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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유통과 착한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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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5. 10. 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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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3(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순환유통과 착한물류

나눔의 되살림 ‘아름다운가게’

. 이영재 기자



Idea in Brief

아름다운가게는 자신에게 필요 없지만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기증하면 ‘되살림’과정을 거쳐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순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증문화와 재사용물품 사용에 관한 긍정적 인식 확산은 재사용물품 기증과 소비의 증가를 불러왔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아름다운가게의 순환유통사업을 성장시켰다. 아름다운가게는 기증량 기준으로 지난 2002년 5만 점에서 시작해 2014년에는 약 1600만 점에 이르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순환되는 상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주로 의류, 도서, 잡화류가 유통된다. 순환유통과 착한물류로 나눔의 되살림을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의 유통물류 현장을 다녀왔다.


최근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에 주목하면서 사회공헌활동(CSR)을 늘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아름다운가게 입장에선 함께 할 파트너가 줄어든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바꿔 말하면 기존 아름다운가게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순환되는 기증품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기증문화의 확산과 재사용 물품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렇듯 재사용물품이 각광받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유학생 등 해외 체류자들이 외국에서 생활을 하며 옥스팜1) 등을 통해 중고물품을 접했던 경험이 귀국 이후에 재사용물품에 대한 인식전환을 이끌었다. 또한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갑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재사용물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또 단순히 저렴함을 떠나 환경보호와 재화의 순환에 대한 인식 전환은 재사용물품 사용의 증가를 확산시켰다.

아름다운가게는 재사용과 순환 과정에서 얻는 수익금, 기부금을 불우이웃과 나누는 것 이외에도 물건의 재사용과 순환을 통한‘조용한 생활유통물류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지난 2002년 5만 점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약 1600만 점의 재사용물품을 기증받아 이를 유통시켰다. 이에 따른 아름다운가게의 기증품 취급과 유통방식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존에는 매장에 직접 방문하여 기증품을 전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면, 기증품이 늘어나 물동량이 증가함에 따라 무인 기증함과 기증품 수거차량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기존 택배업체와 협력해 개인 기증자가 발걸음 할 필요 없이 택배차량을 통해 기증품을 수거하는 방법또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가게로 기증방법은 크게 ①기증자가 매장에 직접 방문해 기증하는 방법과 ②아름다운가게 자체수거차량이 직접 기증자에게 방문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③기증자가 무료택배서비스를 이용해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하는 방법이 있다. 박스가 많거나 부피가 너무 커 개인이 기증하기어려운 경우에는 ②의 방법을 이용한다. 기증자가 아름다운가게 콜센터에 전화해 기증품 수거를 요청하면 아름다운가게 측에서 직접 방문해 수거한다. 계절별, 시기별로 기증 신청량이 다르기 때문에 수거일정 역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수 일 안에 기증절차가 마무리된다. ③의 경우 CJ대한통운에서 기증자로부터 기증품을 수령해 아름다운가게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단 운반이 용이하도록 박스포장이 되어 있어야 한다.


순환물류의 미학 ‘되살림’

체계적인 배차와 동선계획을 구축하고 있는 아름다운가게이지만, 서울의 모든 지역을 매일 들를 수는 없기 때문에 지역별로 방문빈도가 다르다. 기증량이 많은 지역에는 자주 방문하지만 기증이 적은 지역에는 덜 방문하는 식으로 동선을 계획한다. 방문차량은 기증자가 수거를 요청한 날짜에 맞추어 사전연락 후 방문한다. 전화연락을 통해 구체적인 방문시간과 기증물품의 종류, 수량과 부피 등을 확인해 트럭의 적재율을 향상시키고 동선을 최소화 한다.


아름다운가게가 수거한 기증품을 모아서 분류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되살림센터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용답 되살림센터’의 경우 오전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1t 트럭이 출발하면 오후 2~3시쯤이면 거의 100% 적재되어 센터로 돌아온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대량으로 기증하는 경우에는 기업 측에서 직접 되살림센터까지 배송하기도 한다.

아름다운가게는 2015년 현재 전국에 약 11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LA,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외 매장에서 판매하는 재사용 물품은 현지에서 기증받은 기증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름다운가게의 118개 국내매장 중에서 서울지역에만 32개 매장이 집중되어 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취급하는 전국 각지의 기증품은 서울 센터에서 일괄적으로 커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별로 나뉜다. 그 중 서울 용답 되살림센터는 서울 24개구(금천구 제외)와 하남시까지 총 25개 지역의 기증품 수거를 맡고 있다. 금천구는 동선 상 안양 되살림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용답 되살림센터의 경우 일평균 약 20t의 기증품이 자체수거로 유입된다. 여기에 기업이나 단체에서 기증하는 물품과 택배를 통해 기증받는 물품도 포함된다.

기증품이 용답 되살림센터로 도착하면 우선 물품 상태에 따라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판매 가능한 물품과 판매 불가능한 물품으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 판매 가능한 물품은 다시 의류, 잡화, 도서, 가전제품 등으로 분류되며 분류에 따라 나뉜 물품에는 가격태그가 부착된다. 가격태그 부착이 끝
나면 각 매장별로 보낼 재사용물품이 포장-분류된다. 배송은 가까운 매장끼리 묶어 트럭으로 한 번에 배송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아름다운가게의 수거 차량은 전부 직영으로 운영된다. 차량에는 GPS를 부착해 동선파악을 용이하게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증품 수거부터 매장별 분배작업까지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기증품 수거를 담당하는 아름다운가게 순환지원팀은 기증품수집과 관련한 데이터를 연/월/일 별로 수집해 물동량을 예측한다. 그리고 비용절감, 인건비, 유류비를 고려해 차량의 동선을 계획한다.

아름다운가게 홍보팀 전승희 간사는“매년 이사가 많은 시기인 3,4월 기증량이 많고, 휴가철인 8월 기증량이 가장 낮다”며“지난 5~6월에는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기증량이 감소했다”언급했다. 메르스 사태로 외부접촉과 야외활동을 최소화하는 사회분위기가 기증품 공급량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한 이사할 때 많은 물건을 그대로 버리고 이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사 전에 물건을 정리하면서 자신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을 기증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기증품은 제철을 가리지 않는다!

여름에 들어오는 기중품이라 해서 여름옷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옷을 기증할 때는 봄옷 여름옷을 가리지 않고 입지 않는 옷을 모아 한 번에 기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팔 수 없는 재사용품은 어떻게 처리할까. 눈물을 머금고 폐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름다운가게는 시기가 맞지 않아 현재 팔 수 없는 물품을 재고로 보관하는 창고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름옷은 겨울동안 창고에 보관한 후 여름이 되면 되살림센터로 한 번 옮긴 후에 해당 되살림센터가 커버하는 매장들로 분배된다. 반대로 가을, 겨울옷은 창고로 이동해 다음 시즌을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 이 경우 최대 6개월 이상 보관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훼손방지를 위한 포장작업이 필요하다.


히든카드 ‘에코파티메아리’

아름다운가게는 기증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판매가 어려운 청바지나 자투리 가죽을 직접 가공해 판매하기도 한다. 바로 아름다운가게의 업사이클링(Up-cycling)4)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다. 아름다운가게 용답되살림센터에 있는 에코파티메아리 작업실에서는 주로 가방, 팔찌, 필통 같은 실용적인 물품을 제조한다. 청바지, 가죽 등 자재의 기증량이 일정치 않아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증문화의 확산으로 거의 일정한 수준의 자재조달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 간사는 “소파 제조업체 같은 경우 비용을 들여 자투리 가죽을 폐기했는데 이를 아름다운가게 에코파티메아리가 수거해 감으로 폐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제조업체와 아름다운가게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자재조달이 원활히 이루어지자 상품제조가 용이해졌고, 문구, 장신구, 가방 등 상품별 제조계획과 유통전략 수립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재사용되는 자투리 원료가 연간 13톤에 이른다. 일부 물품은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임금 개도국에서 생산되어 생산자에게 수익이 전달되는‘공정무역‘의 형태로 유통된다. 공정무역 물품의 특성상 판로개척은 다소 어려운 편이지만 아름다운가게는 전국 각지에 위치한 매장과 유통망을 통해 이를 유통시키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착한물류와 재고관리

아름다운가게는 ‘베이스캠프’라는 이름의 자체 전산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매장에서 입출고되는 물품들의 재고현황을 기록·관리한다. 입출고되는 물품은 각 매장의 매장 일지와 재고조사표 등을 통해 확인절차를 거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전 매장에서는 매월 말 전수재고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분기마다 사무처의 지원부서 간사들이 각 매장을 방문해 재고조사를 총괄/지원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매장 재고관리를 위한 전담 부서를 두고 있는데, 재고 전담 부서에서는 모든 매장의 재고조사 결과를 분석해 재고조사 오차와 재고율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메뉴얼화 하는 한편 각 매장에 대한 교육을 시행한다. 재고조사 결과 허용오차를 넘는 경우에 대해서는 해당 지점 매니저로부터 문제점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해당 지점 매니저와 전담부서와의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재고조사 오차율과 재고율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가게에서 판매하는 재사용물품은 전국에서 수거된 기증품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기증품의 대부분이 의류, 도서, 생활용품으로 어느 정도의 수요가 보장되는 물품들이다. 기증품을 수거하고 분류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재사용물품은 각지의 매장으로 재분배됨으로써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의 효용을 제공한다. 기증된 물품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시간이 흘러 수명이 다하면 다시 가방, 장신구로 바뀌는 순환과정 속에 수거, 배송 시스템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모두가 함께 하는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라는 자신들의 미션에 따라 재사용 물품 뿐만 아니라 나눔의 가치도 함께 유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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