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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s는 왜 모자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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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11. 1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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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단순한 IT기업이 아니다. 제품 출시 전, 사전 예약을 통해 제품 판매 비중의 변화를 감지하고, 생산량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는 측면은 애플이 공급망관리(SCM)분야에서도 선도 기업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글. 푸우 ^^


지난 9월20일 전 세계 약 11개국에서 아이폰5s가 출시됐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전 세계 애플 매장 앞에는 발매를 기다리는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앞서 시작된 예약판매도 호황을 이뤘다. 


아이폰5s의 전(全)모델은 24시간 안에 모두 매진됐으며, 전 세계 모든 배송은 10월로 연기됐다. 아이폰5s/5c는 발매 첫 주에 900만대가 팔리며(아이폰5s 판매량은 약 700만대로 추정), 500만대를 판매한 아이폰5와 400대를 판매한 아이폰4S의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었다.


애초 시장 분석가들의 판매 추정치가 600만대(5s/5c 합산)였음을 감안하면, 실로 폭발적인 수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수치는 아이폰4에서 시리(Siri)와 함께 4S모델로 이동하며, 300만대 이상의 증가율을 나타낸 이래 최대의 증가폭이다.  


사실 아이폰의 발매 이후, 매진 사례는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실제 아이폰4의 경우 온라인 예약판매 실시 직후 60만대가 하루만에 팔려나가며 온라인 물량을 매진시킨 바 있다. 아이폰5도 첫 주에 500만대를 판매돼 매진된 사례가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로 출시된 아이폰 5s 샴페인 골드 모델은 판매 10분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외신 등 여러 매체의 추정에 따르면 샴페인 골드 모델의 공급량은 전체 공급량의 5% 정도였다고 한다. 필자는 ‘왜 이렇게 모자란 수량이 공급됐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조기 매진 연출을 통한 마케팅 효과를 노린 애플의 전략일까, 아니면 수요예측의 실패일까. 이것도 아니라면 생산수율의 문제일까. 사실 필자는 수요예측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분석해보고 싶었다. 

 

1. 아이폰5s는 약 700만대가 출하(Localytics 예측 수량)된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마케팅에 비중을 두고 매진을 노렸다면, 4S에서 5로 모델 변경이 이뤄질 때, 약 120%정도의 판매량을 예측해 대략 600만대 선에서 이미 매진을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판매량은 140% 이상으로 20% 이상 예상치를 상회했다. 즉, 애플은 최소한 120% 이상의 판매량 증가를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2.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샴페인 골드 버전의 지문인식 센서 수율이 공급량에 미친 영향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샴페인 골드 모델과 화이트 모델은 거의 같은 구성을 갖췄다(홈버튼 둘레의 금속띠 색상만 다르다). 만약 생산수율 문제라면 화이트 제품의 공급에도 문제가 있어야 했겠지만 이상할 만큼 공급이 적었던 것은 샴페인 골드 모델뿐이었다.

 

3. 애플은 10월 25일자로 한국을 비롯해 유럽 시장에 아이폰 5s를 공식 출시한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결국, 예약판매 이후로 증가된 생산량이 1차 출시한 국내의 수요와 2차 출시국의 준비수량을 모두 맞췄다는 증거로서, 생산수율이나 공급량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그 가능성이 낮다. 물론 과거에 1차 출시국과 2차 출시국간의 출시일 차이는 대략 14~21일 사이였던 것을 감안하면, 2차출시일이 예상보다 좀 늦춰진 감도 있다. 마찬가지로 2차 출시일이 보통의 15~20개국에서 35개국으로 확대됐음을 감안해도, 역시 생산능력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전체적인 수요예측 자체는 빗나갔지만, 생산수율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방증이다. 수요예측 자체를 볼 때도 애플 제품들이 일반적으로 보여준 120% 성장선을 상회하는 양이 예측된 것으로 보이며, 기존 분석가들이 차이나 모바일을 포함하여 6~700만대를 예상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애플의 수요예측에 큰 비난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애플의 색상별 수요예측에서 어떤 점이 잘못된 것일까? 필자가 애플 본사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은 내릴 수 없으나 몇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1. 골드 컬러 제품에 대한 수요층 예상 실패

신제품을 처음으로 구매하는 얼리어댑터들이 전제품과의 차별성을 가지는 제품을 구매하리라는 것을 예상할 때, 샴페인 골드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는 지금보다는 높게 평가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s대 모델들은 일반적으로 전 모델들과 외관상의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지만, 이번의 아이폰 5s는 5모델과 외관상의 명확한 차이를 줄 수 있는 제품이 샴페인 골드컬러였음을 간과한듯하다. 


2. 과거 애플 제품의 골드 수요에 대한 낮은 수요

전통적으로 아이팟 모델들 중 수요가 가장 색은 대부분의 경우 실버나  화이트 컬러였다. 골드 모델은 아이팟 미니 2G에서 한차례 출시된바 있지만, 곧 미니와 같이 단종됐고 이후 미니시리즈를 대체하기 위해 출시된 나노 시리즈에서는 발매되지 않았다(나노 시리즈 중 노란색이 있어 일부 리뷰에서는 골드로 표기했지만 판매자 혹은 대부분의 리뷰에서는 노란색으로 표기).


이는 전통적인 애플 구매자들의 골드 색상에 대한 낮은 수요를 반영하는 것으로, 아마도 5s  발매에서도 상대적으로 샴페인 골드 모델에 대한 수요예측이 낮았던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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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애플은 예약 판매 개시 직후에 샴페인 골드 버전의 비율을 총 생산량의 약 30% 수준까지 끌어올리려고 준비 중이거나 혹은 이미 끌어올린 것으로 전했다. 


성공적으로 생산계획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애플은 2차 출시국의 발매 시점에는 골드제품을 부족하지 않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의 수요예측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지만, 사전 예약을 통해서 제품 판매 비중의 변화를 감지해 생산량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연성은 애플이 단순한 IT기업이 아니라, 공급망관리(SCM)분야에서도 선도 기업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더군다나, 애플이 직접 자체 공장을 가지고 제조를 하지 않고, 협력업체를 통해서만 생산을 진행함을 감안한다면, 이처럼 과감한 결정과 유연한 실행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많은 제조 기업들에게서 생산계획은 생산 효율성과 비용 최소화를 최대의 가치로 두고 운영된다. 


하지만 애플의 이번 사례는 수요예측이 태생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오차라는 부분을 생산계획의 유연성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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