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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담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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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11. 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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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애연가들이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담배만 핀 모택동은 83세를 살았고, 술·담배 둘다 한 등소평은 93세를 살았다. 술·담배에 여색까지 밝힌 장학량은 103세를 살았다. 그만큼 중국인들의 담배사랑은 유별나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건 아는 사람이건 만나면 악수 다음 인사가 담배 권하기다. 중국의 흡연자는 약 4억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이 하루에 한 개피만 펴도 4억개피이고 10개피를 핀다면 하루 40억 개피의 담배를 피우는 셈이니 개인의 건강은 물론이고 대기오염 문제까지 생각해야 할 상황이다. <editor>



중국인들의 담배사랑

글. 이슬기 로지스씨앤씨 대표(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몇 해 전 춘절(春節, 한국의 설날) 때의 일이다. 중국에 나가있는 항공사 직원 친구가 공항 화물조업사 간부들에게 춘절선물을 한다며 출장길에 한국 면세점에서 ‘중화(中華)담배’를 사다 달라고 연락이 왔다. 중화 담배는 중국에서 최고급 담배로 대접받는다. 면세점 가격이 미화 60불 정도고 시중에서 사려면 담배 한갑에 우리돈 만원 정도이니 서민들로서는 결혼식 피로연에서나 얻어 필까 자기돈 주고 사 피우기에는 사치스러운 담배다. 그러다 보니 가짜가 워낙 많아 한국면세점에서 사온거면 100% 믿을 수 있고 선물로는 그만이란다. 항공사 공항 지점장이 큰 돈 쓸 여력은 없고 담배 몇 보루 돌려 춘절밑에 기름칠이라도 해놓을 요량으로 필자에게 부탁한 것이다. 그나마 작은 비용으로 인사를 할 수 있으니 감사할 뿐이라나.


중국인들의 담배사랑은 유별나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건 아는 사람이건 만나면 악수 다음 인사가 담배 권하기다. 상대가 담배를 피든 안피든 일단 담배 한가치를 권하고 본다. 상대가 안피는 사람이면 그걸로 끝나지만 담배를 피는 사람이면 미팅시간 내내 담배 권하기를 계속한다. 담배를 피지 않는 입장에서는 회의실이 화생방훈련실 저리 가랄 정도의 고통스러운 장소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회의실을 박차고 나갈 수도 없는 일. 꾹 참고 한두 시간 미팅을 마치고 나면 핀 사람이나 안핀 사람이나 별반 차이 없이 온몸에 담배냄새가 진하게 배인다. 


중국에서 담배를 제일 많이 피는 사람들은 당연히 중국사람들이다. 그 다음은 일본인들이 아닐까? 워낙 흡연인구가 많은 일본에서도 최근에는 아무데서나 함부로 담배를 못피다 보니 중국에 온 일본사람들은 끽연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은 우리 한국인들이다. 한국에서는 길거리에서도 함부로 못피는 상황이다 보니 중국은 그야말로 흡연자들의 천국이다. 지하철이나, 기차역, 공항 등 공공시설이 아닌 다음에는 웬만한 곳에서 담배 좀 피운다고 뭐랄 사람은 없다. 압도적으로 많은 중국인 흡연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물고 있으면 수많은 흡연자들 중 한명일 뿐이다. 한술 더 떠 사우나에서도 중국인들과 섞여 따뜻한 사우나물에 몸을 담그고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한국에서 누려보지 못한 일탈을 즐겨본다.


요즘은 중국에서도 엘리베이트 안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예전에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보니 엘리베이트 타는 일도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 부녀자들이 엘리베이트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을 나무라지만 들은 척도 안한다. 하긴 그런 지적을 받아 들일사람이라면 엘리베이트 안에서 담배를 물고 있겠는가? 길거리에 서서 말싸움하다 남자에게 귀싸대기를 날리는 거센 한족 아줌마들도 담배 피는 것 가지고는 그다지 심하게 뭐라고 하지 않는걸 보면 중국인들이 확실히 담배에 대해서만큼은 비교적 관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에서도 담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의 결혼식 피로연장에 가보면 신랑과 신부가 하객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인사를 하는데 보통 신랑은 술을 권하고 신부는 담뱃불을 붙여준다. 이때 등장하는 담배는 당연히 고급담배라 어떤 이들은 담배를 안피지만 담배를 받아서 가져 가기도 한다. 신랑 신부의 형편에 따라 담배 종류가 다르지만 때로는 황학루 같은 최고급담배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 한갑에 우리돈 3만원 정도 하니 웬만큼 돈 있는 집안 아니면 수백명 하객에게 이런 담배를 내 놓기는 쉽지 않다.


중국의 담배는 인구만큼이나 다양하고 종류가 많다. 지방마다 수없이 많은 담배제조회사가 있고 수없이 많은 종류가 시판되는 관계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이름이 좀 알려진 담배만 약 200가지 정도다. 그중에는 우리돈 200원 정도하는 지극히 저렴한 담배가 있는가 하면, 한국사람들이 즐겨 피는 중남해(中南海), 그리고 황학루, 홍하, 진룡, 남경(南京)과 같이 한갑에 우리돈 3만원~5만원 정도 하는 최고급 담배도 있다. 


2012년 초 칭화대(淸華大) 100주년 기념으로 1만위안 짜리 황학루 담배가 나온 적이 있다. 글쎄, 우리돈 200만원 가까이 하는 이 담배를 누가 사 피웠는지, 수집을 했는지는 몰라도 자본주의 사회보다 더 자본주의 냄새가 물씬 나는 대목이다. 


중화(中華)나 홍타산(紅塔山), 윈옌(雲煙) 같은 담배들은 홍학루 만큼은 아니지만 고급담배의 대명사로 불리며 과시하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기호를 맞춰주고 있다. 가끔 황학루를 기세 좋게 내놓고 권하는 총경리들이 있는데, 담배를 피지 않더라도 이런 담배를 권해오면 안목이 있다는 둥 접대성 멘트 하나 정도는 날려줘야 제대로 손님 대접 받는다.    


비싼 담배가 많다보니 가짜도 많다. 중국어로 ‘짝퉁’을 산자이(山寨)라고 하는데 술과 더불어 담배 역시 산자이가 많다. 비싼 담배일수록 산자이가 많아 주의해서 사야한다. 오죽하면 마오타이주 사장도 출장 갈때면 자기공장에서 생산한 마오타이를 차에 싣고 다닌다고 할까? 그래서 한국에서 그것도 공항면세점에서 사온 ‘중화’ 담배는 중국에서 파는 ‘중화’와 다른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보통 중국 출장길에 오랜 거래처나 중요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사가곤 하는데 이럴때는 비싼 양주보다 담배가 더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 중국인들이 양주를 그다지 즐기는 편도 아니고 웬만한 양주보다 중국술이 더 비싼 경우가 많아 ‘중화’ 담배 한두 보루면 비용도 적게 들고 훨씬 효과있는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한국담배를 선물로 사다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다지 권장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우리 입맛에는 우리 담배가 맞겠지만 독한 담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는 순한 우리담배가 맹숭맹숭한 물맛같이 느껴진다고 하니 그다지 입맛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담배에는 공통적으로 향초냄새 같은 독특한 향이 들어 있어 애연가들이 담배를 선택하는 기준으로도 삼을 정도이니 부드러운 향의 우리담배와는 거리가 있다.   


중국인의 애연가들이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담배만 핀 모택동은 83세를 살았고, 술·담배 둘다 한 등소평은 93세를 살았다. 술·담배에 여색까지 밝힌 장학량은 103세를 살았다. 과연, 그런 유명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도 그렇게 장수했다니 놀랄 일이다. 그렇지만 흡연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운명은 아닐터 흡연왕국 왕서방들도 이제는 생각을 좀 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중국의 흡연자는 약 4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하루에 한 개피만 펴도 4억개피이고 10개피를 핀다면 하루 40억 개피의 담배를 피우는 셈이니 개인의 건강은 물론이고 대기오염 문제까지 생각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대기오염이 각종 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뉴스보도가 잇따르고 있고 중국의 환경보호부 스스로도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죽하면 중국인들의 굽고 튀기는 식문화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분진도 위협적이라며 거리의 양꼬치 노점상들에게 벌금을 매기기도 할까마는 전시행정 수준이다. 그보다는 중국인들이 금연하는것이 스스로는 물론 이웃 국가인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십수년전 처음으로 중국땅을 밟고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며 고군분투 하던 시절, 북경의 어느 공중화장실에서 일렬로 쪼그리고 앉아 독한 중국담배를 물고 일을 보던 생각이 난다. 문이라고는 아예 없고 지저분한 시멘트 바닥에 일렬로 구멍이 뻥뻥 뚫려 있어 아무데나 빈칸에 앉으면 되는데 맞은편에도 사람들이 앉아 있다. 맞은편을 쳐다보자니 민망하고 옆 사람을 쳐다보기도 우습고,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난감해 시선을 내려깔고 줄담배를 피웠던 기억이 난다.  


담배가 몸에 나쁜건 알지만 그때는 그렇게 부대끼며 중국을 배웠고 지금은 담배와는 전혀 친하지 않은 삶을 살며 그때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늘어놓곤 한다. 필자 역시 과거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애연가였고 독한 중국술에는 독한 중국담배가 제일이라며 객기를 부리곤 했다. 


그렇지만 역시 담배는 백해무익한 물건이다. 금연한지 올해로 10년째 접어드는 이 즈음에서 다시금 느끼는 일이지만 정말 담배 끊기를 잘했다 싶다. 이 글을 읽는 선후배 물류인 여러분들께서도 하루빨리 담배와 영원한 작별을 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비록 중국 출장갈 때 ‘중화’담배 선물을 사가는 일이 있더라도 본인이 필 담배를 사는 일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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