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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부장 오달수 일본에 가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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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5. 6. 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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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부장 오

 

물류부장 오달수 일본에 가다 (4)

글. 천동암 한화큐셀 글로벌 물류담당

 

 새벽 6시에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오달수 부장은 엉겁결에 전화를 받았다. “일본에 출장 온지가 2주가 넘었는데 언제쯤 한국에 오는 거야! 회사일은 당신 혼자서 하는 거야!” 오 부장의 아내 김설해였다. 결혼 2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전화 목소리는 높은음자리표이다. 그러나 하이톤 목소리 사이에 내심 짜증 섞인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여보, 여기 일이 너무 많아! 앞으로 2~3주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미안해, 근데 집에는 별일 없어요?”오 부장은 아내의 큰 목소리에 기가 죽어 모기만한 소리로 얘기를 했다.

 

 결혼 25년이 지난 지금 새삼스럽게 오 부장은 아내 김 설해의 노란 유채꽃처럼 상큼한 연애 시절이 생각이 났다. 대학시절에‘영어 공부’를 하면서 그녀와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오 부장은 지금도 매우 보고 싶은 영어회화 선생님이 있다. 지금쯤 미국 어느 땅에서 살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게 영문학을 전공을 했던 오 부장이었지만 한 때는 미친 듯이 영어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달수 학생은 89년 봄부터 영어 회화 공부를 하고 싶어서 다니던 대학교의 어학원에 등록을 했다. 그 당시 대학 등록금도 어렵게 구해서 등록을 했던 시기에, 어학원에 수강비용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달수 학생의 누나와 다른 친척들에게 읍소하여 돈을 구하였다. 지금에는 대학교에 어학원이 보편화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대학교에서 어학원을 개설하여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것이 흔하지 않던 시절 이었다. 달수 학생은 주로 아침 시간에 영어회화 공부를 했는데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어학원 선생님 중 Debra Thomson이라는 영어선생님이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AFKN에서 뉴스 관련 방 송 을 담 당 하 는 앵 커 였 다 . Debbra Thomson의 애칭은 Debbie 선생님이었다. Debbie 선생님의 인상은 너무나 푸근하고 입담이 좋아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대부분의 미국 백인 여자 외국인은 몸집이 크고, 엉덩이가 매우 크고 우람한 것이 특징이었는데, Debbie 선생님은 상체는 아담한 몸매인 인데, 엉덩이가 매우 큰 분이었다. 수업시간에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달수 학생이 질문을 했다.

 

“Why your hip is so BIG?”

 

장난스럽게 질문 했더니, 그녀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달수 학생에게 되물었다.

 

“Why your hip is so SMALL?”

 

 순식간에 학생들은 킥킥거리면서 웃음바다가 되었다. 달수 얼굴은 화들짝 놀라서 금방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이후로 Debbie 선생님은 자기를 모욕 주려고 했던 달수 학생을 싫어하기 보다는 많은 관심을 쏟아 부었다. 이 질문을 계기로 달수 학생의 닉네임은“Wayne”이 되었다. 선생님이 그를 쌍권총의사나이“John Wayne”처럼 장난꾸러기 같으면서 그렇게 거침없는 질문을 하는 달수를 염두에 두고닉네임을“Wayne”으로 작명하셨다.

 

 영어 회화 공부를 하고 더하고 싶어서 일요일에 Debbie 선생이 다니는 한남동에 있었던 루터 교회에 같이 다니게 되었다. 이런 까닭에 이들 부부 가족들과의 친분도 쌓이게 되었다. 달수 학생은 루터 교회에서 9시 영어 예배에 참석하고, 온누리 교회 11시 예배를 드렸다. 달수 학생은 루터 교회에서 다른 외국 분들과의 친분을 통해 조금이나마 외국생활에 대한 이해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Debbie 선생과의 인연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일이 있었다. 아침 수업이 끝난 이후 용산 미국기지에 있는 AFKN을 방문하자는 것이었다. 마침 다른 한국인이 AFKN방송국을 방문한다고 해서 Debbi선생이 안내하면서 그녀의 배려로 달수 학생에게도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서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항상 용산기지를 버스로 타고 지나면서 가고 싶었는데,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용산기지 정문에서 2명의 한국인 여성이 Debbie 선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이분들과 눈인사를 하고 용산기지 안에 들어갔다. 이들 중 한 분은 닉네임이“Barbara”라고 Debbie 선생이 불렀다. 용산 기지 안은“작은 나라”와 같이 거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있었다. 이러한 시설들을 보면서, 달수 학생은 한국인으로 자괴감도 들고 서양인들과 교감하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현실이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했다.

 

 Barbara와 미국기지 안을 구경하면서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녀는 Debbie 선생집을 매주 토요일에 방문하여 영어 공부를 추가로 한다고 했다. 달수 학생도 토요일에 Debbie집을 방문해도 괜찮으냐고 물으니 Debbie 선생이“NoProblem”이라고 했다. 그 이후 이 여성과 매주 토요일에 만나서 Debbie 선생 댁을 방문하여 영어회화공부를 더 하게 되었다.

 

 10월의 마지막 주 어느 토요일 즈음에 Barbara와 만나서 같이 Debbie 집을 방문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Debbie 선생의 집에 손님이 오셔서 오늘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달수 학생은 할 수 없이 학교도서관으로 가려고 하다가, 늦가을, 10월의 마지막, 대학 3학년, 푸른 청춘, 푸른 생명 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달수는 왠지 Barbara가 괜찮은 사람일지라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달수 학생이“저랑 삼청공원에서 같이 가실래요?”했더니, 그녀는 고객을 끄덕이면서 얼굴에 미소를 짓는 것이 이슬을 머금은 안개꽃이 은은한 빛으로 다가오는 같았다!

 

 이런 느낌을 Debbie 선생에게 얘기 했더니,

 

“You are fallen in Love?”

 

 라고 능글맞게 너스레를 떠는 것이었다. 그 이후에 Debbie선생은 달수 학생에게 말했다.

 

“Barbara seems to like you”, 

 

 Barbara에게는 “Wayne seems to like you”라고 했다.

 

그 이후 Barbara와 오달수는 교제를 하게 되었다.

 

그 때의 Barbara은 오달수의 인생 반려자인 아내‘김설해’이다. 연애시절에는 아내 김설해의 얼굴은 순백의 모란꽃처럼 싱그러웠다. 노란 유채꽃 기억이‘아사쿠사절’에서 떠오르는 햇빛을 받으며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었다.

 

 오달수는 다시 수첩을 꺼내 들고 오늘 할 일 들 을 다시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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