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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로 풀어보는 중국의 자연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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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6. 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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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로 풀어보는 중국의 자연환경

글. 이슬기 로지스씨앤씨 대표


[CLO] 중국물류 강의를 할 때 마다 자연스럽게 중국의 자연환경에 대해 언급하게 된다. 한반도의 약 50배, 남한 만으로 보자면 거의 100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에 각각 5000킬로미터가 넘는 황하와 장강(양자강)까지.. 한편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샘이 나기도 하지만 거대한 땅덩이 만큼이나 수많은 산맥과 황량한 사막, 도처에 널린 황무지와 수시로 범람하는 강물은 중국인들에게 녹녹치 않은 도전과 시련의 역사를 안겨 주었으리라 짐작케 한다.          


알프스산맥을 넘는다는 뜻을 지닌 유럽의 유명 물류회사의 상호에서도 보듯이 거대한 산맥과 강은 물류의 장애물임이 분명하지만 장애물이 있어 물류산업이 더욱 발전하는 동기를 유발 하게도 된다. 아무나 함부로 넘을 수 없는 험준한 산맥과 끝없이 황량한 사막 그리고 거센 물줄기를 가로질러 물자의 이동을 하다보면 보다 손쉬운 운송루트를 개척하게 되고 세월이 지나고 사용빈도가 많아지면 어느새 지도에 길이 그려지게 된다. 노신의 단편소설 『고향』에서 말한 대로 “길이란 원래 없는 것이나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 그것이 길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 실크로드가 그러했을 것이고 양자강의 물길이 그러했을 것이다. 때로는 없는 길을 만들어 부족함을 채우기도 하였으니 경항운하(京抗運河)가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경항운하는 글자 그대로 북경(北京)과 항주(杭州)를 연결하는 운하이다. 중국대륙이 전체적으로 서고동저(西高東低)의 지형이다 보니 대부분의 강은 동쪽으로 흐른다. 수레나 마차 외에는 변변한 육상운송수단이 없던 과거에 대량의 물자이동은 수운(水運)에 의존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만,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강을 이용한 수운에 의존하다보니 남북으로 연결되는 물길이 절실히 필요 했을 것이고 이러한 필요에 의해서 탄생 한 것이 경항운하이다. 기원전 486년, 와신상담(臥薪嘗膽)의주인공인 오나라 왕 부차가 중원으로 진출하기위해 양자강과 회하를 연결하여 운하를 건설 했는데 이것이 중국최초의 운하인 ‘한구(?溝)’다. 이후 수, 당, 송나라와 원,청나라 시대를 거쳐 2,500년의 역사 끝에 오늘날 북경, 천진 등 6개성(省)을 지나고 황하, 회하, 양자강 등 5개의 강과 교차하는 1,794킬로미터의 모습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비록 일부 구간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지금도 경항운하는 중국 내하수계 물류의 한몫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어 장구한 물길 개발의 역사를 무색하지 않게 한다. 


중국의 내하수계 물류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당연히 자연환경의 특성에 기인 한 것이겠지만 중국전체의 화물운송수단별 물동량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수운(水運)의 비중이 단순 운송량 기준으로 11.2%를 차지하지만 톤킬로 환산 운송량 기준으로는 무려 47%나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라뱃길이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고 철지난 이야기지만 경부대운하의 물류적인 활용도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가끔은 물류논객들의 술자리 안주로 회자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내하수계 물류의 위상은 사뭇 위풍당당하게 보인다. 


또한, 이러한 내하수계 물류에 일조를 하는 것이 양자강(揚子江)과 황하(黃河)이다. 황하와 양자강 역시 서에서 동으로 흐르며 고대로부터 중국의 물자이동에 중요한 루트로 이용되어 왔고 현재도 내하수계 물류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3,000톤급 대형선박이 양자강의 수로를 이용 해 중경(重慶)까지 드나들고 양자강을 내려와 양산항에서 환적을 하면 전세계 어디로든 수출이 가능하다.


중국의 지명을 보더라도 양대 강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황하 이북의 지역을 하북(河北)이라고 하고 이남 지역을 하남(河南)이라고 부른다. 양자강의 이북을 강북(江北)이라 하고 이남 지역을 강남(江南) 이라고 한다. 중국 전체를 남북으로 구분하는 북방(北方과)과 남방(南方) 역시 그 분계점이 양자강이고 보면 예로부터 양대 강의 중요성이 충분히 미루어 짐작이 간다. 덕분에 양자강 이남의 남방지역에는 난방시설 설치가 허용되지 않아 상해의 겨울은 으슬으슬한 추위가 뼈속까지 파고드는 것이 상당히 고통스럽다. 


바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바다는 4해(海)로 분류 하는데 한반도와 마주하고 있는 요동반도와 산동반도로 둘러 싸여 있는 것이 발해(渤海)이다. 그리고 양자강을 중심으로 그 이북의 바다를 황해(黃海)라고 하고 이남의 바다가 동해(東海)이다. 상해 앞바다에 있는 세계최대의 컨테이너 항구 양산항(洋山港)과 상해를 연결하는 다리가 “동해대교(東海大橋)”인 이유는 양산항이 동해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양산항이 양자강 이북에 위치 해 있었더라면 아마도 다리의 이름이 “황해대교”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남쪽의 해남도와 홍콩 지역의 앞바다가 남해(南海)라고 부르는 지역으로 늘상 영토분쟁으로 시끄러운 남사군도(南沙群島)가 있는 곳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던가? 광활한 영토를 가진 만큼이나 티벳이다, 신장이다, 남사군도에 조어도 까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가진 사람이 더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싶다.  비록 가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한반도가 진정한 동북아의 물류중심지로서의 역할을 다한다면 경항운하와 양자강이 부럽지 않은 대한민국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표1) 화물 수송 수단별 물동량(2012년) 자료: 한국무역협회 중국물류포털

2012년/운송량(억톤킬로)/비율/운송량(억톤)/비율

철도/29,187/17.17%/39.04/9.59%

도로/59,992/35.29%/322.13/79.18%

수운/80,654/47.44%/45.57?11.20%

항공/162/0.10%/0.054/0.01%

합계/169,995/100%/406.8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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