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후버(물류논객)
얼마전 “편견을 버려”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물류를 하는데 있어서 나름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야 할 말이다. 워낙 변수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물류업무의 특성상 지금까지 상식으로 통했고, 옳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어왔던 일들이 어느 한순간 몰상식이 되고, 옳지 않은 일로 간주된다. 이런 복잡한 관리를 할 때는 어서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으로 갈아타야만 스트레스를 덜 받게 마련이다.
생각해 보면 물류와 SCM(공급망관리)이 이만큼까지 발전해 온 것은 바로 그렇게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답을 찾아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트럭에 딱 그만큼밖에는 실을 수 없다는 편견을 버린 끝에 똑같은 트럭에 더 많은 짐을 실어 막대한 비용을 절감한 사례를 우리는 쉽게 보지 않던가.
그런 측면에서 필자도 꼭 할말이 있다. 바로 물류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그 결과물을 이용하는 현장 작업자가 물류정보시스템의 프로세스를 설계한 사람보다 현장을 잘알것이라는 편견을 버리자.
이미지 출처: www.caperay.com
얼마 전 CIS의 한 국가에 위치한 해외 바이어가 고객사의 한국 공장과 중국 공장에서 발행한 선적서류 정보가 너무 많이 틀려서 수입통관할 때 세관원이 까다롭게 나와 업무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을 전해왔다.
세관에서는 모든 수입통관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해 가며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선적서류에 많은 정보를 의존한다. 그럴진대 선적서류 정보가 틀리다면? 그건 문제가 심각해진다. 자칫 잘못하면 더 이상 그 바이어는 수입을 계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부터 문제로 지적한 내용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검증에 들어가보자.
첫째, 한국에서 수출신고를 요청할 때는 상업송장 번호를 적는데 실제 선적할 때 발행한 상업송장 번호는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흠, 생각해 보니 이건 당연하다. 수출신고는 실제 선적보다 앞서 일어난다. 화주 입장에서는 수출신고를 하는 시점에 상업송장 번호가 확정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수출신고를 해 놓고 선적 시점에 항공 또는 해상운송 스케줄에 따라 사정이 생겨 묶음 배송을 하거나 일부 선적이 되지 않거나 하면 사전에 발행한 상업송장 번호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묶어서 배송을 해야 선하증권이나 에어웨이빌(Air Waybill)을 하나로 발행하게 되고 그래야 바이어도 수입통관시 선하증권 건당 통관사에게 지불할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선적이 안된 부분은 다음 번 동일 항차로 나가는 물건과 함께 실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즉 수출신고 시점의 상업송장 번호와 선적 시점의 상업송장 번호는 틀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사후에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수출신고 시점의 상업송장 번호를 실제 상업송장에 명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결 고리는 반드시 관리하고 있다.
둘째, 수출신고 시 인코텀스(Incoterms, 국제상업회의소에서 각국의 무역 용어를 조사하여 작성한 무역조건에 대한 국제규칙)는 분명 CIF(Cost, Insurance and Freight, 운송비 및 보험료지급인도조건)로 신고를 했는데, 수출신고서에는 FOB(Free On Board의 선측인도가격)로 찍히더라는 것이다. 설마해서 확인해 보니 과연 그렇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문득 스쳐가는 생각! 국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수입통관을 할 때 상업송장에 운송비나 보험이 빠진 순수 물건 대금, 즉 FOB 금액을 명기할 경우 관세 부과를 FOB 금액 기준으로 해 주는 경우가 있다. 순수 물건대금 100만원에 운송비와 보험료, 이자가 10만원이라면, 100만원 기준으로 과표를 설정하느냐, 110만원 기준으로 과표를 설정하느냐의 차이다. 겉으로 보기에 작아 보이지만, 물건 대금이 수십억 정도가 된다면 바로 현기증 날 일이다. 곧바로 관세사에 확인이 들어갈 것이다.
수출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지 않을까? 확인해 보니 맞다. 순수 부가가치 개념으로 FOB 금액을 별도로 신고한다는 것이다. 친절한 관세사는 수출신고서의 특정 항목이 진짜 신고금액이며, 거기에 진짜 인코텀스가 표기되어 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어땠을까? 현지 세관원이 수출신고서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조목조목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세관원이라는 자리는 선진국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때로는 정당하지 못한 힘을 발휘하는 자리다. 그만큼 수입신고서류 같은 사소한 것도 아주 조심해야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다. 서류의 정확한 작성은 물론 서류에 적힌 항목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이나 중국으로부터 물건을 수입하던 해외바이어 당사자도 몰랐고, 세관원 스스로도 몰랐던 일이라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수입통관 현장, 그리고 세관원 모두 시스템 관리자보다는 훨씬 현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형식 없는 내용은 맹목이고, 내용 없는 형식은 공허하다고 했던가. IT시스템 담당자가 시스템 개발만을 알면 그것은 공허하다. 그 시스템 안에 들어간 프로세스와 철학을 이해해야 진정한 IT시스템 담당자다. 그런 측면에서 IT시스템 담당자는 현장 작업자보다 훨씬 더 많이 현장을 알아야 하며, 필자도 그런 사람이 되고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주변의 평가는 늘 냉혹하다. 필자는 그냥 IT시스템 담당자이며, 현장을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는 더 많다. 현장 작업자가 IT시스템 담당자보다 현장을 더 많이 알 것이고, 현장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라. 때로는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다.
출처: www.transportuarios.com
who? 후버
후버는 물류센터 현장에서부터 해운사와 3자물류, 대형 제조업 물류 관련 IT 업무를 맡아온 실무자로서 현재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통해 물류산업 관점에서 본 세상 이야기와 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소개하고 있다.
DHL코리아, 제5기 대학생 홍보대사 모집 (0) | 2014.01.06 |
---|---|
상의 “아태지역 특수물류 공략해야” (0) | 2014.01.04 |
카길, 러시아 곡물터미널 운영 개시 외 (KMI) (0) | 2014.01.02 |
DHL코리아 박동준 부사장 선임 (0) | 2014.01.02 |
㈜한진 이기영 전무 승진 등 임원인사 단행 (0) | 2013.12.3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