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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의 미래? "화물차가 먼저다"

INNOVATION

by 김편 2018. 3. 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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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기술, 도심주행보다 쉬운 고속도로 주행 화물차부터

마스오토, 처음부터 레벨4 완전주행 무인화물차 만들 것

24시간 운행가능한 화물차와 무인기반 인건비 절감으로 운송업계 '생산성' 극대화 목표

우버가 인수한 자율주행트럭 '오토(Otto)'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현대모비스, 만도, 삼성전자, LG전자, KT, SK텔레콤, 네이버랩스... 지난해 말까지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기업들의 이름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들 기업을 포함한 17개 기관은 지난해까지 약 19만km를 주행했다. 2016년 말까지 주행실적인 26,000km과 비교하면 1년 사이 7배 이상 늘었다. 2016년까지 자동차 제조사가 약 20,000km로 전체 주행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현대모비스, LG전자 등 부품·IT업체의 주행실적 비중이 전체의 38%로 크게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올해는 더 많은 자율주행차가 주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4일 6개 정부부처가 참여한 2018 정부업무보고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자율주행 인프라를 본격 구축하고, 국민 체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를 경기도 화성에 준공하고, 인천공항 내 자율주행셔틀 등 실증 R&D에 착수한다. 2020년까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자율·군집주행트럭 등 상업용 자율차의 시범운영까지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자료: 국토교통부)

 

아직까지 완전 자율주행은 무리

 

그러나 현재 국내 자율주행기술 수준은 ‘완전자율’을 바라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업계의 평가다. 대부분의 기술이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는 것과 같이 사람이 타고 있는 상황에서 주행을 보조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정도(레벨2)에 머물러있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등장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이 꼽힌다.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나 갑작스럽게 차선에 난입하는 동물, 사고가 나거나 공사를 시작한 현장, 차선 변경이 불가능한 구간에서 끼어드는 차량까지. 사람이라면 간단히 인식하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자율주행차량에게는 굉장히 까다롭다. 사전에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무한에 가까운 돌발 상황을 컴퓨터에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자율자동차의 눈이라고 불리는 ‘센서’로 사용되는 카메라에 주행 중 날벌레가 몰리면 컴퓨터는 굉장히 혼란해할 것이다.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운전하는 자율주행차이기에, 고장이나 외부 해킹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과거와 비교하면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자율주행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특히 딥러닝과 강화학습을 통한 인지기술, 정밀 지도와 인터넷 연결을 통한 데이터 공유 등이 완전 자율주행을 견인할 원동력으로 주목 받는다. 하지만 현재 업체들은 자율적으로 달리는 기술 개발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나 ‘보안’에 대한 기술 개발은 그 다음 단계로 밀려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화물운송’이면 어떨까

 

마스오토는 ‘화물운송 자율차’를 타겟하여 시장에 진입한 업체다. 마스오토는 항만, 물류센터 등 물류산업 곳곳에서 자동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상황, 유일하게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무인운송’이라 판단하고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로부터 4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스오토가 화물운송 자율차라는 제한된 분야를 타겟한 이유는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국내만 해도 현대기아차, 삼성전자, 네이버, KT와 같은 대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 단 3명의 인력을 가진 마스오토가 같은 분야에서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반면, 승용차 자율주행과는 달리 화물차 자율주행 업체들은 대부분 신생업체였고, 그 숫자도 적었다. 현재 자율주행 트럭 분야의 업체들은 각자 다른 목적으로 기술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가령 엠바크(Embark)는 운전기사 편의를 목적으로 레벨2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며, 펠로톤테크놀로지(Peloton Technology)와 같은 경우 군집주행 등 차량간 통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마스오토의 설명이다.

 

화물차가 주로 ‘고속도로’를 주행한다는 점도 시장 진입을 결정하는 데 한 몫 했다. 고속도로는 도심운송에 비해 완전자율운행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난이도가 낮다. 도심주행의 경우 신호등, 표지판, 보행자 인식, 차선이 지워진 도로 등 돌발 상황으로 대비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반면, 고속도로 주행은 차량의 차선 준수, 정시도착을 위한 최적도로 탐색용이 등 상대적인 이점이 존재한다.

 

때문에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기술만 있다면, 그 다음은 업체의 규모와는 상관 없는 문제가 될 것이라 마스오토는 판단했다. 트럭과 같은 경우 크고 무거워 조향, 가감속 방식과 필요한 센싱 범위까지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기도 하다. 마스오토가 스스로를 화물운송시장의 ‘퍼스트 무버’라 평하는 이유다. 당장 마스오토는 화물운송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 ‘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 세 개 구간에 집중하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만드는 비용절감

 

마스오토는 연구가 아닌 사업을 하고자 하는 회사다. 사업을 하기 위해선 시장성이 존재해야 하며, 시장성이란 운송업체가 자율주행차량을 도입함으로 당장 다음 달 영업이익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마스오토의 설명이다. 그렇기에 마스오토는 처음부터 레벨4 이상의 완전자율주행을 목표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운전자의 편의를 만드는 것이 아닌, 운전자가 사라져야 마스오토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자 하는 운송업체에게 ‘비용 절감’이라는 편익을 소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오토에 따르면 운송업체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경우 기존 인건비로 사용되던 약 30%의 운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사람과 달리 24시간 운영 가능한 자율주행트럭이기 때문에 생산성 또한 높아진다.


마스오토 도입시 운송업체가 얻게 되는 편익(자료: 마스오토)

 

소프트웨어 또한 운송업체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트럭을 개조하는 방식으로 쉽게 도입할 수 있다. 만약 전자신호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Drive-by-wire)이 설치된 차량이라면 차량에 컴퓨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핸들과 엑셀, 브레이크를 제어할 수 있다. 시스템이 설치된 차량이 아니더라도 추가적인 기계장치와 전원 설비를 설치하여 간단하게 기존 화물차의 무인차 전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마스오토는 운송업체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소프트웨어 도입비용을 제시하기 위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센서인 ‘카메라’ 중심의 비전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보고서에 따르면 카메라는 다른 센서인 레이더나 라이더가 파악할 수 없는 차선, 교통표지판, 신호등, 보행자와 같은 ‘형상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이 되는 센서다. LDWS(차선이탈경보시스템)와 LKAS(차선이탈자동복귀시스템)이 카메라를 활용한 기능의 대표적인 예시다.

 

하지만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마스오토는 또 다른 센서인 레이더(RADAR)를 통해 카메라를 보조한다. 레이더는 카메라처럼 탐지 대상의 형상 정보를 판별할 수는 없지만,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밤중이나 악천후에도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다. 마스오토가 레이더를 활용하는 이유는 화물트럭의 경우 승용차에 비해 무겁고 제동거리가 크다 보니, 먼 곳의 상황을 사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에는 사람의 눈의 역할을 하는 센서 장비에는 대표적으로 카메라, 레이더, 라이더가 있다. 라이더는 다수의 레이저 광원을 통해 360도 범위를 탐지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박 대표는 “자율주행 트럭개조 비용이 높다면 그것을 도입하려는 운송회사 또한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카메라보다 10배 이상 비싼 센서인 라이더(LIDAR) 도입이 아닌 카메라 중심의 비전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당면과제는 ‘기술’, 상용화를 앞두고

 

마스오토의 당면과제는 영업이 아니다. 우선 현재 레벨2 수준에 머물러 있는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끌어올려 완전자율주행(레벨4)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도록 하는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 첫 번째 마일스톤이다. 올해는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취득하여 고속도로에서 레벨3 자율주행 수준의 기술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에는 고속도로 레벨4 주행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실제 판매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마스오토는 임시운행 허가 이후 직영비율이 높은 몇몇 운송회사들과 자율차 파일럿 테스트를 논의하고 있다.

 

향후 마스오토의 기술이 실제 화물차에 도입된다면, 또 다른 운송 파트너와 협업 가능성이 제기된다. 마스오토의 자율주행 기술은 도심이 아닌 ‘고속도로’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만약 출발지나 목적지인 물류센터가 고속도로나 톨게이트 근처에 있는 경우 기본 자율주행 기술에 HD맵과 위치인식 기술이 들어간 ‘물류센터 진입용 자율주행 모드’, 가이드 물체 설치를 통한 ‘주행루트 유도기술’, ‘원격조종’을 결합해 라스트마일까지 주행 가능하다.

 

그러나 물류센터가 고속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도심에 위치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스오토는 그 단계에 대비하기 위해 고속도로 양 끝에 임시로 화물을 내릴 수 있는 컨테이너와 같은 공간을 마련하여 최종 목적지까지 운송은 교대 거점에서 대기하던 사람이 차량에 탑승하여 수행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추가적인 운송업체나 사람과의 협업이 필요해질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다.

 

마스오토는 이 외에도 상용화 단계에 앞서 ‘최적 경로 탐색시스템’과 ‘교통정보 수신 시스템’, ‘차량 간 통신 기술’ 역시 개발해야 될 사항으로 고려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있어 ‘빠른 길’ 보다 ‘안전한 길’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기에 최단 경로가 아닌 ‘최적’을 찾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중앙교통정보센터로부터 실시간 고속도로 상황을 전달 받는다면 보다 안정적인 주행 경로 설정에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량 간 통신이 가능해진다면, 각 차량의 센싱 범위가 통신이 가능한 주변 차량까지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주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된다.

 

박 대표는 “2020년 정도가 되면 레벨4 자율주행차가 고속도로를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며 “도시를 주행하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도입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 고속도로에 비해 2~3년 이상의 시간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향후 마스오토는 한국에서의 테스트를 기반으로 미국, 유럽 등 훨씬 거대한 수요가 있는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며 “올해 실주행 테스트 이후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다음 라운드의 펀딩을 준비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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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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