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은 '어려운 것' 아닌 '몰랐던 것', 필연으로 맺어진 한국과 해운
압도적인 해운의 무역 공헌도, 그럼에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이유?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해운, 그 속에 숨은 '간결함'을 알아보다
글. 남영수 밸류링크유 대표
Idea in Brief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제품을 개발하고, 수출계약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이제 남은 것은 계약 이행을 위한 운송. 허나 여기서부터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해상운송(해운) 오더는 어떻게 해야 하지? 선사는 어떤 회사를 택할까? 운송 계약은 또 어떻게 체결해야 하지? 아니, 해운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한국에서 해운이라 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 운송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해결하기보다 중개업자에게 아웃소싱을 주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해운은 국내에서 수출입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산업이다. 또한 약간의 노력만으로 쉽게 이해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해운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운산업의 정의와 그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한국과 해운의 ‘필연’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북한과의 대립 상황으로 인해 지리적으로 섬나라가 된 지 70여년이 됐다. 비록 최근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흐름 속에 북한을 경유한 북방물류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 병행 요구 조건과 낙후된 북한 물류 인프라 환경 등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지리적 고립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지리적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무역대국임과 동시에, 무역의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대략 120%+/-이며, 무역규모는 총 1조 달러로 수출입에 있어 세계 10위권 내에 든다. 지리적 도서국가라 할 수 있는 한국 입장에서 이러한 국제 무역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대표적인 운송 모드라 할 수 있는 해운, 항공, 철도, 도로, 파이프라인 중에서 해운과 항공운송에 한정돼 있다.
▲ 한국 수출입 동향 (억 불 / 자료출처 : e 나라지표,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실적’, 2018)
양지의 항공운송, 음지의 해상운송
대한민국 국적의 항공사는 FSC*항공사 2 개와 LCC**항공사 7 개 포함하여 총 9 개사가 있다. 이에 비해 국적 해운사는 선주협회 등록기준 209 개사이다.
하지만 항공사와 해운사의 절대적 수치 차이에 불구하고 국민들의 인지도는 극과 극인 상황이다. 항공사나 항공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운사나 해운업에에 대해 알고 있는 국민들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그나마 지난 2016년 이후 국내 1, 2위 선사였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자율협약 진행과 법정관리, 파산 과정이 매스컴에 자주 언급되면서 인지도가 올라간 정도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항공사와 해운사의 주력 서비스 차이에서 발생한다. 항공사의 경우 화물운송보다 여객운송인 B2C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반면 해운사의 경우, 일부 카페리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국제 수출입 등 화물운송 중심의 B2B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즉 양측의 주된 고객층이 서로 다르며, 이는 일반 광보‧홍보 부족으로 이어져 인지도 차이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현대상선, SM상선 등이 대중을 상대로 광고를 진행 중이나, 그 역시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인지도 차이가 아닌, 대한민국 무역에 있어 항공운송과 해상운송이 차지하는 공헌도는 어떻게 될까. 인지도와는 정반대로 해운이 압도적이다. 2017년 총 운송화물을 기준으로 한국 수출입 물동량에서 항공운송이 차지하는 비율은 0.3%임에 반해, 나머지 99.7%를 해운이 점유하고 있다. 물류 실무를 하는 분들도 의아할 정도로 이렇게 심한 편중이 나타날까. 정부에서 발표한 ‘운송모드별 한국 수출입 점유율 분석’ 자료를 보면 확인 가능하다.
다만 우리가 해운이라고 통칭하는 경우에도 두 가지 운송모드로 대별되는데, 그나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해상 컨테이너 운송비중이 약 19.8%, 해상 벌크 운송비중이 79.9%로 나타난다. 대중의 인지도와 실제 운송모드별 점유율에서 큰 괴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해상 벌크 운송과 컨테이너 운송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는 운송하는 화물이 무엇이고, 대상 고객이 누구냐에 의해 발생한다. 벌크 운송의 경우 철광석, 석탄, 원유, 곡물 등의 원부자재를 소수의 고객으로부터, 대량의 화물을 인수해 운송한다. 계약 기간 역시 대부분 10년 이상의 장기 COA*를 체결한다.
* Contract of affreightment. 장기물량운송계약. 화주와 선사가 특정화물을 대상으로 기간을 정해놓고 지정된 서비스 구간에서 정기적으로 운송해 주는 형태의 장기운송계약
반면 컨테이너 운송의 경우 주로 완성품을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소량의 화물을 집화하여 운송해 준다. 계약 기간 역시 최대 1년 이하의 단기 개품 운송 계약을 체결한다. 이런 이유로 비교적 실생활에서 쉽게 접하면서, 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컨테이너 운송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가 더 높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우리나라의 수출입 운송의 비중은 해상 벌크 운송 > 해상 컨테이너 운송 > 항공 화물 운송 순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후 본문에서는 해운 중 컨테이너 운송을 주로 다루고자 한다. 그 이유는 해상 벌크운송과 컨테이너 운송은 상호 별도의 운영 형태를 띠고 있으며, 내‧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 역시 상이하다. 이러한 면에서 두 운송 방법을 세분화하여 다루는 것이 오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이후로는 해운이라는 범주 내에서 해상 컨테이너 운송만을 한정하여 내용을 전개하고자 한다.
해운은 어렵다?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해운은 어렵다’는 말이 업계에서 정설처럼 사용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해운과 물류 업무를 25여년 수행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 말에 100% 동의하기 어렵다.
해운이 무조건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잘 모르는 것뿐이다. 물론 해운은 복잡하다. 서로 다른 이종 산업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지되는 것이 해운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각 산업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가 서로 상이하고, 각 산업을 넘나들며 연구하는 전문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 해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잘 모르면 어렵다고 치부하는 습성. 이처럼 해운 또한 잘 알지도, 알아보려는 의지도 없는 것이 그저 ‘어렵다’고 표현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해운산업 생태계
해운이 가진 복잡한 생태계만큼, 해운을 어렵다고 인식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생태계 참여자간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해운사가 운임을 올려 수익률을 개선하게 되면, 제조유통 기업의 경우 물류비가 증가하게 되고, 해운사의 성수기는 물류기업에게 선복 확보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 두 개의 사업 또는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는 경우의 양자 간의 관계 (출처: 두산백과)
또한 해운사가 비용 절감을 위하여 서비스 계약 단가를 인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서비스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물류기업이나 항만물류기업의 경우 수입이 줄어들고, 수익률이 하락하게 된다. 선박 건조비를 낮추고자 중국 조선소에 신조를 발주하는 경우 국내 조선∙선용품 기업들의 반발하는 것도 트레이드오프 상황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근래 한국해운 산업 재건을 목표로 정부 주도의 다양한 전력과 정책을 제시하고 있음에 불구하고 유관 산업들이반발하는 것도 이 같은 해운 생태계의 상호 연관성 때문이다. 산업별 전문가 집단 역시 소속 산업이나 정부부처의 입김 아래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오직 자기 산업만을 위한 보고서를 내놓는다면 유관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돼 결국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참고로 지난 4월 발표한 한국 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을 살펴보자. 그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글로벌 순위 경쟁을 위해 한국 해운사는 무리를 해서라도 선박을 발주해야 하고 국내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하여 중국 조선소 대비 비싼 단가에 한국 조선소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무리한 선복 확대로 어려워진 한국 해운사를 살리기 위해 한국 제조∙유통기업은 한국 해운기업 사용을 확대하여 지원하도록 한다. 물론 가격이 비싸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하여야 한다.
이를 도식으로 보면 조선산업 > 해운산업 > 제조유통산업 순으로 서열화 시키는 모양새이고, 아마도 그 의사결정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간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논리는 해운업의 고객인 화주가 종국에 손해를 보는 구조이니 어느 화주가 쉽게 동의하고 지원할까. 이래서 해운이 어렵다고 하는 모양이다.
복잡함 가운데 숨은 간결함
이 같은 산업 주변 상황을 제외하고 나면, 사실 해운은 굉장히 간결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쉽게 컨테이너 해운은 고속버스로, 벌크 해운은 관광버스로 비유할 수 있다. 이 말인즉 컨테이너 해운 서비스는 고속버스와 같이, 비록 손님이 없거나 부족하더라도 정시에 출발해 도착지로 향한다.
사용자인 화주의 입장에서 보면, ①선사와 수출입 운송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②서비스와 스케줄을 조회한 후 ③운송 서비스 오더를 진행한다. ④이후 서류 및 약정된 운임을 제출하고 ⑤선하증권(Bill of Landing, 이하 B/L)을 받아 은행에 다른 서류와 함께 제출한 뒤 ⑥계약 금액을 송금 받으면 된다. 단 여기서 직접 운송인 경우 도착지로 B/L을 송부해 주고 수화주 측에서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 이하 D/O)를 받아 화물을 인수하도록 하면 모든 해운서비스는 종료된다.
게다가 최근 해운기업들이 CY-to-CY(Container Yard) 서비스에서 확대된 Door-to-Door 서비스까지 제공함에 따라 국내외 지역의 내륙운송 부분까지 일관서비스로 해결해 주고 있다. 운송이나 화물의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보제공까지 해주고 있으니 그 편리성은 예전과 감히 비교할 수 없다. 또한 국내 물류센터나 도로운송 오더와 비교해도 낮은 난이도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운 서비스 자체의 난이도보다 국제 거래, 통관 등 포함한 복잡한 업무, 다양한 문서, 영어라는 언어적 제한성 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 역시 포워더 또는 3PL 업체를 통하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니, 실제 해운이 어렵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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