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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서비스의 역사] 퀵서비스, 디지털이 불러온 투자 그리고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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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8. 12.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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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서비스의 역사] 한국식 우버? 10년 전부터 있었다고! ③

전산화가 불러온 시장 투자, 그리고 함께 따라온 진통들

 


 

글.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

 

Idea in Brief

퀵서비스 시장의 디지털화로 인해 모든 정보들이 전산 데이터로 기록되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 내·외적 투자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며 시장 규모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다만 급격한 변화와 성장에는 진통 또한 따라왔다. 한국 퀵서비스 시장만의 독특한 구조로 하여금 많은 투자자들 및 그들이 운영하던 사무실이 시장을 떠나야했다.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이번에는 정산·세무 이슈였다. 수많은 업체들이 막대한 양의 세금으로 인해 폐업하거나, 매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퀵서비스 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결국 주문자와 서비스 제공자 모두가 만족하는 시장으로 과연 퀵서비스는 성장할 수 있을까.

 

‘권리금’이란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 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을 양도하거나, 혹은 이를 이용하게 할 때 보증금, 차임, 이외에 금전 등의 대가를 말한다.

 

퀵서비스도 돈이 오가는 사업이니 응당 ‘손바뀜’에 권리금이 오간다. 자리의 중요성은 떨어지더라도, 전화 번호 하나로 모든 업무가 진행 되는 퀵서비스 사업의 특성상 전화번호를 매매 하면 그에 따라 거래처는 자연스레 손바뀜 되었다. 각자의 사연 속에 이런저런 매매가 이루어지며 퀵 시장은 흐르고 흘렀다.

 

사실 기존 퀵서비스업이라는 것이 대체로 영세하고, 데이터화 되지 못했으면서, 나름의 허들이 존재 했기에 외부 자본이 들어오는 일은 많지 않았다. 때문에 서비스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등 대중들에게 보다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으면서도, 외부가 아닌, 주로 내부에서의 재투자가 이루어졌다. 그 투자 방식은 크게 2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전편에서 언급했던, 114라고 하는 외부 영업에 자금을 쏟아 확장을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다른 퀵서비스 사무실을 인수하여 사세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방식은 아무래도 즉각적인 투자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웠고, 투입되는 자본에 비해 그 결과 또한 불확실했다. 반면 두 번째인 사무실 인수 방식은 신중한 검토만 선행된다면 확실한 사업 확장이 가능했다. 나아가 사무실 인수의 경우 해당 사무실의 내부 직원 및 기사 인력까지 추가로 확보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인수 과정에는 당연히 권리금이 존재했다. 그 가격은 현재까지 거의 하락 없이 상승했으며, 또는 일정 가격으로 꾸준히 유지돼왔다. 그 이유는 매출에 있다. 월매출이 1억 원인 퀵서비스 사무실이 매매되면, 해당 매출은 거의 유지되기 때문이다. 물론 관리여부에 따라 매출이 줄 수도 있지만, 최소 70%는 남는다. 때문에 매매 가격은 꾸준히 오를 수밖에 없었고, 높은 가격으로 인해 사무실 인수는 흔치 않은 투자방식이었다.

 

디지털화, 시장 투자, 그리고 ‘퀵’만의 특수성

다만 그 가운데 퀵서비스 시장 투자에 새 바람을 일으킨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디지털화다. 과거(또는 아직까지도) 수작업과 장부에만 의존하던 퀵서비스 업무방식에서 전산으로 오더 등 업무 전반을 기록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자 사무실 간 인수 및 매매 거래는 훨씬 더 활발히 이루어졌다. 핵심은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생겼다는 점이었다. 디지털 전산 기록이 쌓이자 매매 전반에 대한 신뢰가 상승한 것이다.

 

더불어 디지털화를 통해 생긴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는 기존 퀵서비스 업계 내부에서 투자 및 재투자 되던 형태를 벗어나, 외부 자본이 다량 유입됐다는 것이다. 업계 외부 자본이 투자되는 형태 또한 크게 2 가지였다. 하나는 사무실 인수 후 이미 운영 중인 업체, 일명 ‘콜센터’에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이고, 나머지 하나는 투자자 본인이 직접 조직을 꾸려 운영하는 형태다.

 

후자의 경우 이미 사무실을 운영 중인 지인의 소개로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미 잘 운영되고 있으니 투자만 하면 매달 수익을 만들 수 있다’, ‘사업과 관련해 직접 운영할 필요도, 그 외 신경 쓸 거리도 없다’라는 말과 현재 운영 중인 사무실의 실적을 제시하며 홍보하는 것이다. 투자는 대략 1~5억 원 정도 선에서 이루어 졌다. 사무실을 인수해 명의는 투자자로 하되, 운영에 걸친 전반적인 업무는 콜센터에서 했다. 정산에 관련된 부분만 서로 합의하면 되었기에, 허들이 그리 높지 않은 관계로 한 때 꽤나 많은 건이 성사 되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업체를 운영하는 콜센터 측에서 투자자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명 ‘칼치기’ 등 불법행위를 통해 콜센터의 수익만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오더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당연히 급격한 거래처 감소로 이어졌다. 운영 6개월 만에 거래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거나, 1년 만에 기존의 30%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고는 했다. 당시 이 같은 운영을 주도한 특정 콜센터들이 있었으니, 안타까운 점은 그중 아직까지도 거대한 규모로 운영을 이어오고 있는 업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콜센터들이 방만한 운영을 일삼았던 것은 아니다. 몇몇 정직한 방법으로,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운영을 이어오고 있는 콜센터들이 있다. 다만 콜센터의 수익률이 조금 떨어져 성장이 더딘 측면이 있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의 입장에서 다른 업종에 비해 괜찮은 투자라는 생각에는(운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련해 고민할 필요가 없기에) 변함이 없다.

 

한편 투자자가 사무실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투자다. 이 같은 방식은 대체로 관련업종의 중역을 퇴직한 분이나, 넓은 인맥을 보유한 분들이 본인의 영향력을 활용해 기본적 오더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인맥 중심의 오더만 가지고는 사업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었다. 때문에 퀵서비스 사무실을 인수하여 운영조직과 기사를 확보하고, 거기에 본인 인맥관련 오더를 추가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자금 규모는 대체로 3~6억 원 정도였는데, 인수대금과 두 달 정도의 사무실 운영 자금을 포함한다. 이것만으로 될까 싶겠지만, 퀵서비스 사업의 장점은 거래처와 거래 종료만 되지 않으면 현금은 늘 제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투자자는 오롯이 자신의 사업으로 퀵서비스 사무실을 꾸려나갈 수 있으며, 본인이 직접 관리 및 운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허나 사무실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 퀵서비스 기사들은 자유롭고 즉흥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분들과 일 해본 경험이 없는 운영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퀵서비스 운영은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지기에 접수와 배차, 그리고 정산에 있어서는 크게 어려운 점이 없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출퇴근하며, 자사와 타사를 가리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오더를 수행하는 퀵서비스 기사들과 일 해본 경험은 없었을 것이다. 경험이 있는 사람도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막대한 투자로 크게 사업을 시작한 곳이라도 대부분 2~3년 만에 폐업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유명한 투자사례를 들어보면, 2008년경 일본계 투자가가 2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그들만의 스타일, 보다 자세한 데이터와 꼼꼼한 일 처리 방식으로 사무실을 운영했다. 하지만 한국 퀵서비스 특유의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채, 데이터만 남기고 사라졌다(해당 퀵서비스 단가표DB는 지금까지도 많은 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다). 또 국내의 한 금융권 임원이 은퇴 후 10억 원 이상을 들여 퀵서비스 사무실 몇 개를 인수해 운영하다, 결국 모두 폐업하기도 했다.

 

근래 들어 가장 큰 이슈는 ‘날도‘다. 2013년에 설립해 퀵서비스 시장을 변화를 일으키겠다던 이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아 원활히 운영 되는 듯하다, 결국 3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 했다. 꽤나 긴 시간동안 여러 차례의 도전과 새로운 시도가 있었음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퀵서비스 서비스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주문자, 접수자, 배송자가 서로 얽히고설켜 촘촘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고, 강력한 힘을 가진 프로그램사가 이 공유망을 차지 및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혁신이나 도전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해외 유명 업체들 또한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녹록치 않아 보인다.

 

정산·세무 디지털화가 퀵 시장에 미친 영향

디지털이 불러일으킨 퀵서비스 시장 변화에는 정산과 세무 관련 요소 또한 크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 이 덕분에 퀵서비스 사무실은 규모화 또는 보편화를 이룰 수 있었다. 단순한 수작업으로 시작해 타 산업과 각종 기업들에서 요구하는 정산 및 세무처리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퀵서비스는 시민들이 보편적으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되었다. 한때 퀵 업계에서는 반농담식으로 ‘구멍가게에서 백화점 서비스를 하려니 너무 힘들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양한 기업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그 만큼의 서비스 수준을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기존에는 월 단위 신용거래를 한다고 해도, 퀵서비스 사무실과 거래처가 각각의 수기 장부를 두고 월 단위로 대조했다. 이후 계산서를 발행하여 우편이나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거래처로 발송하였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보급이 되면서 모든 업무가 전산으로 대체됐다. 수기 장부는 거래처에 프로그램 계정을 부여하여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했고, 그 목록까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변화했다. 어찌 보면 너무 간단하고 당연한 기능 일 수 있지만, 특정 프로그램만을 한정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국내 실정상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이 같은 기능도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수기발행 계산서도 양사 간에 메일을 통해 내역을 확인한 후, 곧장 전자계산서를 발행하니 업무의 양과 소요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신용거래의 비중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세무준비가 미비한 업계에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퀵서비스 사무실은 직격탄을 맞는다. 고객은 계산서를 원했고, 기사는 이와 관련해 신고가 진행되면 이직을 해버렸고, 프로그램사는 수행 기사의 정보를 주지 않았다. 고객에게서 오더를 받으면, 퀵서비스 사무실은 기사에게 오더 수행을 넘긴 뒤 일정부분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고객에는 100% 퀵서비스 사무실의 매출로 계산서를 발행한다. 발행 이후 기사에게 지급한 만큼 지출 처리를 하면 되겠지만, 신고를 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퀵서비스 사무실에서 함께 일 하는 기사가 오더를 처리 한 경우, 기사의 여러 가지 개인사정상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허나 이 같은 경우, 서로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함으로써 해결 가능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공유망을 이용한 오더 처리의 경우다. 해당 오더를 처리한 기사의 신원정보가 신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지만, 프로그램사는 처리기사의 정보를 절대 내주지 않는다. 때문에 퀵서비스 사무실은 공유망을 통해 처리한 오더에 대한 지출을 처리할 수가 없었다. 이는 실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오더량이며, 이로 인해 한동안 많은 업체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이야 적응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기에 각자의 방식대로 세무 처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당시엔 너무나 많은 양의 세금으로 인해 폐업하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전문용어로 ‘매출 열심히 끊어봐야 매입이나 지출 자료가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 시절, 퀵서비스 매매는 성황을 이뤘다. 세금 때문에 더 이상 사무실 영업을 유지하지 못해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속출 한 것이다. 어차피 시장변화는 필연적이며 이에 적응한 곳만 남아 유지해나간다지만, 프로그램사의 대응이 조금만 빨랐다면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다.

 

디지털이라는 시대적 변화와 함께 퀵서비스 시장의 전산화는 데이터를 남기기 시작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본이 유입되고, 유입된 자본은 시장 전체의 규모를 키웠다. 커진 시장규모만큼 효율성을 확보하고, 각종 불편이 개선되는 선순환. 그로 인해 주문자와 일하는 사람 모두가 만족하는 퀵서비스 시장으로 끊임없이 성장하길 가슴 깊이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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