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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물류 입문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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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6. 7. 3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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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내맘대로 요약>

애플과 삼성, 아마존과 구글, 자라와 유니클로.
너나없이 세상의 물류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내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쉽고, 재밌는 물류입문서가 없는 현실!
‪#‎대한민국_물류계_체게바라를_꿈꾸는‬ 권정욱 ㅋㅋ

The revolution is not an applethat falls when it is ripe. Youhave to make it fall.
혁명은 다 익어 저절로 떨어지는 사과가 아니다. 떨어뜨려야 하는 것이다. (체 게바라)




(사진= CLO 엄지용 기자의 서랍에 있는 물류관련 서적)

글. 권정 콜맨코리아 SCM팀장


Idea in Brief

독서의 방법을 기초독서, 수평독서, 수직독서, 통합독서로 나눴을 때 물류·SCM 분야와 관련된 책은 수평, 수직, 통합독서를 할 수 있는 전문도서에만 집중되어 있다. 물류·SCM을 전혀 모르던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기초독서’와 관련된 책은 전무한 것이 실정이며, 이와 같은 사실은 산업의 기초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어는 분야든 ‘입문서’는 그 학문 혹은 분야에 있어서 길라잡이 역할이라는 주요한 임무를 맡는다. 향후 물류·SCM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먼저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물류 입문서’를 만들어 산업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학생들의 직무역량 강화 및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는 분인데, 학생 중 한 명이 물류회사에 입사 면접 예정이라서 면접 준비를 하면서 참고할 수 있는 물류·SCM 관련 책을 한 권만 소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학생이 물류를 잘 몰라서 어렵지 않고, 한 번 읽고 물류와 SCM이 어떤 것인지 개념만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면 좋겠다는 간단한 요청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마치 업계의 치부를 드러낸 것 같기도 하여 통화를 하면서도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물류·SCM 업무만 담당했다. 그런데 추천할 책이 떠오르지 않더라. 물류인으로써 한없이 부끄러웠다.

나는 오래 전부터 물류·SCM 업무를 하는 지인들과 “물류·SCM 입문서를 만들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해왔엇다. 물론 시중에 물류 관련 책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개론(槪論)부터 원론(原論)까지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었고, 이는 시중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베스트셀러였던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처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물류·SCM 입문서는 전무하다.

왜일까. 사실 책을 출간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필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출판사업의 수익성은 ´대중성´이다. 그리고 ´물류´와 ´SCM´은 대중성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던 분야이기도 하다. 일반인 입장에서 물류하면 ´택배´가 생각난다. SCM은 그것이 ´Supply Chain Management´의 약어라는 것만 알아도 다행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대중에게 친숙한 소위 혁신기업이라 불리는 아마존과 구글이 물류로 경쟁하는 세상이다. 국내에서도 신세계, 롯데, 삼성, 현대자동차와 같은 소비재를 제조, 유통하는 기업들이 물류내재화에 힘쓰고 있다. 쿠팡, 배달의민족과 같은 스타트업이 물류를 품에 안고자 하는 움직임 또한 신선하다. 그렇다면 여러 기업들의 활약으로 대중의 관심이 ´물류´에 집중된 지금이 물류·SCM 입문서 출간이 무르익은 시기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물류 입문서´를 만들어야 할까. 당연히 대중 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잠시 재미 없을 수도 있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독서의 방법은 크게 ‘기초독서’, ‘수평독서’, ‘수직독서’, ‘통합독서’ 4가지로 나뉜다. 기초독서란 말 그대로 독서 입문 단계로 아주 쉬운 내용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독서 방법이다. 수평독서는 다양한 주제의 내용들을 광범위하게 읽는 과정이다. 수직독서는 한 가지 분야와 관련된 많은 책들을 읽으며 깊이 있게 이해하는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통합독서(융합독서)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여타 분야의 책을 비교하며 읽는 단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물류·SCM과 관련된 책들은 이미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수평독서, 수직독서, 통합독서에 적합한 내용과 수준이다. ‘기초독서’, 즉 물류 입문 용도로 적합한 책은 아직까지는 찾기 어렵다. 일반 대중에게 수직독서를 하기위한 가장 쉬운 책인 ´물류학원론´을 보여줬다고 하자. 독자들은 그 안에서 나타나는 OR, S&OP, ERP, MRP, VAL, JIT와 같은 용어만 네이버 검색으로 찾는 데 하루종일 소비할 것이다. 당연히 ´물류´는 재미없는 이야기가 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책이 무엇보다 쉽고, 대중을 타겟으로 작성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물류입문서의 숫자가 적을까. 이는 ‘물류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역사가 그리 길지 않고, 물류·SCM에서 다루고 있는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기에 쉽게 정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 몫했을 것이다. 게다가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인 혹은 초보자 집단에게 물류, SCM을 쉽게 설명하는 부분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인지 ´물류´를 키워드로 작성된 ´도서´ 자체가 별로 없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인터넷 서점인 K문고에 ‘회계’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취업 및 수험서를 포함하여 총 6029권이 나온다. ‘마케팅’ 키워드로는 3321권이 검색된다. 그에 비해 ‘물류’는 719권, SCM은 61권이 검색된다. 물론 인터넷 서점 한 곳에서 검색한 내용을 바탕으로, 검색된 책 수가 적다는 이유로 ‘입문서’가 적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물류·SCM 담당자의 한 사람으로 감히 현실을 표현하자면, 이렇게 적은 책 중에서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는 매우 적으며, 그와 동시에 지금처럼 물류에 대한 관심이 몰려있을 때가 ‘물류·SCM 입문서’의 개발의 적기이며,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시점이다. 물류입문서 시장의 블루오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느 분야든 ‘입문서’는 그 학문 혹은 분야에 있어서 길라잡이 역할이라는 주요한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그 ‘입문서’가 부족하다는 것은 그 분야에 기초 공사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물류산업이 그렇다. 입문서가 없는, 대중에게 친숙하게 접근할 수 없는 ´입문서´가 없다는 것은 물류산업의 기초 공사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든다.

기초를 쉽게 만드는 것은 분명 어렵고, 때문에 입문서 출간의 시작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작하고 나면 전문가들 사이에 경쟁이 유발되고, 경쟁이 유발되면 점점 발전적인 방향의 ‘물류·SCM 입문서’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좋은 입문서가 출간되면, 자연스럽게 최초의 목적이었던, ‘물류·SCM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여러 사람들을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고,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인재도 물류산업에 모일 수 있다. 그야말로 선순환의 구축이다.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업계의 공통된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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