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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불어도, 물류는 쉬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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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2. 10. 3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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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현장 체험기>
"태풍이 불어도, 물류는 쉬지 않더라"
글. 이철호 기획취재부 기자

 

[CLO·쉬퍼스저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마음먹고 나선 길인데 아침부터 하늘이 험상궂더니 북상하던 태풍이 중부를 강타했다. 비가 세차게 뿌렸다. 가을비라기보다는 장맛비에 가깝다. 하역 현장을 좀 생생하게 보려던 의지는 도저히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다. 태풍으로 모든 조업이 중단되었다는 연락이 있었다. 사무실로 향했다. 사실 물류는 어느 한 곳에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흐름이기에 어디를 들여다봐도 나름의 땀과 수고가 있다.

 

㈜한진(대표 석태수) 경인지역본부 인천지점 항만물류팀에는 150여 명이 근무한다. 외주업체 직원도 20여명 있다. 항만 하역은 먼 외국 땅 물건들이 바다를 건너온 화물로 제일 먼저 도착하여서 하는 첫 작업이다. 배에서 하역된 짐들은 육상 물류가 시작해 육운팀으로 넘겨지고 이어 보세 창고로 들어와 고객사로 물건이 나가는 프로세스로 되어 있다. 겐츄리라는 장비가 바로 이러한 작업의 첫 일손을 도와주는 장비이다. 겐츄리에서 적출 작업 그리고 트럭 배송으로 이어진다. 겐추리 크레인은 37미터로 골리앗 규모이다. 한진에는 21명이 겐츄리 작업장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한진 인천 철강하차장은 내항과 거리가 1.2킬로 미터로 접근 성이 좋다. 2500평 크기에 3만 톤의 적재가 가능한 공간이다. 아마도 대형 축구장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인천에서 하역하는 물건 대다수는 서울 근교로 보내지는 물건이다. 나머지 10 퍼센트 정도가 대구, 포항으로 가는 물건이다. 즉 인천은 수도권 물량이 들어오는 관문이다. 
 

‘까대기, 겐추리, 윈찌, 레씽’
조폭세계의 은어인가? 일반인이 들었을 때 무슨 소리인지 잘 알지 못하고 생소한 단어다. 이런 용어들은 택배나 항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들이다. 일반 사무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적출작업, 크레인'등을 사용한다. 화물선이나 ’컨‘선이 들어와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그 화물이 화물차량에 실려 고객사에게 전달되는 과정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여를 한다. 이러한’분‘들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수출 대국이 된 것이다. 이번 호에는 고된 작업도 마다하고 우리나라 물류를 책임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컨테이너 까대기는 신(神급)이다’
까대기는 화물을 적출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런 까대기에도 급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택배 물류센터에서 컨베어에 옮겨져 나오는 물량을 택배차량에 싣는 일도 힘든 작업이지만 컨테이너에 차곡차곡 블록 쌓기를 하듯 넣는 까대기는 ‘신(神)’급에 속한다. 컨테이너 하나당 가로세로 1m 박스 32개가 들어간다. 컨테이너에서 이 물건들을 빼는데 4명에서 5명이 달라붙어 1시간 여 동안 작업이 이뤄진다. 물론 이 시간은 컨테이너 안에 들어간 물건에 따라 달라진다.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를 줄이기 위해 20피트 컨테이너에 상하차하는 작업은 건장한 청년이 하기에도 힘이 부친다. 하루 반나절을 해도 그 물량을 다 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힘든 작업이다. 한 사람이 작업을 할 때도 있는데 현장 근로자 말을 빌리자면 ‘정말 죽을 맛이다’라고 한다. 물론 인력(人力)으로 하지 못하는 작업은 지게차를 이용해 이뤄지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등 물류 후진국에서 보내온 물량을 보면 파렛트가 없는 것도 부지기수이다.
 
‘겐츄리에 오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다년간 겐츄리에 오른 운전원 김 씨는 오늘도 37m 상공에 오른다. 그는 “일반인들은 이 곳에 앉아있으라고 해도 아마 못 앉아있을 것입니다”라며 “이게 아무리 단단한 철제로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바람이 부는 날이면 이 위는 바람에 따라 움직입니다”라고 말했다.
겐츄리는 선박이 항구에 들어왔을 때 컨테이너나 화물을 들어올리는 크레인을 말한다. 운전석이 있는 곳은 지상에서 37m 높이에 위치해 있다. 포항 영일만에 있는 겐츄리크레인은 그 높이가 50m이상이라고 하니 그 높이가 어마하다. 건물 한 층의 높이가 3m라고 계산한다면 운전석에 앉아있는 것은 아파트 12층 이상이라는 것이다. 겐츄리 운전석에 앉으면 그 밑은 밑이 훤히 보인다. 두 발 사이 밑에 위치한 유리창을 통해 컨테이너 및 화물의 위치를 확인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집는 것은 숙달된 기술과 오래된 경험에서 나온다. 김 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담배 한 대를 마저 피며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겐츄리에 올랐다.

 

선박에서 화물을 겐츄리를 통해 하역을 하면 그 물건은 화물차량에 실린다. 그 화물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물류창고로 반입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바로 고객사로 옮겨지는 경우도 있다.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물량은 대부분이 수도권의 공업단지로 옮겨지지만 그러하지 않은 물량도 있다. 대구나 포항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배에서 하역된 컨테이너와 물품은 바로 운송이 된다. 화물차 운송 경력이 15년 이상된 박 씨는 하루에 300km이상을 달리다 보면 위험한 순간도 많다고 했다. 졸음이 밀려오는 경우, 빗길에 차가 ‘움찔’거리는 경우, 앞서 가던 차량의 급제동 등의 위기 상황도 있지만 박 씨는 두 딸과 부인 등 집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운전대를 잡는다고 말했다. 


 
항만의 현장에서 이뤄지는 일들도 많이 있지만 항만 현장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충도 상당하다. 물건이 들어오면 처리해야 하는 서류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고객사 측에서는 서류를 빨리 넘기라고 독촉하고 관세청에서는 서류가 미비하다고 연락이 온다. 들어오는 물량이 많을 때는 전화를 받기도 힘들다고 한다. 면장, 팩킹 리스트(packing list), B/L(수출입면장) 등 수입에 필요한 서류들을 정리하다 보면 하루는 금방 지나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역 작업은 날씨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하루 3회 이상 날씨를 체크하는 게 기본이다. 태풍이 닥치면 겐츄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지상에서 체인으로 고정해야 한다.

 

골리앗 같은 덩치지만 태풍에는 종종 무력하고 폭삭 주저앉은 모습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종종 보아온 터이다. 내가 택한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나의 겐츄리 도전기도 태풍 앞에 무릎을 꿇은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그래도 험악한 날씨와 싸워가면서 하역을 하여 고객들에게 보내는 현장 사람들의 땀 내 절은 이야기를 피부로 느꼈다. 그런 어려운 작업환경 속에 물류의 도도한 흐름이 유지된다는 사실 앞에 겸손해지는 것 외 무엇이 필요할까. 고맙다, 겐츄리야......

 

 

*** 구독문의: 미디어케이앤 손현정 과장 (02 3282 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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