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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아마존 “안녕들 하십니까?”

INSIGHT

by 김편 2014. 3. 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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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후버 



“당신이 만약 제프 베조스(아마존닷컴 CEO)라면 한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 생각을 해보자. 온라인 판매왕에서 물류왕으로 변신 중인 아마존의 한국 유통시장 점령기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존과 구글은 현재 지구상에서 물류의 판을 흔들 만한 능력을 가진 몇 개 안 되는 기업이다. 판을 흔드는 능력, 우리가 이들을 두려워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말 미국 기업 한 곳이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는 뉴스가 있었다. 본래 서적 유통에서 시작했으나 이제는 없는 것이 없는 종합쇼핑몰이자 오픈마켓이 되었고, 온라인 전자상거래 특성상 물류(택배) 서비스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물류기업보다 더 잘하는 물류관리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또 실물 배송을 하면서도 보란 듯이 e북(전자책) 같은 온라인 컨텐츠 판매에 열을 올리는 무척 특이한 회사다. 인증 따위는 관심도 없는 초간단 신용카드 결제와 전 세계 구매 고객이 만든 빅 데이터를 토대로 한 구매 권유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온라인 관리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바로 아마존의 한국 상륙 작전 이야기다. 아마존은 이미 2012년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에 발을 들여놓았다. 얼마나 큰 화제가 되었으면, 온라인 콘텐츠 전문가부터 오픈마켓 판매업자들, e북 출판업자들, 창업컨설팅업자들까지 나서서 아마존의 한국 진출에 대해 갑론을박 말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아마존의 한국 진출 소식이 증권가 ‘찌라시(정보지)’에서 나왔을 것이며, 액티브X 등 국내 신용카드 결제 관련 규제, 제한된 e북 시장 등을 근거로 한국에서 아마존은 절대 기를 못 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필자는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상상은 가능할 것 같다. 당신이 만약 제프 베조스(아마존닷컴 CEO)라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 것이며, 어떻게 한국시장을 공략할 것인지 말이다. 이러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그 답이 쉽게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제프 베조스라면 호되게 비싼 수입품 가격이 싫어서 영어 울렁증을 각오하고, 영문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비싼 배송비를 감수하고서도 해외배송대행 기반의 직구를 감행하는 한국이라는 곳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 같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아마존 오픈마켓에서 판매자(Seller)로 활동한다. 


전자상거래 거래액이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e북이나 온라인 콘텐츠 구매가 늘고 있으며, 젊은 세대의 온라인 쇼핑에 대한 거부감이 낮다. 더욱이 4000만명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젊은층 대부분이 아마존이 어떤 회사인지 어지간하면 안다. 이 정도면 시장 인프라는 오케이(OK). 킨들 파이어만 잘 팔고, e북 생태계만 잘 구축해도 해볼 만 한 것이다.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직구의 편의성 증대는 무조건이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을 환영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비싼 수입물가에 염증을 느끼고 있고, 직구가 편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실제 필자도 7년 전 국제공인자격증 취득을 위해 원서 한권을 아마존에서 구매했다. 한국으로 직배송을 해 주지 않아서 선택한 방법은 아마존 일본(JAPAN)! 일본의 지인에게 배송지 주소를 지인의 사무실로 할 테니 필자에게 다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약 2주일만에 원서를 받았다. 생각해 보니 한국과 일본은 얼마 멀지도 않은데 미국으로부터 일본으로 직배송은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미 7년 전부터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한국은 액티브X에 근거한 복잡한 신용카드 결제를 한다는데…. 이걸 아마존도 가져갈 경우 아마존의 특장점은 사라지는 것 아닌가? 사라지는 것 맞다. 하지만, 이건 어떻게든 해결해야겠지. 우울한 이야기지만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아마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게다가 앞서 쓴 것처럼 10분만 영문 사이트 봐도 속이 울렁거리는 한국 쇼핑객에게는 한글 사이트를 제공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한국 진출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 물건도 좀 팔아야겠네. 여기서 아마존의 정체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마존은 오픈마켓이다. 국내 오픈마켓과 비교해서 장점이 있다면 거기에 진출할 판매자들은 많다. 게다가 요즘은 한류의 시대 아닌가? 한국 물건을 한국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팔기로 결심했다면 아마존만한 환경도 없을 것이다. 아마존은 세계 각국에 현지어 사이트가 있기 때문이다.


직구(직접구매)의 편의성을 높이려면 우선 물류인프라가 확보되어야 한다. 혹자는 이케아(IKEA, 스웨덴 가구기업)가 땅을 샀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이케아의 한국진출이 가시화된 반면, 최고의 물류관리 능력을 가진 아마존이 한국에서 물류센터 짓고 있다는 소리 들은 적 없으니 아마존의 한국 진출은 헛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생각해보자. 매장 자체가 물류센터를 겸하는 초대형 오프라인 매장인 이케아하고 온라인 기반의 아마존을 비교하는 것은 시각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한 유통업계는 물량이 있어야 물류센터를 오픈한다. 홈플러스는 1997년 대구 1호점 개점 후, 6년이 지난 2003년이 돼서야 자체 물류센터를 오픈했다. 코스트코(COSTCO)는 한국 진출 10여년 만에 평택에 자체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예스24도 처음부터 총알배송을 한 것은 아니다. 아마존 일본도 마찬가지다. 2000년 사업을 개시했으나, 자체 물류센터 1호는 2005년 이시카와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er)가 그 시작이었다. 게다가 2013년 들어 8조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함에 따라 2013년 4월에 아마존 일본 12번째 물류센터이자 건평 6만평이 넘는 초대형 물류센터 오다와라가 개장한다. 이러다가 아마존에 주문하면 일본에서 배송되는 거 아닐까. 다행히 아마존의 물류센터들은 도쿄 인근을 비롯해 간사이 지방이다. 후쿠시마하고는 좀 멀다. 


또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의 독특한(?) 택배산업 구조에 막히면 제 아무리 아마존이라도 별 수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특급배송 서비스는 미국처럼 땅 넓은 나라에서나 통하지 한반도에 적합한 수단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마존의 특장점을 너무 쉽게 망각해 버리지는 않았을까. 다음 웹툰 '미생(未生)'에서 나온 것처럼 벗어날 수 없는 판이라면 그 판을 흔들어 버리면 되는 일 아닐까. 


아마존과 구글은 현재 지구상에서 물류의 판을 흔들 만한 능력을 가진 몇 개 안 되는 기업이다. 판을 흔드는 능력, 우리가 아마존을 두려워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택배요금이 항상 2500원이라는 법이 있는 건 아니다. 요금 조금 더 내고 배송시간을 지정해 버리는 방법도 있다. 또 요금 조금 더 내고 배송날짜를 지정해 버려도 된다. 게다가 요금 조금 더 내고 파손제로 서비스를 도입 못할 이유도 없다. 아마존 일본에서 하고 있는 편의점 수취 서비스는 어떨까. 아마존처럼 기존의 판을 열심히 흔들어온 기업이라면 못할 이유도 없다. 물론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한국 물건을 팔 때를 전제로 가능한 이야기다. 직구족(직접구매족)들한테는 배송대행 수수료와 운임보다 경쟁력 있는 단가만 제시해도 승산이 있다. 


2년 전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에도 참 조용했다. 그런데 막상 진출이 확정되자 뚜겅을 열어보니 벌써 3곳에 부지를 물색하고, 매장이 들어설 땅을 이미 사놨다. 


아마존의 한국 입성. 온라인 쇼핑, 오픈마켓, e북,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류까지 만약 필자가 상상한 대로만 된다면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임에 틀림이 없다.  


새로운 희망(New Hope)이냐, 제국의 역습(The Empire strikes back)이냐, 아니면 제다이(아마존을 이길 새로운 영웅적인 기업)의 귀환(Return of the Jedi)이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설(說)은 설(說)일 뿐 현혹되지 말자”는 이야기인줄은 모르겠다.

다만, 아마존의 한국 상륙작전이 이미 시작됐다면 필자가 앞서 지적한 부분을 관전 포인트 삼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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