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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여걸(女傑)의 출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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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10. 3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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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있어 물류는 진정 거리가 먼 직종일까? 과거 물류업의 범위가 수송이나 보관, 하역 등 물리적인 근력이나 남성적인 요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국한 되던 시절에는 여성들이 감당하기에 물류라는 직종이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정교함이 미래의 첨단물류산업에 있어서 더욱 필요한 요건으로 볼 수 있어 여성들의 물류업 진출 확대가 장기적으로 국가물류경쟁력 제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editor>


“반비앤티앤(半邊天)” 세상의 절반을 받치는 것은 여성

글. 이슬기 로지스씨앤씨 대표


“최근 첨단물류산업에 있어 물류정보나, 컨설팅, 주선업 등 물류업의 범위가 다양할 뿐 아니라 정보·통신산업의 발달로 근력이나 물리적인 요건 보다는 지적능력이 더욱 필요로 하는 영역이 많아진 만큼 더 이상 물류업을 남성편향의 직종이라고 보기 어렵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온 중국의 국영물류기업 총경리가 암으로 투병 중 이라는 소식을 얼마 전 들었다. 10여 년 전, 처음 만나 악수를 나눌 때의 그 당당한 모습과 그 이후 여러 해 동안 다양한 한중간 물류사업을 같이 추진해 오면서 보았던 시원시원한 일처리가 여느 호탕한 남자 저리 가랄 정도의 여걸(女傑)이었는데…. 하루빨리 완쾌되어 그 호방한 일처리와 웃음소리를 다시 듣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실 중국기업에서 여성 CEO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아마도 동양적인 사고관에서는 아직도 여성 CEO에 대해 평상적임 보다는 특별함이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고, 전통적으로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조직구조가 모든 분야에 걸쳐 뿌리 깊게 자리를 잡아 온 상태이다 보니 여성 CEO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친숙하게 와 닿지 않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런 현상이 비단 중국만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여권이 상당히 신장된 중국사회 전반의 분위기에 비추어 볼 때 여성 CEO의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 3월 컨설팅 업체인 그랜트손톤(GRANT THORNTO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여성 CEO 비율은 2011년 20%, 2012년 21%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여성 CEO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태국으로 49%에 달하고, 그 다음이 덴마크 45%, 독일 40% 순이다. 반면 여성 고위경영진(Senior Management)비율에서는 중국이 51%로 가장 높고 일본은 7%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가 방증하듯 중국에서 여성 CEO를 찾기는 힘들지만 여성 간부나 임원들은 흔히 접할 수 있으니 보고서의 내용이 나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국영기업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비록 대부분의 국영기업 CEO가 남성이지만 독립된 업무공간이나 사무실 뒤편에 자리 잡은 이들 중 여성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은 중국의 국영기업을 방문 해 본 사람이면 한번쯤은 느꼈을 것이다. 물론 일반기업이나 외자기업의 경우는 아무래도 국영기업보다는 고위직 여성의 비율이 덜하다.


그러나 마오쩌뚱(毛澤東)이 이야기한대로 반비앤티앤(半邊天)은 이미 상당부분 중국의 현실이 되어 있고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최고의 여성고위직 비율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여성 CEO비율 또한 최고를 기록할 날이 머잖아 올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물류기업의 여성 CEO나 고위직 비율은 어떨까? 관련 보도나 적절한 통계자료를 구하기가 마땅치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기업의 상황보다는 더욱 저조 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적으로 물류기업의 이미지 자체가 여성들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고 실제로 업무내용이나 특성도 남성적인 요소가 많다 보니 더욱 그럴 것이다. 예의 투병중인 총경리가 필자가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물류기업의 여성 CEO이고, 중국에서 수없이 만난 사람들 중에 물류기업의 여성 CEO를 본적이 거의 없다.


과연, 물류와 여성 CEO는 진정 거리가 먼 직종이라고 봐야 할까? 과거 물류업의 범위가 수송이나 보관, 하역 등 물리적인 근력이나 남성적인 요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국한 되던 시절에는 여성들이 감당하기에 물류라는 직종이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물류정보처리업이나, 컨설팅, 주선업 등 물류업의 범위가 다양할 뿐 아니라 정보·통신산업의 발달로 근력이나 물리적인 요건 보다는 지적능력이 더욱 필요로 하는 영역이 많아진 만큼 더 이상 물류업이 남성편향의 직종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정교함이 미래의 첨단물류산업에 있어서 더욱 필요한 요건으로 볼 수 있어 여성들의 물류업 진출 확대가 장기적으로 국가물류경쟁력 제고 요소로 작용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중국기업의 고위직 여성 비율이 세계최고라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떻게 보면 엄청난 경쟁력 요소를 한발 앞서 보유하고 있다고 해석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여성 물류전문인력이 학부나 대학원 등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배출되고 있고 여성들의 물류분야 교육에 대한 관심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별로 차이는 있지만 물류학과 또는 유관학과의 경우 여학생의 비율이 40%에 이를 만큼 관심이 뜨겁고 성적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학교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기업체 또는 정부기관 주관 공개강의 등을 다니다 보면 여성 수강생의 비율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무역실무’ 강의의 경우 전통적으로 여성 수강생의 비율이 높았고 최근에는 더욱 관심이 많아 여성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경우도 많아졌다.


반면, ‘재고관리’나 ‘국제물류’ 같은 강의의 경우 여성의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지만 최근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고 여성 수강생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다만, 이러한 여성 물류전문인력 배출증가나 교육참여상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 물류업계에서 여성CEO나 고위직자의 증가는 극히 미미한 편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여성 CEO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2013년 3월 CEO 스코어라는 기업평가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기업 1,784개사의 여성 CEO비율이 0.73%(13명)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4명 뿐이다. 여성 임원비율도 세계 최하위 수준인 1.9%로 꼴찌 일본(1.1%)과 별반 차이가 없는 형편이고 보니 한국은 여성 기업인의 황무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공공분야 여성 임원의 비율을 3년 이내 15%, 5년 이내 3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시대에 들어선 우리나라에서 이제 여성 인력에 대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 해 본다. 아울러 우리나라 물류산업 전반에 걸쳐 더욱더 많은 여성 물류인력들이 배출되어 대한민국 물류산업의 절반을 받쳐 주기를 바란다.


용어설명: 반비앤티앤(半邊天)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 받치고 있다“는 뜻으로 중국에서 여성의 노동력을 가정에서 벗어나 산업으로 향하게 직접적인 동기부여를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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