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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마켓' 체험기, 동짓날 단팥죽 배달을 요청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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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8. 12. 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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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가능 품목 중 눈에 띄는 '교환', 과연 무엇을 어떻게 교환할까?

물류센터 역할을 담당하는 '오프라인' 배민마켓을 찾아가다

 

글. 신승윤, 김철민 기자

 

▲ '배민마켓' 체험장소로 선택된 송파구 잠실로 석촌호수

 

석촌호수에 왔습니다. 추운 겨울날 사무실을 떠나 이곳까지 온 것은 특별한 체험을 위해서입니다. 오직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만 주문가능 한 배달의민족 ‘배민마켓’ 서비스를 이용해보려 합니다. 현재 베타 버전으로 출시된 배민마켓은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구매 가능한 물품들을 직접 배달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잠실역 근처 석촌호수로 배달 요청을 진행했습니다.

 

배민마켓은 아직까지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다고는 볼 수 없으나, 기존의 음식 배달 중심의 서비스가 아닌 과자, 음료, 간편식, 조미료 등 간단한 장보기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입니다. 조리음식 외의 공산품, 즉 커머스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시도라 볼 수 있겠습니다.

 

배민마켓을 이용하기 위해 먼저 주문지를 송파구 잠실로 석촌호수로 변경합니다. 그러면 기존에 없었던 ‘배민마켓 BETA’ 아이콘이 등장하게 됩니다. 아이콘을 터치하면 12개 항목, 총 340여 개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3,500 원의 배달팁과 함께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품목들을 보는 순간 떠오른 것은 편의점입니다. 편의점처럼 온갖 제품들이 들어 있으니, 즉석밥이나 간편조리식품, 식용유, 설탕, 버터, 육포, 통조림 등 없는 게 없습니다. 다만 한 품목 당 제품의 종류는 대부분 1 가지이며 많아야 2~3 가지였습니다. 즉석밥은 오직 오뚜기밥만 주문 가능하며, 콜라는 코카콜라만 존재했습니다. (펩시충들께서는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신중에 신중을 가해 선택한 배달 주문 품목

 

법인카드로 결제가 진행되기 때문에 제품 선택에 신중해야 합니다. 취재 전 ‘회사 돈을 허투루 쓰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터,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합니다. 우선은 연말 기간의 좋은 친구 숙취해소음료를 골랐습니다. 다음은 통단팥죽입니다. 12월 22일은 동짓날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그 기능이 궁금한 ‘교환’ 품목을 추가합니다. 이제 준비를 마쳤습니다.

 

실험하다

제 가정은 이렇습니다. 교환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고객의 변심으로 인한 상품 교환. 둘째는 마켓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또는 준비할 수 없는 품목들에 대해 배달기사가 즉석 구매대행 후 고객과 교환. 즉, 일종의 고객 심부름을 접수하는 품목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여 실험을 해봤습니다. 교환 품목을 구매한 후 요청사항란에 추가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담배, 주류, 의약품처럼 주류법, 약사법 등에서 배달을 금지하고 있는 품목을 포함시켜봤습니다. 모든 결제를 마치니 슬슬 가슴이 뛰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성인인증 절차 또한 존재하지 않았기에 괜스레 더 긴장됩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실제 배달이 될까? 배달이 된다면 나 또한 위법자가 되는 걸까?

▲ 교환 품목 구매 및 추가 요청사항을 기록한 모습. 담배, 주류, 의약품 배달을 요청했다.

 

약 1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주문 확인 중으로 남아있던 상태 메시지가 드디어 바뀌었습니다. [주문취소(업소사정)]으로 말이죠. 배민마켓에서 저의 주문을 거부한 것이었습니다. 내심 안도하면서도 다시금 주문을 시도했습니다. 이번에는 요청사항란을 비워둔 채 교환 품목만을 주문한 뒤 결제했습니다. 혹시나 다른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 말이죠.

▲ 요청사항 때문인지 배민 측에서 주문을 취소해버렸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상태 메시지를 지켜보던 것도 잠시, 이번에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배민 라이더스 고객센터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오신 것이었습니다. “석촌호수에서 단팥죽 주문해주신 고객님 맞으시죠? 이전 주문 취소되신 후에 바로 주문해주신?” 상담사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함과 함께 교환 품목이 무엇인지 몰라 주문해봤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상담사님은 웃으시며 “아, 이전에 배민마켓으로 주문하신 제품 중 타 제품으로 교환을 원하실 때 구매하시는 품목입니다. 고객님께서 이전에 주문하신 내용이 없어 전화 드렸어요.”라고 답해주셨습니다.

 

교환 기능은 말 그대로 제품 교환을 원할 때만 사용하는 기능이었습니다. 결국 안내에 따라 주문자 측에서 스스로 주문을 취소하고, 교환 품목을 삭제한 뒤 재주문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 사이 상담사님께 몇 가지 질문을 드려본 결과, 배민마켓은 현재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간 내에 판매용 제품들을 구비해놓는 형태로 운영 중이라 합니다. 주문에 따라 사전 구매 및 정렬을 마친 제품들을 배민 라이더스 기사님들이 픽업해 출발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앱 상에서 주문 가능한 품목만을 배달하며, 배달기사님께서 중간에 별도의 제품을 구매해 전달하는 등 심부름 형태의 배달은 일체 진행하지 않습니다.

▲ 배민 상담사님의 안내를 따라 스스로 주문을 취소한 뒤 재주문을 요청드렸다.

 

배민마켓은 어디에?

그렇다면 배민마켓의 오프라인 공간은 현재 어디에 위치해있으며,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니 이대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누구에게 수소문하면 위치를 알 수 있을지 고민해보니… 답이 정해져 있네요. 라이더는 라이더가 잘 압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배달기사님들은 상당량의 정보를 입수하고 또 전파하죠. 배민 라이더님들이 최근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조리음식 외의 제품들을 담아 출발하는 곳은 어디일까?

 

정보 문의를 드린 뒤 채 30분도 되지 않아 주소 하나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이동해본 결과, 감탄을 금치 못했죠. 정확히 그곳에 배민마켓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역시 배달기사님들의 정보력이란…(ㄷㄷ)

▲ 수소문 끝에 배민마켓을 방문하다. 물론 오프라인 거래는 불가능하다.

 

슬그머니 눈동냥 해보니 진열대(rack)마다 제품들이 분류돼 있었고, 한편에는 냉장‧냉동고가 위치해 있습니다. 마치 슈퍼마켓 같으면서도 물류창고 같은 모습. 아, 군부대 내 매점인 PX의 모습과 매우 흡사합니다. 이곳은 배민마켓의 로고가 정문에 걸려있는, 배달의민족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공간인데요. 재미있는 점은 배민마켓이 위치한 건물 1층에 편의점이 위치해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특정 항목이 품절된다면 편의점에서 바로 공수해올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은 단 한 곳의 배민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나, 베타 서비스의 반응이 좋다면 향후 직영점을 차차 늘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배민 앱과 라이더스를 활용한다면 직영점뿐만 아니라 지역별 슈퍼마켓, 편의점 등을 가맹점으로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전국 대부분의 외식업체들이 배민 배달 앱 플랫폼을 이용하듯, 마트와 슈퍼마켓들까지 합류할 날이 올 수도 있겠네요. 또는 우버이츠(Uber Eats), 쿠팡이츠(Coupang Eats)처럼 일반인 배송 모델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말이죠. 동지 단팥죽을 떠먹으며 이런저런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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