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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 혁신 없인 SPA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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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5. 7. 3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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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만드는 물류기업 자라

인디텍스(INDITEX)의 자회사를 통한 공급사슬의 수직계열화


.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 정리. 이영재 기자

자라(ZARA)는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회장에 의해 설립된 인디텍스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이다. 오르테가 회장은 스페인 국민들에게 패션의 민주화를 불러일으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데, 대중들이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디자이너의 패션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난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은 1963년부터 콘벡시오네스 고아(Confecciones Goa)라는 의류 제조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유통업체로부터 주문받은 의류의 생산을 전문으로 하던 콘벡시오네스 고아는 1975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독일의 한 업체가 주문을 갑자기 취소하자 큰 곤란을 겪게 되었다. 오르테가 회장은 발주취소된 물량을 판매하기 위해 그의 공장에서 아울렛(Outlet)형태로 이들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 회사이름도 ZARA로 변경하게 되었다.


ZARA 1주일에 2회 출시되는 새로운 제품을 공급하되 각 매장별로 제한된 수량을 공급하고 있다. 소규모 작업장(Workshop)형태의 제조공정으로 제품의 희소성을 증대시켜 소비자로 하여금 지금이 아니면 상품을 구매할 기회가 없다는 욕구를 일으키기 위함이다.

ZARA는 이러한 신제품 출시방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디자인으로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매우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디자인, 생산, 유통 등 의류제조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속한 의사결정이다. ZARA는 제품생산시 아웃소싱의 비중이 높을 경우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에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디자인, 생산, 원단제조, 원자재 구매, 운송 및 물류 등 모든 프로세스를 ZARA의 지주회사인 인디텍스(Inditex) 아래 자회사를 두어 진행하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했다.


ZARA의 디자인 프로세스

라 코루냐(La Coruna)에 위치한 ZARA의 본사에는 1,000명의 디자이너가 상주하며 1명의 디자이너는 연평균 60여 개의 제품을 디자인한다. 1년이 약 52주이니 거의 1주일에 1번 꼴로 디자인을 만드는 셈이다. 새로운 패션에 대한 디자인팀의 아이디어는 고객이 방문하는 매장으로부터 직접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매장 내 재고와 제품수요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본사 디자인팀에 전달될 뿐만 아니라, 고객이 쇼핑할 때 입고 나온 옷의 종류나 색상, 모양까지 고객의 취향과 관련된 모든 것이 보고되기 때문이다.

ZARA디자인팀은 남성, 여성, 아동의류를 디자인하는 3개의 디자인 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디자인센터 내에는 별도의 구매부서와 생산부서가 있다. H&M 등의 경쟁업체가 구매와 생산부서를 본사 내 하나의 통합된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과 다르다.

ZARA의 디자이너는 사내 여러 부서들과의 유기적인 협력과 정보공유를 통해 디자인을 구성한다. ZARA의 각 매장 매니저는 1주일에 2 번씩 주문을 발주하는데, 본사 내의 매장 스페셜리스트라는 전담관리자는 이들의 주문정보 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입수되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분석해 디자이너에게 제공한다. 한면 각 디자인 센터에 소속된 구매와 생산매니저는 ZARA가 보유하고 있는 현재의 생산용량과 제품별 생산 원가에 대한 정보를 디자이너와 공유한다.

디자이너는 이렇게 취합된 정보를 토대로 시제품을 만들고 이후 CAD(Computer-Aided Design)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색상과 질감을 조정한 후 계열사인 콤디텔로부터 미리 구매해놓은 원단의 가공을 통해 수 시간 만에 시제품을 완성합니다. 이 샘플은 곧바로 오르테가 회장의 승인을 얻는데 결재가 이루어지면 바로 원단의 가공과 재단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물론 결재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신속한 초기 디자인 과정은 각 디자인 센터에 속된 매장 스페셜리스트, 생산담당자, 구매담당자, 시제품 가공 담당자,매장 매니저, 그리고 디자인팀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ZARA의 생산프로세스

ZARA는 패션의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신속하고 민첩한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타 업체들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을 아웃소싱하는데 비해 ZARA의 생산은 라 코루냐에 위치한 스페인 본사 인근의 14개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이 공장들에서는 사전에 완성된 디자인에 따라 생산에 필요한 원단을 가공한다.

공장에서 재단된 원단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각지에 있는 350여 곳의 소규모 바느질 작업장(Workshop)으로 보내진다. 이 작업장들은 모두 아웃소싱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모든 원단과 제작매뉴얼이 ZARA로부터 제공되기 때문에 작업장들은 단순 바느질 작업만을 처리하고 있다. 소규모 워크숍중심의 생산방식은 생산량을 한두 군데의 대량생산공장보다 생산량 조절이 유연하기 때문에 급격한 수요변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끌기(Pull)방식인 것이다. 유니클로가 판매 데이터와 수요예측자료를 철저히 활용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소규모 작업장에서 바느질 공정을 거쳐 완성된 옷들은 다시 본사의 생산공장에서 다림질 작업과 태그를 붙여 포장된다. 그리고 ZARA가 보유한 자체 물류센터로 보내진다. ZARA가 생산하는 물량의 약 60%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제조된다. 공정별로 전문성, 비용, 소요시간 등을 고려해 아웃소싱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염색과 재단과 같이 자본과 자동화설비 투입이 필요한 작업은 ZARA에서 직접 수행한다. 반면에 노동집약적인 바느질은 작업장을 아웃소싱해 진행한다. 또한 패션 트렌드가 중요한 제품들은 ZARA가 직접 생산하지만 최신 트렌드에 덜 민감하고 수요변동이 적은 제품은 아웃소싱에 의해 이루어진다. ZARA는 다른 패스트 패션 기업들과 달리 자체생산비중이 높기 때문에 생산원가,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ZARA본사는 제품 디자인부터 샘플제작, 원단재단을 3일 이내에 완료하고 재봉작업 등 의류생산과정에 1주일 정도를 사용한다. 따라서 디자인부터 완제품이 생산되기까지는 불과 열흘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ZARA의 유통 및 물류 프로세스

제품의 유통은 ZARA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14개 공장들의 중앙에 위치한 아르텍소(Arteixo)hk 사라고사(Zaragoza)의 물류센터에서 본사직영 형태로 이루어진다. ZARA의 모든 완제품은 세계 어느 곳에서 생산되든지 일단 아르텍소와 사라고사의 물류센터로 집하된다. 전체 물량의 50%가 처리되는 아르텍소 물류센터는 주로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중동시장을 담당한다. 나머지 물량은 사라고사 물류센터에서 처리되는데 여기서는 스페인,포르투갈을 제외하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커버한다.

물류센터에서는 자동화된 설비를 이용해 시간당 6만 개 이상의 제품을 매장별로 분류한 후 차량으로 배송한다. 분류는 옷의 종류에 따라 2개 층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2층에서는 니트, 티셔츠와 같이 접어서 포장할 수 있는 옷을 박스에 넣는 프로세스가 이루어진다. 1층에서는 재킷 등을 행거에 직접 건 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제품 출고는 1주일에 2번 시행된다. 아시아, 미국 등 유럽 이외지역은 항공운송을 통해 2일 안에 운송되며 유럽지역은 트럭을 이용해 24시간 안에 매장으로 직접 운반된다. ZARA가 운영 중인 물류센터는 사실상 제품의 종류와 매장(목적지)에 따라 이를 분류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보관기능은 그리 크지 않다. 일종의 크로스도킹(Cross-Docking)인 것이다. 이는 물류센터에서 안전재고의 형태로 제품을 보관하는 유니클로와 다른 형태이다. 매장에 제품이 도착하면 별도의 처리과정 없이 바로 매대에 진열되는데, 그 이유는 다림질과 태그 작업이 물류센터에서 사전에 수행되기 때문이다. ZARA가 얼마나 아이템 회전속도에 집중하는지 알 수 있다.


크로스도킹 (Cross-Docking)이란?

크로스 도킹이란 창고나 물류센터로 입고되는 상품을 창고에 보관하지 않고 분류 또는 재포장을 거쳐 곧바로 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물류 시스템이다. 크로스도킹의 목적은 물류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고를 각 매장이나 고객의 주문에 맞게 소량으로 나누어 배송해 재고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간유통과정을 간소화함으로써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입고 및 출하를 위한 모든 작업이 긴밀하게 동시에 연계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ZARA의 공급사슬 운영기법

ZARA는 연간 약 12,000가지의 스타일을 생산하는데, 각 스타일별로 5~6개의 색상과 5~7개의 사이즈를 만들기 때문에SKU(Stock Keeping Unit)로 따지면 1년에 300,000개 정도의 SKU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ZARA는 유니클로가 판매자료, 수요예측자료를 동원해 1년 전부터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것과는 달리 수요를 예측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의 수요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제품 SKU 수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요에 대응하지만 ZARA SKU를 줄이지 않고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함으로써 대응한다. 소비자의 수요를 일일이 예측하기보다 소규모 작업장 위주의 생산시스템을 이용해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끌기(Pull)방식으로 탄력적인 생산량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엄밀이 말해서 ZARA의 수요예측은 원단을 예측하는 것 외에 딱히 없다. 이 과정 또한 지연전략(Postponement)의 관점에서 가공이나 염색을 거치지 않은 원단을 구매한 후 수요패턴에 따라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 직접 염색 혹은 가공하고 있다. 마치 델 컴퓨터의 BTO모델을 의류산업에서 구현한 것과 같다. 원단의 구매는 생산공정과 달리 납품단가와 거리를 모두 고려해 대부분 모로코나 인도산 원단을 구매한다.

ZARA의 공급사슬 운영방식은 비용적 측면에서 많은 단점을 안고 있다. 먼저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 지역에 생산기지를 운영하지 않고 본사와 가까운 이베리아반도에서의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운송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철도, 선박을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의 제품을 일주일에 2번씩 비행기와 트럭을 이용해 24~48시간 내에 배송하고 있다.또한 행거를 이용해 제품을 배송하는 방법은 운송적재율이 저하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했을 때 ZARA의 물류 및 생산관련 비용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ZARA의 공급망 전체를 바라본다면 추가비용의 발생이 오히려 다른 부문의 비용절감과 전체수익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ZARA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공급사슬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물류비에 많은 투자를 하더라도 이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ZARA 공급사슬 운용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속도 향상을 통한 매출의 극대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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