왜곡된다?
정성적 평가와 정량적 평가를 함께 진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다면적인 평가를 통해 공정한 역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다면적인 평가로 인해 특정 부분에 대한 탁월한 성적으로 인해 결과를 왜곡할 수 있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단점으로 인한 평가의 왜곡은 앞서 언급한 주관적 평가에 더하여 상당히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순위를 야기하게 된다. 가령 올해 순위 안에 들어있는 기업을 살펴보면 맥도널드의 경우 낮은 정성적 평가에도 불구하고(산술적으로 전문가집단의 점수 1121점과 가트너 평가점수 283점의 합이 약 1400점이다) 상당히 높은 재고회전율 (142%)로 인해 유사한 정성적 평가점수를 받은 인텔(7위)이나 삼성전자(13위)보다 월등히 높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정량적 지표에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정량지표 상으로는 P&G 보다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정성평가 점수의 차이로 인해 13위와 5위라는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SCM의 혁신 사례로 많은 경영대학에서 교재로 가르치고 있는 15위 인디텍스(Inditex, Zara의 모기업)와 17위 H&M은 낮은 정성평가 점수로 인해 (인디텍스와 H&M의 두 가지 정성평가 합산점수는 각각 622점과 409점) 구체적인 SCM의 뛰어난 역량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코카콜라나 유니레버(Unilever) 등에 비해 훨씬 낮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SCM에 대한 성과평가가 아직은 현실과 많은 괴리를 가지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임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그만큼 SCM이 다루는 영역이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기에 하나의 숫자로 평가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지 모른 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 판단한다. 따라서 가트너에서 발표하는 SCM 순위를 절대적인 우열을 가리는 지표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장단점을 세분화하여 바라보는 하나의 리트머스지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트너가 CLO편집국에 보내온 삼성전자의 순위하락에 대한 공식 답변자료는 우리가 가트너의 SCM 순위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한 단초를 가장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 삼성전자의 지속적 순위하락에 대한 가트너 애널리스트 Stan Aronow의 공식 답변 -

 

“The only other observation I have is that as our peer voting population becomes more global and diverse, Samsung might also consider ways to share its best practices across the worldwide supply chain community. They are most certainly a leader in supply chain operational excellence and leveraging that to elevate the broader practice of supply chain is another dimension of how we define supply chain leadership.”

 

“SCM 업계 전문가 투표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다양해지면서 삼성은 산업계의 타 공급망관리 담당자들과 자신들의 우수한 SCM실행 방법을 나눌 필요가 있다. 삼성은 분명히 실행 측면에서 매우 뛰어난 공급망관리 리더이지만 자신들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산업 전반의 공급망관리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공급망관리 리더쉽에서 가트너가 중요하게 평가하는 또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민정웅 |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미 스탠포드대학 공학박사


필자는 현재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및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으로 정석물류통상연구원 부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역·저서로는 ‘물류학원론’, ‘공급사슬물류관리’, ‘물류기술과 보안의 이해’ 등이 있으며 IT 및 Operation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급사슬관리, 물류정보시스템, 물류보안, SCM과 소셜네트워크 등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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