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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부터 택배까지, 생활물류거점이 된 독일 주유소의 변신

INSIGHT

by 김편 2018. 10. 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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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24시 편의점이 있다면, 독일에는 '주유소'가 있다!

꽃, 커피, 택배, 현금서비스 등등… 주유소가 '생활물류거점' 된 사연

 

글. 한덕희 독일 레인지로지스틱스 대표

 

Idea In Brief

 

독일의 주유소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슈퍼마켓부터 신선식품 판매, 카페, 택배수령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생활물류허브’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많고 많은 기반 시설과 사업체 가운데 왜 주유소가 물류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됐을까? 독일 주유소의 변화된 모습을 살펴봄과 동시에 그 변화의 이유에 대해 확인해보자.

 

늦은 밤, 맥주 한 잔과 함께 소시지가 먹고 싶어진 독일인 뮬러씨. 한국이라면 거리 곳곳에 자리한 24시간 편의점을 찾으면 될 것이나, 독일은 사정이 다르다. 24시간은커녕 오후 9~10시만 되어도 마트 등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 그 가운데 뮬러씨의 선택은 무엇이 될까? 다소 생소하나 뮬러씨의 발걸음은 ‘주유소’를 향한다.

 

독일에서 주유소는 곧 마트이자 편의점 같은 역할을 수행해왔다. 주유소 영업과 함께 마트 영업이 함께 이뤄지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물론 한국의 주요소도 물건 판매를 겸하기는 하나 이는 대부분 차량 관리와 관련된 소도구일 뿐, 독일의 주유소는 각종 음식과 생필품 등 다양한 품목을 보유한 잡화점과 같다. 그리고 근래 들어 기존 마트 역할에서 보다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허브로 변화하고 있다.

 

주유소에서 구매한 신선식품이 제 맛

 

독일의 일요일은 고요하다. 슈퍼마켓 등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아 그 흔한 빵이나 음료조차 구매하기 힘들다. 평일 저녁만 되어도 그러한데 주말이나 휴일에는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주유소 마트는 주말에도 어김없이 영업 중이며, 각종 잡화와 더불어 미트볼이나 소시지, 학센 등 가공식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 독일의 대표 주유소 브랜드 아랄(Aral)에서 운영하는 '아랄샵(Aral Shop)'

 

뿐만 아니라 가공품이 아닌 신선식품까지 주유소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크루아상, 바게트 등 갓 구운 빵을 판매하기도 하며 각종 채소나 과일, 심지어 스시를 구매할 수 있는 곳도 존재한다. 이는 늦은 밤이나 휴일, 신선식품 구매가 원활하지 않은 독일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주유소 마트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그 서비스 범위도 점차 확장되는 추세다.

 

꽃? 커피? 진짜 주유소에서 판다고?

 

꽃을 좋아하는 독일은 각종 디자인에 꽃을 적극 활용함은 물론, 꽃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각종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그만큼 일상에서 꽃을 구매하거나 선물하는 일이 잦은 독일인들이 급히 꽃을 구매하고 싶다면? 어김없이 주유소를 찾는다. 한국에서는 전문 꽃집 외에 꽃을 구매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반면, 독일에서는 주유소에서 항시 판매용 꽃을 보관 및 관리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의 여유 또한 주유소에서 즐길 수 있다. 독일의 대표 주유소 브랜드 중 하나인 아랄(Aral) 주유소 슈퍼마켓에서는 매일 8만 5,000잔 이상의 커피가 판매되고 있다. 아랄 주유소 관계자가 “독일에서는 일반 카페보다 주유소에서 더 많이 커피를 마신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주유소 커피 서비스를 이용한다. 특히 슈퍼마켓이 없는 농촌에서 주유소는 24시간 동안 신선한 음식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통하기도 한다.

 

택배도, 현금도 주유소에서 찾아가세요

 

독일의 전자상거래 시장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년 성장 중에 있다. 온라인 주문이 일상에 완전히 자리 잡은 가운데, 가정에서 물품수령이 어려운 고객들은 주유소를 찾는다. 독일 DHL에서 운영하는 ‘팩스테이션(Pack Station)’이 대부분 주유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택배, 우편물을 대신 보관하는 무인 팩스테이션을 찾아 전용 카드 또는 PIN을 이용해 물품을 찾아간다.

▲ 독일 DHL에서 주유소를 거점으로 설치한 팩스테이션(Pack Station)

 

이처럼 주유소가 팩스테이션 유치까지 힘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팩스테이션에 물품을 찾으러 오는 고객들이 대부분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자가용 타고 귀가하면서 팩스테이션을 찾아 물품을 수령한다. 그 가운데 주유소 마트에 들러 장을 보거나 부족한 차량 연료를 채운다면 주유소에게도, 고객에게도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한편 주유소에서 새로운 현금 인출 서비스 또한 시도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ATM을 이용한 방식이 아닌,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한 고객에게 수수료 없이 무료 현금 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주유소 브랜드 아랄은 이 같은 복합 서비스 주유소를 2021년까지 최대 1,000곳까지 확장할 계획이며, 그 파트너는 독일 오프라인 유통강자 레베(REWE) 그룹의 도심형 간편식·신선식품 편의점 ‘레베 투 고(REWE To Go)’가 될 것이라 밝혔다.

 

독일 주유소의 무한변신, 그 이유는?

 

작년기준 독일에서 판매된 휘발유는 1,800만 톤이며, 디젤의 경우 약 2배인 3,600만 톤이 판매됐다. 결코 적은 판매량이 아니나, 현재 독일에 존재하는 주유소 수는 약 1만 5,000개로 지난 몇 년간 증감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정체현상은 가솔린과 디젤연료 중심의 차량운행에서 전기나 수소를 이용한 운행으로 변화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EU는 정책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2030년 승용차 부문 휘발유 및 디젤 판매량은 지금의 3분의 2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 ‘레베 투 고’의 신선식품 서비스를 주유소에서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기존의 주유소 사업은 연료 판매만으로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운 실정이다. 앞으로 고객들이 집 또는 직장에서 전기 충전을 통해 차량연료를 공급하기 시작한다면 주유소를 방문할 근본적 이유가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주유소는 신선식품 구매, 카페이용, 택배수령이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어찌 보면 변화라기보다 숙명처럼 보이는 독일 주유소들의 도전이 향후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주목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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