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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가 물류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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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7. 9. 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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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의 숙제 '공차율', 해법으로 나타난 플랫폼

전세버스 물류 실험 기동, 라스트마일의 새로운 해법될까

 

전세버스를 ‘물류’로 활용하겠다고 나타난 업체가 있다. 전세버스는 노선이 정해져 터미널과 터미널간의 운송만 가능한 기존 고속버스 퀵서비스와 다르게 신고한 사업구역 안에서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물류’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전세버스의 높은 공차율이 업계의 문제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전세버스의 물류 활용이 전세버스 기사의 수익을 제고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다.

전세버스 운행기록증. 현행법상 전세버스 기사는 운행지역이 바뀔 때마다 운행기록증을 새로 발급받아 차량 앞유리에 부착해야 한다. 위 차량이 신고한 사업구역은 ‘인천, 경기, 서울’ 지역이며, 따라서 해당 차량은 이 구역 안에서만 운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세버스를 물류에 활용하는 것은 현행법상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지난 2014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인해 고속버스와 같은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가 소화물을 운송하는 것은 가능해졌다. 그러나 전세버스 사업은 ‘구역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 포함되기 때문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과는 무관하다. 전세버스를 물류에 활용하겠다고 나선 업체 역시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실제 해당 업체도 처음부터 전세버스를 물류에 활용하고자했던 것은 아니다. 이 업체가 전세버스를 물류에 활용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전세버스의 숙제, ‘공차율’

 

약 4만 1,000명의 종사자(버스기사), 2조 2,500억 원의 매출액.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운수업조사보고서(2015년 기준)’에 실린 국내 전세버스 업계의 규모다. 산악회나 가족여행을 위해 왕복으로 대절하여 사용하는 ‘관광버스’,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의 순회관광을 지원하는 ‘투어버스’, 기업과 대학교의 ‘통근·통학버스’가 모두 전세버스의 범위에 들어간다.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전세버스 업계는 오랫동안 공차운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도 공차를 활용할 생각조차 안 해 왔다. 대부분의 전세버스업체(기사)는 편도 운행을 할 때도 공차운행을 감안해 왕복운행 요금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명확한 가격표 없이 전세버스업체의 자율에 따라 요금 책정이 가능한 현 구조 때문이다.

 

전세버스의 이러한 운영 형태는 곧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전세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는 여러 업체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견적을 비교하고 업체를 결정해야 한다. 실제 본 기자가 서울에서 경북 영천까지 이동하는 주말 25인승 전세버스 견적(편도)을 알아본 결과, 운임은 최소 38만 원부터 최대 80만 원까지 다양했다. 소비자는 발품을 팔아 두 배 이상 저렴한 가격에 전세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소비자가 그만큼의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전세버스업체 대표는 “전세버스 시장에는 예전부터 공급자와 소비자 간 정보비대칭 문제가 심각했다”며 “명확한 가격표가 없는 것뿐 아니라 전세버스 기사가 최초 견적 이상의 상여금(결혼식 축하비, 식사비, 숙박비 등)을 소비자로부터 받는다거나, 소비자가 폐차 연식인 10년짜리 낡은 차량을 이용하게 된다든가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소비자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비대칭을 해결하라

 

이러한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IT플랫폼 업체들이 전세버스 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위버스, 콜버스, 올버스와 같은 업체가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비교견적’ 방식을 활용한다. 전세버스를 구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플랫폼에 출발일과 편도/왕복 여부, 탑승인원 등을 기재하게 하고 이후 운행을 희망하는 전세버스업체(기사)들이 견적을 제시하여, 소비자가 그중 마음에 드는 견적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전세버스 비교견적 플랫폼의 등장으로 대부분 지입형태로 직접 영업을 하던 전세버스 기사들은 새로운 영업채널을 얻게 됐다. 소비자 역시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해야 했던 견적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됐다. 몇몇 비교견적 플랫폼은 업계 관행으로 여겨지는 추가 상여금을 플랫폼 상에 명기함으로써 소비자의 예기치 못한 추가비용 부담을 막을 뿐 아니라, 보다 투명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세버스의 차종과 연식도 알려준다.

<이슈> 사라지지 않은 전세버스 지입제

정부의 전세버스 직영화 정책으로 전세버스업계의 지입차량은 사라진 듯 보인다. 그러나 직영화에도 불구하고 영업의 주체는 여전히 전세버스업체가 아닌 ‘전세버스 기사’이며, 그들은 대부분 지역 기반의 인맥,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을 유치한다. 또한 전세버스업체들은 차량당 30~50만 원의 지입료를 받고 있다.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전체 전세버스 기사의 약 80%가 지입기사다.

 

왜 물류에 도전하나

 

위버스는 IT플랫폼을 활용해 전세버스업계의 문제를 풀어보고자 지난해 6월 서비스를 론칭했으며, 올 하반기부터 전세버스를 활용한 물류서비스를 시작하고자 한다. 사실 위버스가 창업 초기부터 물류사업을 고려했던 것은 아니다. 위버스는 사업 초 업계에 만연한 공차운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민했는데, 이것이 물류로까지 자연스레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김동원 위버스 대표는 “관광버스뿐 아니라 통근·통학버스가 함께 돌고 있는 전세버스업계에는 특정시간·특정장소를 제외하면 공차 매칭률이 높지 않다는 허들이 존재했다”며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소화물 운송’을 고려했고, 시장조사 결과 전세버스 기사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위버스에 따르면, 전세버스 기사들은 추가적인 수익만 담보된다면 공차에 ‘화물’을 싣든, ‘사람’을 태우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위버스는 12건의 전세버스 소화물 운송을 실험하기도 했다. 가령 위버스는 부산에서 인천공항까지 편도 운행을 마치고 공차로 부산으로 돌아가는 전세버스 기사에게 “내려가는 길에 10만 원에 경기도 광명에서 소화물을 픽업하여 경상남도 진주까지 운송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했다. 해당 전세버스 기사는 실제로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픽업지에 방문해 소화물을 수령하여 그것을 진주 목적지에 배송한 뒤 다시 부산으로 내려갔다. 픽업부터 배송까지 라스트마일 물류 프로세스를 완성한 것이다.

 

김 대표는 “10만 원짜리 화물이 두 개면 20만 원, 3개면 30만 원이다”라며 “향후 이 서비스가 활성화돼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면 전세버스의 원래 목적인 여객보다 화물 쪽에서 수익이 더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위버스가 장기적으로 전세버스 물류의 타깃으로 삼는 곳은 ‘동대문’이다. 현재 택배업체와 일부 퀵화물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동대문 샘플의류 물류를 전세버스를 통해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위버스에 따르면, 45인승 전세버스에는 400리터 냉장고 두 개가 들어간다. 2천 벌의 의류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다. 위버스는 전세버스를 이용하면 의류 한 벌당 500원의 단가에 물류를 수행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물론 2천 벌의 의류가 버스에 실렸을 때 기사가 혼자 그것을 상하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업체와 협업은 필요하다.

 

위버스는 당장 올 하반기부터 C2C 소화물 택배를 우선으로 하여 전세버스 물류를 실험할 계획이다. 해당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향후 B2C, B2B 물류시장까지 치고나가는 게 위버스의 목표다.

 

이러한 위버스의 청사진은 화려하다. 그러나 큰 숙제 하나가 남아있다. 법적으로 전세버스를 활용한 물류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세버스 물류의 위법 여부와 관련하여 국토부와 법제처, 외부 변호사의 입장을 청해들었다”며 “확인 결과 국토부는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법제처는 유권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을, 변호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전세버스의 물류 활용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업을 해도 된다는 의견을 각각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정부와 싸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며, 위버스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정부 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규제완화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을 풀어나갈 생각”이라 덧붙였다.

 

[연재] 여객물류 특집

(1) 여객물류 향한 새로운(?) 도전, 감춰진 실패들
(2) 자전거 물류의 효용, 한국형은 언제
(3) 지하철에도 '공유망'이 탄생한다면
(4) 전세버스가 물류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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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용 기자

오프라인을 통해 온라인을 바라봅니다. 물류는 거들뿐.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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