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택배기사 상생 위한 휠소터... “현장에선 애물단지”

ARTICLES

by 김편 2018. 2. 11. 09:10

본문

%ed%8f%ac%ec%ba%90%ec%8a%a4%ed%8a%b8 %ec%b6%9c%ea%b0%84%eb%b0%b0%eb%84%88 1

택배기사 위해 도입한 CJ대한통운 휠소터, 일부 현장에선 기존보다 업무시간 늘어났다 불만

휠소터 성능 한계... 휠소터 도입하고도 이전 방식으로 일하는 대리점 존재

CJ대한통운, 대리점과 소통하면서 관련 문제 개선해나갈 것

 

<시작하기 앞서> 해당 기사는 지난 1월 21일 본지를 통해 송고된 <CJ대한통운 휠소터 100호기 돌파... 택배기사 '삶'의 변화> 기사에 대한 부산 모처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불만 제보를 시작으로 취재, 작성됐습니다. 앞으로도 CLO는 논란 되는 내용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콘텐츠에 반영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노동 강도와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휠소터(Wheel Sorter)가 일부 현장에선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휠소터 도입으로 인해 이전보다 오히려 업무시간이 늘어나고, 안 해도 될 번거로운 작업이 추가됐다는 것이 복수 택배기사들의 평가다.


▲ 휠소터가 완전 자동화 장비는 아니다. 가운데 파란색 판 안에 있는 휠이 움직여 바코드 스캔을 마친 택배 상품을 지역별로 분류한다. 택배 상품이 레일을 타고 오면, 해당 지역에 속한 택배기사들은 주소를 보고 자신이 맡은 구역에 배송될 상품을 가져간다.

 

대표적인 문제는 휠소터 성능의 한계에서 나온다. CJ대한통운이 도입한 휠소터는 한 번에 하나의 바코드만 인식할 수 있다. 휠소터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택배상자 사이의 간격을 10~15cm 이격해야 한다. 이럴 경우 기존 한 번에 여러 택배상자를 수동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작업시간이 길어진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수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은 “휠소터 도입으로 인해 기존대비 분류작업이 1~2시간 더 길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 CJ대한통운 인천 모처 서브터미널에 설치된 휠소터. 기기가 바코드를 읽을 수 있도록 작업자가 택배상자의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휠소터가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이 도입한 휠소터는 6면 택배상자 중 3개의 면만을 인식할 수 있다. 레일보다 큰 택배상자를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휠소터가 택배상자를 인식하게 하기 위해선 누군가 일일이 택배상자의 위치를 조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 레일보다 큰 택배상자(사진 좌측상단)는 휠소터가 인식하지 못한다. 택배기사들은 그것을 따로 모아 수동으로 분류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휠소터가 막 도입됐을 때는 오분류 된 택배 상자를 다시 기기에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재분류했는데, 시간상의 이유로 현재는 사람이 직접 재분류 한다”며 “택배기사들이 돌아가면서 그 작업을 하거나, 분류인력이 부족하여 따로 아르바이트 작업자를 뽑기도 한다”고 전했다.

 

택배기사 삶의 변화? 글쎄...

 

CJ대한통운은 휠소터 도입으로 인해 다회전 배송이 가능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택배상자가 자동으로 분류되니 택배기사들은 하루에 2~3회 터미널로 돌아와 이미 분류된 물건을 가지고 배송작업만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택배기사들은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다회전 배송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는 택배기사도 존재한다. 택배 터미널과 배송지를 왕복하면 유류비가 증가하고,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택배기사의 총 근무시간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서울 모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배송지와 터미널이 가까운 택배기사는 부담이 덜하지만, 터미널과 멀리 떨어진 곳까지 배송가야 하는 기사에겐 휠소터로 인해 늘어난 유류비와 업무시간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휠소터 설치로 인해 터미널 화물적재 작업이 번거로워졌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 택배차량을 접안하는 도크의 규모가 휠소터 설치를 위해 축소됐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휠소터 도입으로 기존 모든 택배기사들이 나와야 했던 분류 작업은 일부 택배기사들이 6, 9인의 조를 편성해 오전 7시에 출근하고 나머지 택배기사들은 9~10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휠소터로 인해 택배기사들의 근무환경이 좋아졌기에, 도크 규모를 축소시켰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경기도 광주에서 일하는 CJ대한통운 한 택배기사는 “번거로운 터미널 작업과 다회전 배송에 부담을 크게 느낀 택배기사가 많다”며 “(우리 대리점 같은 경우) 휠소터 도입 한 달 만에 98%의 택배 기사들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휠소터를 도입한 지 이제 겨우 1년으로, 대리점과 계속 소통하며 문제를 개선해 나가고 있으나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럼에도 휠소터는 수동적인 과거 노동환경을 바꿀 수 있는 장치로, 휠소터 도입은 더 늘려갈 것”이라 설명했다.

%ea%b8%b4%ea%b1%b0 01


김태영 기자

물류를 통해 사람을 보겠습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