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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로 본 한국 해운·물류 근대사 ④CJ GLS

INNOVATION

by 김편 2011. 12. 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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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 물류는 흔히들 국가 경제와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혈맥이자 기업 번영과 경쟁력 제고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 이후, 황무지에서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수출입 물량의 운송을 맡은 물류기업의 역할이 큰 힘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80여년 세월의 흐름 속에 에피소드로 남겨진 물류기업들의 활동 속에서 대한민국 물류 근대사를 재조명해본다.

16년 새 60배 성장의 놀라운 힘
제일제당 50년의 물류 노하우가 원천…3자물류 최강 ‘우뚝’ 
자료: CJ GLS 홍보팀

지난 1998년 3월 2일, 이른 봄날. 쌀쌀한 마지막 겨울 바람이 부는 서울 용산 제일제당 물류창고(문배동)에서는 한 신생 물류기업의 창립행사가 열렸다. 20개 물류센터와 40여개 물류창고를 활용해 고객사들의 공산품과 잡화 등을 전국의 소매점에 공급하는 일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자본금 12억원, 임직원 수 206명의 이 회사는 제일제당의 물류개선실이 분사해 만들어진 CJ GLS였다.

봄에 태어나 강인한 생명기운을 받은 CJ GLS는 현재 자본금 287억원, 직원 수 약 3200명, 매출액 1조4000억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13개에 불과하던 고객사는 2년 뒤 100개를 돌파한 데 이어 현재는 800여 곳에 달한다. 불과 13년 만에 무려 60배 이상의 고객사를 유치해 성장한 셈이다.

CJ GLS는 국내 최초의 3PL(3자물류) 전문기업으로 출발했다. 3자물류의 개념이 아직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교통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화물자동차의 공차통행률(공차운행수를 총통행수로 나눈 비율)이 무려 40%를 웃돌았다. 10번 중 4번은 빈 차로 운행한다는 말이다. 대단위 물류센터가 활성화되지 못한데다 체계적인 물류시스템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효율성이 극히 떨어졌던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출액 대비 물류비 비중 역시 미국(7.5%), 일본(8%)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20%에 달하는 실정이었다.

CJ GLS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물류 아웃소싱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부분을 공략해야 했다. 물류업계 후발주자였던 CJ GLS는 체계적이고 세밀한 물류시스템이 무기였다. CJ GLS 창립 당시 CJ제일제당에서 생산하던 제품은 총 3만여종. 이 상품들을 도·소매점, 대리점, 창고 등 1만 4천여 거래선으로 매일 운반해야 했으며, 특히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 종류가 많다는 특성상 배송 시간을 정확히 준수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체계적인 배송 시스템은 필수였다. 그렇게 쌓인 노하우가 지금의 CJ GLS만의 물류 노하우로 발전했다.

일찌감치 물류의 중요성을 깨달은 CJ제일제당은 1988년 제조업계 최초로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물류사업본부를 신설했으며, 1991년에는 공동수송이라는 신개념의 운송방안을 도입, 신규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1992년에는 고객센터 및 재고관리 기능을 담당하는 지역별 주문센터를 구축해 서비스를 향상시켰고, 영업과 물류 기능을 분리한 상물 분리를 실행하면서 1993년 CJ GLS의 전신인 물류개선실이 탄생했다.

이때부터 물류시장의 풍부한 성장성에 대해 주목한 CJ그룹은 본격적인 시장 공략 채비에 나선다. 제일제당의 물류사업부보다는 개별 법인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미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며 농협중앙회, 의약품도매협회 등의 물류컨설팅과 일부 고객사의 물류대행을 맡을 정도로 노하우가 쌓인 상태였기에 충분히 가능했다. 그래서 1997년 CJ GLS 설립 TF가 구성되었으며, 경북 경산에 위치한 ㈜호림이라는 기업을 인수해 사명을 변경하며 CJ GLS를 설립했다.

CJ GLS는 컨설팅을 통한 물류비 절감, 물류서비스 향상이라는 전략을 효율적으로 구사하여 국내 물류시장을 선도했으며, 1999년에는 포워딩 위주의 국제물류사업과 택배사업에 진출해 종합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식품 잡화 위주의 생활소비재에 집중되었던 물류대행 영역도 전자, 화학, 자동차 부품 등으로 확대했다.

사업 초기부터 경쟁력의 기반이 됐던 섬세한 물류시스템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2005년부터 물류전략연구소를 설립해 R&D에 힘을 쏟고 있으며, RFID/SUN 연구팀을 갖추고 RFID 시스템을 현장에 적용한 국내 유일의 물류기업이다. 또한 전세계 화물의 이동 흐름과 도착 예정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GCC(Global Control Center), 국내 물류 프로세스 흐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으로 다양한 서비스 지표를 한 눈에 파악해 대처할 수 있는 VMS(Visual Management System) 등 첨단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물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00년 시작한 택배사업에서도 3년만인 2002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후발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사업 진출 초기에 기존 택배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개인고객 시장보다는 새로운 기업고객 시장 개척에 주력했으며, 당시 IT 붐을 타고 급격하게 성장한 인터넷쇼핑몰과 무점포 유통업체 유치에 성공하며 급성장을 이뤘다.

국내를 넘어 세계 물류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글로벌 사업 진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현재 12개국 25개 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해외에서만 약 4500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2004년 중국 청도 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2005년 5월 중국 청도에 ‘희걸청도물류유한공사’라는 단독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후 2006년 3월 싱가포르 최대 민간물류기업인 어코드(Accord)를 인수해 통합작업을 진행했으며, 그 해 6월 CJ GLS Asia를 출범시켰다. 이어서 미국과 멕시코에 법인을 설립하며 미주 지역에 진출하고, 2008년 8월에는 말레이시아 물류회사 6개를 인수하며 국내 최대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올 7월부터는 업계 최초로 인도와 베트남에서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3년 총 매출 3조원, 매출의 52%를 해외에서 달성하는 아시아 대표 글로벌 물류기업’에 이어 ‘2020년 매출 20조원의 글로벌 Top 7 물류기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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