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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과소비와 값싼 요금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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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10. 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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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산업연구원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택배는 전 국민의 생활 필수 서비스로 정착됐다. 이러한 택배 서비스가 갑자기 멈추기라도 한다면 대정전과 같은 사회적 혼란은 물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할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택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 및 임금조건의 개선을 통해 택배 서비스업이 질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정부와 기업들이 앞장서야 한다. <editor>


글. 김천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그 무덥던 여름도 계절의 변화 앞에 어쩔 수 없는지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 어느 해보다 덥고 습했던 지난 여름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대정전 가능성’을 강조하며 뚜렷한 전력수급 대책없이 절전만을 강조하던 정부의 전력위기 대응정책 때문에 에어컨이 있어도 냉방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에서는 누군가가 우스개 소리로 에어컨에 “이 에어컨은 가장 더울 때 켜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를 붙여서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모두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값싼 전력요금 때문에 사람들이 부족한 발전설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기를 쓰게 되고, 심지어는 다른 연료를 사용하던 산업용 설비, 가정용 냉난방기기마저 에너지 효율이 더 낮은 전기로 대체하면서까지 전기를 쓰다 보니 전기 사용량이 해마다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국내 물류산업에서 택배분야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는 1인당 한 달 평균 10상자를 택배로 주고받는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 쓰레기 수거일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종이 박스들을 보면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국내택배 취급실적은 물량기준으로는 14억 600만 박스로 전년대비 8.2% 성장하였으며, 매출액 기준으로는 3조 52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TV 홈쇼핑, 인터넷 쇼핑의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도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하니 소비자의 택배이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택배시장은 계속해서 그 규모가 커져갈 것이다. 


반면, 택배 평균운임은 계속해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 택배 평균단가를 살펴보면, 택배 단가는 1997년까지는 인상되다가 1998년 이후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한다. 2012년 평균 택배운임은 박스당 2506원으로 가장 비쌌던 1998년 4733원에 비해 47.1%나 하락했다(명목가격 기준이니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인 택배운임 하락폭은 더 클 것이다). 평균 단가는 택배시장 전체 매출액을 전체 물동량으로 나눈 값인데, 평균 단가의 하락은 물동량 증가율에 비해 매출액 증가율이 낮다는 의미가 된다. 그만큼 택배업체 간에 가격경쟁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택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터넷 쇼핑몰 등 상품 판매자 측에서 제공하는 ‘무료 배송’ 조건이나 배송료를 부과하더라도 상품 거래를 위해 왕복하는 교통요금에도 못 미치는 낮은 택배 요금이다 보니 ‘택배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표1> 택배운임추이 (단위: 원, 년)

5000원/4500/4000/3500/3000/2500/2000/1500/1000/500/0

4155원/4733/4317/3874/3654/3638/3473/3463/3296/2967/2774/2472/2343/2299/2312

1996년/1997/1998/1999/2000/2001/2002/2003/2004/2005/2006/2007/2008/2009/2010/2011

자료: 한국통합물류협회.


일반적으로 택배운임은 화물의 크기(중량 혹은 부피)와 운송되는 지역(거리)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또, 운송시 위험하거나 추가적인 노동력이 필요한 화물에 대해서는 할증요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운송거리와 관련해서는 발송지와 도착지가 같은 권역이면 동일요금을 부과하고 그 이외의 다른 권역은 타권역 요금을 부과하는 체계이다.


그러나 소비자(택배 수요자) 입장에서는 상품 판매자 측에서 제공하는 ‘배송비 무료(일정 금액 이상 구매시)’ 조건이나 배송비를 부과하더라도 상품 거래를 위해 왕복하는 교통요금(시간가치 포함)에도 못 미치는 낮은 택배 요금이다 보니 ‘택배 과소비’를 하게 된다. (면밀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이로 인한 교통, 에너지 측면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택배 수급 균형을 맞추는 문제는 오로지 택배 서비스 업체(공급자)의 몫이 되었다. 그러나 가격 경쟁으로 확보한 물동량의 원활한 배송을 위한 인력 및 차량확보 문제가 쉽지는 않다.


특히,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기간은 밖에서 볼 때는 택배업에게 대목처럼 보이지만, 택배업 종사자들에게는 전쟁이라고 한다. 늘어나는 물동량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허덕일 뿐 임금 보상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리라. 


또한, 택배서비스를 위한 인력확보가 제대로 안되면 그만큼 노동강도는 강해지고, 서비스의 질은 저하되고, 추가적인 인력 이탈이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택배 서비스는 이제 온 국민의 생활 필수 서비스로 정착되었다. 이러한 택배 서비스가 갑자기 멈추기라도 한다면 대정전과 같은 사회적 혼란은 물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할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택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 및 임금조건의 개선을 통해 택배 서비스업이 질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수한 택배 서비스 인력(차량 등)이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하고 택배 시장의 질적인 성장과 택배업체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순선환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도 단순히 ‘배송비 무료’의 함정에 빠진 택배 과소비가 아니라 택배 서비스 가치에 따른 적정 택배 운임(현재보다는 높아질 가능성이 많음)을 부담할 수 있다는 “상생”의 소비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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