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창업 도전기: 허욱 에이치앤피로지스 대표
B2B 물류의 절벽과 재탄생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한 중소물류업체가 창업 아이템으로 야심차게 글로벌 물류를 들고 나왔다. 이 업체는 B2B창업의 크나큰 절벽인 ‘자본의 문제’와 ‘레퍼런스의 문제’를 딛고 지난달부터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이 업체가 창업 불과 6개월 만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라는 대기업 화주를 업고 베트남 해외물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에이치엔피로지스의 새로운 도전을 통해 B2B창업의 절벽을 뚫고 강소기업으로 대기업과 경쟁하고자 나아가는 과정을 살펴봤다. |
지난달 에이치엔피로지스 허욱 대표(사진)를 만났다. 지난 2013년 CJ대한통운 글로벌 본부장 시절에 만나보고 처음이다. 허 대표는 지난해 6월 H&P로지스라는 신생 물류업체를 설립했다. 허 대표는 원래 창업을 꿈꿨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입사할 때부터 꿈꿔왔던, 가장 하고 싶었던 사업을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힘들 수도 있었던 결정을 한 것이다.
허 대표가 야심차게 론칭한 새로운 사업은 글로벌 물류 사업이다. 중소업체, 그것도 창업 1년차 중소기업이 바라보기는 굉장히 어려운 분야이다. 자본금은 17억, 사업은 베트남부터 시작한다. 핵심 비즈니스는 정밀기기 운송 및 설비반입/조립에 대한 전문물류다. 주요 운송품목이 LCD 반도체, 메디컬 헬스케어 품목인 만큼 기업화주의 물량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야심차게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했다. 11대의 화물차를 구비했다. 10대는 CJ대한통운에서 마련했고1대는 추가로 구매했다. 차량은 첨단장비 운송에 최적화된 무진동 특수차량으로 특별히 주문제작해서 만든 것이다. 화물차 번호판 가격은 현재 약 4000만 원 정도로 설정되어 있다. 화물자동차운송사업허가증,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허가증, 국제물류주선업등록증도 발급받았다. 각각 발급에 수 천 만원이 필요했다.
허 대표가 어마어마한 비용을 투자한 데는 이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에이치엔피로지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허 대표가 20년 전에 개발했던 모델이다. 그러나 지난 12년, 삼성가 이건희 회장과 CJ그룹 (고)이맹희 씨의 상속분쟁으로 인해 삼성의 동남아 지역 물량이 CJ GLS에서 대거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적이 있다. 허 대표가 힘겹게 구축했던 모델은 이와 함께 사라지게 됐다.
허 대표의 염원은 에이치엔피로지스 창업과 함께 부활했다. 사업의 핵심은 ‘전문성’과 ‘하드웨어 인프라’다. 일반적인 운송에 대한 포워딩 업무는 자체보유 장비가 없어도 가능하다. 그러나 에이치엔피로지스가 특화한 ‘첨단장비’ 운송과 관련해서는 전용 하드웨어 보유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허 대표의 설명이다.때문에 에이치엔피로지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일체화를 강조한다. 자체 하드웨어 구축에 4억 5천만 원 규모의 자본이 소요됐으며 이것은 경쟁업체가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진입장벽이 된다.
허욱 에이치엔피로지스 대표
에이치엔피로지스는 지난달 첫 번째 매출을 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화물을 베트남까지 운송했다. 레퍼런스가 없는 중소물류업체로 영업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마치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허 대표의 창업기를 통해 B2B창업의 절벽과 그것을 뛰어넘는 과정을 살펴보자.
창업의 절벽① 자본의 문제
하드웨어 기반 물류업체를 운영하는 데는 많은 자본이 소요된다. 허 대표 또한 첨단장비 특수운송을 위해서 무진동 운송차량, 저상 트레일러, 항온항습 박스 등 4억 5천 규모의 자체 인프라를 구비했다. 허 대표가 투자한 자본금은 총 17억. 그 중 외부 투자금은 얼마나 될까.
허 대표는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2억 원을 대출했다. 이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단계에 이룩한 성과다. 허 대표에 따르면 이것은 허 대표의 개인적인 레퍼런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대출은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비즈니스 모델, 사업, 자금, 현금흐름 등 확실한 성과가 선행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때문에 성과가 없이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금융지원은 요원한 일이다.
허 대표 같은 경우 기존 물류 대기업에서 25년간 해외사업 운영 및 관리를 직접 해왔기 때문에 형성된 경험으로 인해 조달이 가능했던 부분이다. 그 외에 15억이라는 자본은 허 대표의 개인 출자자본이다. 때문에 아무 경험, 레퍼런스가 없는 청년이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특수물류업체를 창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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