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 간편해진 느낌이다. 집안의 큰 행사요, 손이 많이 필요했던 과거와는 달리 원룸이사, 소호이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1인가구가 늘었고, 굳이 집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자의든 타의든…)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생겨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O2O 영역으로 진출한 이사물류 업체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이사갈 장소와 일자, 필요한 서비스를 고르기만 하면 단 번에 견적이 산출된다. 결제나 고객 서비스(CS)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대다수 산업에서 중간 단계를 차지했던 물류가 이제는 O2O 영역에서 이사라는 이름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과연 O2O와 이사물류의 결합은 어떤 종착지를 향하고 있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1인가구는 약 539만 개로 집계됐다. 그 중 200만 가구 이상이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고, 1인가구를 구성하는 20대와 30대 비중은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1인가구의 절반 정도는 집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다. 30세 미만의 경우 11% 정도만이 자가(自家) 소유자에 해당하고,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한 30대의 자가 소유 비율도 41.7%에 불과하다.
이처럼 집을 갖지 못한 ‘뜨내기’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사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다만 과거처럼 종합이사나 포장이사의 개념과는 달리 1인가구를 위한 맞춤형 이사 서비스가 주목을 받는다. 간소화된 이삿짐 덕에 적은 인력과 운송수단으로도 이사물류를 커버할 수 있게 되면서 이삿짐업체도 ‘라이트’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O2O(Online to Offline, Offline to Online)라는 트렌드까지 더해지자 이사 서비스는 더욱 젊어졌다.
‘짐카’, 이사 물류 전면에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O2O 이삿짐 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단, 대다수는 물류 DNA를 품은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이사 서비스까지는 포함시키지 않는 모습이다. 이사라는 서비스로 성장할만한 물리적 토대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사물류를 전면에 내세운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눈에 띄는 서비스는 ‘짐카(운영사: 다섯시삼십분)’다. 짐카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이사 서비스라는 고민을 갖고 출발한 업체다. 때문에 서비스의 주 타깃도 20대와 30대를 겨냥하고 있다.
2015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짐카는 지금까지의 성적만 보면 나름 선전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만 일일 200건, 월 6,000건 정도의 견적시스템 이용 통계를 기록했다. 사업 초기인 2015년 6월부터 약 1년 간 누적이용률이 3만 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동기 대비 250% 이상 성장한 수치다.
2015년 출시된 짐카 서비스의 1년 6개월간의 기록 (자료: 다섯시삼십분)
물론 짐카를 시장에 안착한 대표 사례라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반응을 끌어올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O2O와의 결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본적으로 O2O에 근간을 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집객효과를 쉽게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짐카의 서비스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로로 제공한다. 이사와 관련한 견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예약, 결제와 같은 과정까지도 앱 하나에 통합했다.
그러나 O2O와의 결합만을 짐카의 장점으로 언급할 순 없다. 짐카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O2O의 한계로 지적됐던 단순중개 역할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 플레이어들이 이삿짐을 옮기는 용달 차주와 서비스 이용자들 간 중개(연결)에만 치중했다면 짐카는 서비스팀을 별도 구성했다. 짐맨과 짐카드라이버 등 프리미엄 서비스팀을 운영해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다섯시삼십분 관계자는 “이사 만족도가 높은 팀에 배차 우선권을 제공하여 품질 유지에 힘쓰고 있다”며 “기존 용달이사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팀을 통해 이사 서비스를 젊고 활기차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에 집중
기존 O2O 서비스가 더 이상의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는 견해에 대해 다섯시삼십분 관계자는 “고객과의 연결 이상의 시너지를 기대한다면 현 상황에서 효율성을 찾아내야 한다”며 “짐카의 경우 서비스 초기부터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오프라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사업을 통해 얻은 자료와 경험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사업 간 축적된 이사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자동 견적시스템’ 구축 등 기술개발 영역의 보완재로 사용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더불어 타 서비스와의 연계에 있어서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다만, 단기간에 이러한 생각을 현실화할 계획은 아니다. 이사라는 사업영역이 가지고 있는 확장성 등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겠지만 시장 내에서 짐카의 입지가 아직까지는 작은 만큼 우선은 서비스의 질적 측면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는다는 짐카측 설명이다.
손 많이 가는 이사물류
짐카가 이사물류에 집중했다면 고고밴은 종합물류 영역을 다루면서 이사물류도 일정부분 포괄하는 모양새다. 2015년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고고밴은 홍콩에 본사를 둔 외국계 물류 플랫폼 기업이다.
여담이지만 고고밴의 첫 비즈니스는 홍콩 내에서 도시락에 광고 스티커를 부착해 식당에 납품하는 것이었다. 중요한 고객의 대량 주문을 받았다가 배송차량 수배에 어려움을 겪은 기억을 바탕으로 물류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업 간 거래(B2B) 기반 물류 경험을 가진 탓일까. 고고밴은 이사물류 영역 확장에 적극적이진 않다. 싱가폴 등 해외에서는 이사 전담팀을 꾸려 대형이사 등으로 사업을 늘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원룸이사, 소호이사 외에는 서비스 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고고밴은 이사물류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로 서비스 품질 관리의 어려움을 꼽는다. 고고밴 플랫폼에 등록된 기사들에게 고객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서비스를 진행하는 만큼 서비스 만족도는 높지만 이에 따르는 사전‧사후 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물론 고고밴은 기사에 대한 서비스 매뉴얼이나 고객 피드백을 받아 서비스 품질 개선에 투영하는 등 노력은 지속하고 있다. 고고밴은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오프라인 고객센터인 와우센터(WOW Center)를 만들겠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다만 주 사업모델이 아닌 이사물류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고고밴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1인 가구 및 소호에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관계상 기업물류 확장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륜차부터 트럭까지… 고고밴이 보유한 다양한 운송수단은 B2B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만 이사물류의 경우 원룸이사나 소호이사 이상으로는 사업을 키우지 않고 있다.
이사물류의 태생적 한계
종합해보면 두 업체가 가진 고민 중 하나는 사업 확장성이다. 쉽게 말해 돈이 안 된다는 것. O2O를 기반으로 한 물류업체라도 이사 서비스만 제공해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물류스타트업 관계자는 “이사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O2O 영역에 진출하는 것이 가지는 가장 큰 한계는 사업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사모아’라는 이사중개 서비스로 규모를 키운 업체 벤디츠가 왜 ‘센디’라는 종합물류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우게 됐는지에 대한 이유와 맞닿아 있다. 벤디츠의 추산에 따르면 국내 비정기 화물운송 시장은 약 29조 원 규모다. 이 가운데 이사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조원 안팎이다. 나머지 27조 원의 시장은 일반 화물이 차지하고 있다. 이사모아라는 이사물류 매칭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벤디츠가 센디라는 종합물류 플랫폼에 집중하게끔 만드는 이유다.
생각보다 이사물류 영역이 쉽지 않다는 것도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장애물로 작용한다. 고객 서비스(CS) 측면에서 인적‧물적 소요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사업 진출 대비 효용성이 적다는 설명이다.
선현국 벤디츠 대표는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로지스타서밋2018’에서 “(종합물류 영역으로 진출함에 있어) 이사화물을 다뤘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물류영역에서 난이도 끝판왕은 이사였기 때문”이라며 “이사는 물류서비스와 휴먼서비스로 나눠진다는 것을 체득했고, 우리는 물류서비스 측면에 집중하겠다는 측면에서 센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O2O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시장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만큼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시장 포화가 비교적 일찍 찾아온다는 것이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열린 ‘로지스타서밋’ 본행사에서 “O2O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기술 베이스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시장을 빠르게 점유한 뒤 1등이 되는 게 급선무다. (때문에) 경쟁자가 많다. 이것이 O2O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O4O 품는 이사물류
기본적으로 O4O(Online for Offline, Offline for Online)의 개념은 온라인에서 쌓은 방대한 데이터와 고객 정보 등을 바탕으로 다시금 오프라인으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O2O와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과거 오프라인 서비스와는 그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사실 의미로만 따지면 짐카의 경우 이미 O4O라는 방향성에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언급한 자동 견적시스템 구축 등의 목표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의미하고, 이는 곧 O2O 영역에서의 경험과 노하우, 데이터를 기반에 두기 때문이다. 고고밴 역시 마찬가지다. 고객 서비스라는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오프라인 고객센터를 세우겠다는 개념은 사실상 O4O와 맞닿아 있다.
다만 기존 O2O 영역이 오프라인을 완전하게 대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O4O로의 전환보다는 온라인에서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O2O의 가치가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란 믿음이다.
고고밴코리아 관계자는 “O2O 플랫폼의 연결이라는 개념은 고객에게 완벽한 정보가 없어 중개자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에서 출발한다”며 “물류 플랫폼은 화물 기사들에게 투명한 가격으로 고객 요구를 즉시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커스터마이즈(Customized, 고객 각각에 맞춘)된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보다는 온디맨드 대응이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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