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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계의 '커밍아웃'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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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1. 1. 1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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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택배업계의 '커밍아웃' 선언
택배는 서비스업(?)…"국토부 말고 지경부가 맡아줘~"

"택배업은 화물운송업일까, 아님 서비스업일까"
택배업계가 '업(業)의 정의'를 놓고 정체성 혼란에 빠졌다. 20여 년간 화물운송업으로 구분돼 성장해온 택배시장에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최근 대한통운, 한진, CJ GLS, 현대로지엠 등 주요 택배사들 사이에서 택배업을 서비스업종으로 분류해야 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택배를 화물운송업으로만 규정해 화물차영업 신규허가와 증차가 현실상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복수의 관계자는 "택배가 외형적 사업형태는 운송업이지만 운송 이외에도 고객과 고객 사이에서 다양한 서비스 행위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택배업의 본질은 서비스업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들은 또 "택배법 신설에 앞서 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서비스업이라면 관련부처(지식경제부)가 새 법안을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경쟁구도인 공기업 우체국택배가 지식경제부의 소관인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업계의 이런 설득력은 택배시장에 정부 스스로가 적용한 이중 잣대에서 비롯됐다. 이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다수의 경제연구소 등에서는 택배시장의 불공정경쟁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한 시장에서 서로 다른 법률을 적용받고 있는 우체국택배와 민간택배사들의 형평성 문제가 몰고 온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택배는 매년 물량증가분에 따른 증차가 자유로운 반면 민간업체들은 국토부가 7년째 적용 중인 화물차 총량제의 틀 안에서 증차가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전자상거래 등 온라인기반의 유통업 성장과 함께 커온 택배산업이 지난 92년 국내 서비스도입 이래 최대 고비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증차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국민 생활형 편의문화로 자리 잡은 택배서비스의 질 저하와 유통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런 업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택배업 신설과 화물차 증차제한 등을 골자로 한 택배관련 제도를 마련 중이다. 올초 국토부는 택배업체, 용달 및 개별화물업계 등이 참여하는 '택배업 개선 TF팀'을 구성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양 업계의 시각 차이는 뚜렷하다. 택배와 용달이 업종이 달라 실제 현장에서 충돌하지 않는데 양 업계가 택배업 신설의 이해당사자로 분류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택배업계는 자신들이 수 십 년째 활동무대인 화물운송업의 정체성을 벗고 서비스업으로 '커밍아웃(coming out)'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시장관계자들은 택배업계의 '업' 전환이 희망사항에 불과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택배는 서비스업이다"
이 같은 업계의 발언이 국토부와 마찰로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 것인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기회가 될 것인지는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이쯤에서 분명한 것은 그 공이 이제 업계에서 국토부로 넘겨졌다는 사실이다. 국토부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택배시장이라면 지경부 등 유관기관과 함께  통합정책기구를 마련해 해법을 찾아볼만 하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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