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의 나라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음식배달 전쟁
‘베트나미’에서 ‘푸디’, ‘라라’까지… 업체들의 서로 다른 경쟁력
우버이츠 합병한 ‘그랩’ 참전선언, 전세 기울어질까
콰이엇 워(Quiet War). 현지 언론과 분석가들에 의하면 베트남 음식배달 시장은 '고요한 전쟁' 중이다. 현실에는 보이지 않는 불꽃 튀는 전쟁이 새로운 전장, 웹과 모바일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된 베트남 온라인 음식배달 시장은 최근까지도 새로운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중이다.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클릭과 터치를 유도하기 위해 각각의 장점을 내세워 시장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역시 베트남의 상징 ‘오토바이’가 있다.
오토바이의 나라 베트남
베트남 하노이 인구는 760만 명. 공식 등록된 오토바이는 500만 대. 베트남법상 만 18세 이상 성인만이 오토바이를 보유할 수 있음을 고려했을 때, 하노이 거주민 대부분이 개인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베트남 오토바이생산자협회에 따르면 베트남 내 오토바이 판매량은 2017년 기준 전년대비 8%가 증가하는 등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오토바이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이는 오토바이가 베트남 사람들에게 최적의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과 유지비를 요구하는 자동차는 베트남 서민들에게 친숙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좁고 복잡한 골목길이 즐비한 베트남은 여전히 도로 개발이 진행 중이기에 오토바이가 더 큰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또 다른 교통수단인 버스는 한정적인 노선과 더불어 환승 시스템 부재, 할인 혜택 부실 등의 이유로 선호도가 떨어진다. 지하철의 경우 하노이, 호찌민시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완공 예정 시기는 2020년으로 대중화를 위한 시간까지 고려했을 때, 당분간 오토바이를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같은 베트남인들의 오토바이 사랑으로 '오토바이 상권'이라는 베트남만의 특수한 환경이 조성된다. 상권마다 오토바이 주차장을 설치함은 물론, 오토바이를 탄 채로 거리에 진열된 상품들을 자연스럽게 거래하며, 푸드 트럭이 아닌 오토바이 노점이 즐비하다. 이는 당연하게도 배송까지 이어져 음식을 포함한 다양한 배달을 오토바이가 책임지고 있다.
음식배달 전쟁, 최후의 승자는?
베트남, 태국 등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활동하는 마케팅 업체 Havas Riverorchid의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대도시 인구의 80%가 음식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에서 음식배달이 활성화 된 이유로는 기후 및 지리적 원인 때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덥고 습한 동남아시아 기후와 더불어 음식점 내 공간이 넓지 않아 식사 및 대기에 있어 불편함이 많기 때문이다.
▲ 베트남 음식배달 서비스 '베트나미(Vietnammm)'
베트나미(Vietnammm)는 2011년 호치민시에서 시작한 웹 기반 음식배달 서비스다. 당시 400여 개의 식당과 연계하여 한 달 주문 수 2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경쟁자였던 푸드판다 베트남(FoodPanda Vietnam), 잇(Eat.vn) 등을 차례로 재치고 2015년 월 주문 3만 건 이상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베트나미는 오직 주문 서비스만을 담당한다. 별도로 오토바이 배달원을 고용하거나, 팀을 운영하지 않고 등록된 식당에 주문 내용만 전달한다. 때문에 배달과 관련된 업무는 식당 측에서 부담하게 된다. 그랩바이크(GrabBike), 아하무브(Ahamove)와 같은 전문 운송 회사에게 음식 배달을 위탁하는 구조다. 반면 후발주자로서 현재 베트남 음식배달 서비스를 지배하고 있는 나우(Now)의 푸디(Foody) 서비스는 이와 달랐다.
▲식당 리뷰 SNS로 시작한 음식배달 서비스 '푸디(Foody)'
2012년 시작한 푸디(Foody)는 호치민, 하노이, 다낭 등 베트남 대도시 내 식당 리뷰 전문 페이스북(Facebook) 페이지로 시작했다. 웹을 기반으로 시작해 빠르게 모바일 앱 서비스로 전환한 푸디는 리뷰를 넘어 예약, 할인 이벤트, 배달까지 식당 이용과 관련한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결과 푸디와 제휴 중인 식당 수는 약 2만 곳이며, 하루에 처리 가능한 주문 수는 2만 5,000 건에 이른다.
푸디가 기존 음식배달 서비스와 차별화 되는 부분은 전문 오토바이 배달팀을 구성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언론은 푸디가 음식배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음식의 보존 및 배달 시간 엄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전문 배달팀 구성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 결과 푸디는 현재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평이다.
푸디의 시장지배와 별개로, 베트남 내 꾸준히 이용자를 늘려가는 음식배달 서비스가 있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라라(Lala)다. 라라는 평균 24분이라는 빠른 배달시간을 통해 시장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푸디의 경우 라라에 비해 작업 프로세스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는 평을 받는다. 주문 접수 및 전달, 배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있어 자동화 비율이 낮아 시간이 지연되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자동화로 배달 시간단축에 성공한 '라라(Lala)'
반면 라라는 앱 하나로 모든 과정이 간소화 된다. 라라의 부 황 탐(Vu Hoang Tam) 대표는 “우리의 경쟁업체들은 500 명이 넘는 서비스 운영자와, 또 다시 500 명이 넘는 전화 담당자를 고용해 식당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주문을 대행한다”며 “반면 라라는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주문자와 식당간 모든 소통이 자동화 된다. 더불어 6,000여 명의 전문 오토바이 배달원까지 확보했다. 24분이라는 짧은 배달 시간은 독보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번엔 차량공유업체까지 참전
싱가폴의 차량공유업체 그랩(Grab)까지 베트남 음식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남아시아 차량공유사업을 지배하고 있는 그랩은 우버(Uber)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한 뒤, 그 영향력을 보다 확장하고 있다. 그 가운데 우버이츠(UberEats)를 합병해 그랩푸드(GrabFood)라는 이름으로 음식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그랩은 5월부터 호치민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차량공유업체 '그랩(Grab)'에서 시작한 음식배달 서비스 '그랩푸드(GrabFood)'
그랩푸드의 장점은 그랩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다. 차량 공유에 필요한 지도 및 위치기반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며, 기존에 확보된 운전자 및 사용자를 자연스럽게 그랩푸드로 끌어올 수 있다. 이는 베트남 내 배달원 및 앱 이용자 확보에 있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확연히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랩푸드는 기존 베트남 음식배달업체들이 가진 전문 배달팀 운영, 앱을 활용한 서비스 자동화 외에 또 하나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그랩페이(GrabPay)다. 베트남은 거래에 있어 현금결제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음식배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며, 때문에 현금으로 얻은 거래수익을 결산한 뒤 식당, 배달원, 중계업체 등이 나눠가져야 하는 구조다.
그랩페이는 이 모든 과정을 전자화 하여 신속하면서도 투명한 결제환경을 제공한다. 나아가 금액의 정산과 분배에 필요한 과정까지 자동화함으로써 소비자는 물론, 식당과 배달원 모두에게 쾌적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그러나 그랩페이는 아직 개발 중에 있는 서비스로, 낯선 전자 결제 방식을 베트남 현지 이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랩푸드가 ‘고요한 전쟁’의 판세를 어떻게 바꿀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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