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의 China Logistics Economy>
차량 1억대, 화물차 1500만대
中 전체 화물운송량 중 육상운송 비중 78%
세수 확대 위해 화물차 중량제한 초과 허용도
글. 이슬기 로지스씨앤씨 대표
CLO's TIP 15억명의 인구가 모여살고 연간 1조9000억불의 수출물량을 실어내는 중국에는 몇대의 자동차가 있을까? 2011년말 현재 중국의 차량등록대수가 1억대로, 일렬로 세우면 차량 1대에 4미터씩만 잡아도 40만 킬로미터이니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38만 킬로미터)를 훨씬 넘는 거리다. 그렇다면 중국의 화물자동차는 몇대나 돌아다닐까? 중국의 화물차는 2007년 628만대였고, 2012년 현재는 약 1500만대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물차가 2012년 6월 현재 328만대 정도니 약 5배 수준이다.
중국에서 육상운송은 전체 화물운송량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육상운송의 대부분이 화물차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땅 넓은 중국에서 화물차의 역할은 단연 최고의 물류수단인 셈이다. 이렇듯 1500만대 가량의 화물차가 중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물류의 동맥이자 실핏줄이다 보니 어디를 가든 화물차를 만나게 돼 있고 그 수가 워낙 많다 보니 화물차와 관련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다. 아마도 그래서 중국 화물차에는 번호판 외에도 차량 뒷면에 대문짝만하게 자동차 번호를 표시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을지 모른다. 미관상 문제가 되지만 사고예방이나 뺑소니 검거 같은 일에는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에서 고속도로나 육로로 이동을 하다보면 사고나 고장으로 서 있는 화물차량들을 흔히 보게 된다. 최근에는 차량의 품질수준이 올라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삼각대나 표지판 하나 없이 불쑥 불쑥 나타나는 정차 차량들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무래도 중국에서의 자동차 운전은 상당한 순발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80년대 한국에 갓 부임한 어느 글로벌기업의 지사장을 위해 선임 지사장이 한국 서바이벌 3종 세트를 전수 해 줬다고 하는데 첫 번째가 언제라도 부를 수 있는 “18번곡” 이고, 두 번째가 한국인과 친해 질수 있는 최고의 수단 “소주”, 그리고 마지막이 공휴일 직접운전에 대비한 “한국식 운전기술”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깜박이 켜면 절대 못 들어간다, 택시와 화물차는 무조건 양보 해줘라, 교통경찰에 걸리면 무조건 영어로 떠들어라 등등…. 그런데 그 지사장이 지금 중국에서 근무를 한다면 “중국식 운전기술”에 대해 아마도 이렇게 전수를 하지 않을까 싶다. 화물차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마라, 깜박이는 장식품이니 아껴 쓰라, 웬만하면 직접 운전하지 마라 등등….
◈곳곳이 화물차 위험 노출
이래저래 한국이나 중국이나 화물차가 만만한 대상은 확실히 아닌듯 싶다. 일단은 덩치가 있다 보니 그냥 옆에만 있어도 위압감에 주눅이 들고 경적이라도 한번 울려대면 귀가 멍멍해 진다. 중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머어마한 화물을 싣고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가 하면, 장거리 운전이 워낙 많아 피곤해서인지 대낮부터 갈지(之)자 운행에다, 덮개 부실로 인한 낙하물은 다반사이다 보니 장애물 피해가기 펭귄게임 하듯 알아서 잘 피해야 사고를 면할 수 있다.
사실 화믈차에 덮개 없이 운행하는 것은 별일도 아니다. 필자 역시 앞서가던 화물차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정말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경험을 수차례 겪었던지라 화물차 뒤를 따라 갈라치면 아예 뚝 떨어져 가거나 잽싸게 추월해 혹시나 모를 경우의 수를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한번은 천진에서 북경 가는 고속도로에서 너무나도 처참한 사고를 목격 한 적이 있다. 싣고 가던 후판이 풀어져 뒤따라오던 승용차를 덮친 사고였는데 승용차 위부분이 아예 보이지 않았고 바닥이 피로 흥건했다. 그 이후 도로에서 붉은색만 봐도 소름이 돋곤 했는데 한번은 까무라치게 기겁을 한 일이 있었다. 비 내리는 초여름 항주(杭州)에서 상하이(上海)로 오는 고속도로에서 일이다. 1시간여를 달리고 있을 즈음 갑자기 핏물으로 가득한 도로가 나타나는게 아닌가? 순간 두고두고 잊혀 지지 않는 천진사고의 끔찍한 기억이나,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깜짝 놀란 기사가 차를 급정거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날뻔 했다. 마침 앞뒤로 차가 없어 별 일은 없었지만 지금 생각 해 보면 아찔한 순간 이었다. 다행히 정체불명의 붉은 물이 핏물이 아니라는 증거가 도로에 널려 있었으니, 화물차에서 떨어진 박스 속에 들어 있던 붉은 염색을 한 종이가 온 도로에 날리고 내려 앉아 때마침 내린 비와 섞여 섬뜩한 빛깔의 도로를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그 흔한 건망증도 좋지 않은 기억은 좀처럼 사라지게 할 수 없나 보다.
◈도로교통법 위반 처벌 수준 높아
중국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덩치 큰 화물차 2대가 사이좋게 1차선과 2차선을 점령해 텅빈 앞 도로와는 대조로 수백미터나 줄이 늘어나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다. 별반 속도에 차이가 나 보이지 않는데도 추월을 한답시고 1차선을 가로막으니 뒤따라오는 차량들은 속절없이 도로위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한참을 그러고 달리다가 마음이 변했는지 바깥 차선으로 옮겨가면 밀려있던 차들이 지나치면서 경적을 울리지만 화물차 운전자는 쳐다보지 않고 운전만 한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내 갈길 가면 그만이다. 중국인 특유의 배짱인지 남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무개념인지 참 달라도 많이 다르다.
그런데 이런 화물차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갓길로 추월을 감행하는 승용차들이다. 앞이 막혀 있으니 별도리 없이 앞차 꽁무니만 바라보고 아무 생각 없이 가다보면 언제 왔는지 좁은 갓길을 쏜살같이 스쳐 지나가는 승용차들 때문에 화들짝 놀라 입에서 불쾌한 단어들이 본능적으로 튀어 나온다. 당연히 중국에서도 갓길 추월은 도로교통법 위반이고 적발되면 처벌이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도 도로교통법은 엄격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벌점도 있고 벌금도 만만치 않은 수준인지라 화물차 운전자라면 교통위반 딱지라도 한 장 받는 날에는 그날 일당이 다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벌점이 올라가 자칫 면허가 정지 될 수도 있다. 속도위반의 경우 일반도로에서 규정 속도의 50% 미만 과속시 벌금 200위안(한화 3만5000원)에 벌점 3점이고, 50% 이상 과속시에는 벌금이 1000위안(17만원)으로 껑충 뛰고 벌점도 6점이 되어 면허 중지(1~3개월)에 해당한다. 똑같은 과속이라도 고속도로에서는 벌금이 중과되어 2000위안(35만원)에 벌점 6점이니 운전자 입장에서는 딱지 한 장에 반달치 수입이 날아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벌금이야 어떻게 꿔서라도 납부하면 되겠지만 벌점은 자칫 생계가 위협 당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 심각성이 만만치 않다. 벌점이 쌓이면 벌점에 따라 3개월, 6개월, 1년 등으로 면허가 정지 되는데 가끔은 면허정지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벌금을 냄으로써 위험분산을 꾀하기도 한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중국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운전 중 직접 적발을 당해 면허증이 확인되는 경우는 할 수 없지만 감시카메라에 찍히거나 해서 벌금이 나오는 경우에는 벌점이 적은 사람을 찾아 대신 벌금을 내게 한다. 물론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나 가능하지만 때로는 대가를 받고 남의 벌점을 대신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벌점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허난성(河南省)의 한 지방도시에서는 세수(稅收)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화물차의 중량제한 초과를 허용해 주는 정기권을 판매해 이 정기권을 가진 차량은 해당기간동안 적재중량을 초과해도 벌금을 물리지 않았다고 하니 벌금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개념에 상당히 혼선을 초래하는 대목이다.
최근 중국을 떠들썩하게 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아들 보과과(薄瓜 瓜)가 미국서 페라리를 몰면서 2년새 3번이나 교통위반딱지를 떼었다는데 중국에서 위반을 했더라면 아버지의 후광에 대신 벌금, 벌점 다 내 줄 사람들이 줄서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젠 그럴 사람도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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