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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협동조합, 창업 보다는 협동경영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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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4. 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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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곤 산업연구원 박사


지난해 12월부터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협동조합 설립조건의 완화(5인 이상의 조합원이 있으면 협동조합 설립 가능)로 금융 및 보험업을 제외한 경제·사회 모든 영역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협동조합 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 및 고용 안정성,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대로 사회 전반에 걸쳐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100여일이 넘은 지금, 전국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650여개에 달하는 협동조합이 설립 신청을 마쳤다고 한다. 


새 정부에서도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정과제의 하나로 '협동조합 및 사회적기업의 활성화로 따뜻한 성장도모'를 제시하고 있을 정도로 협동조합 정책을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협동조합이란 공동의 목표를 가진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내고 스스로 주인이 되어 운영하는 조합원 공동소유·민주적 운영·지역사회 기여 등을 특성으로 하는 사업조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시 협동조합은 구조조정의 최소화, 빠른 경영정상화 등으로 위기극복능력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의 대안모델로 인식하는 시각도 있다. 또한, FC바르셀로나, 썬키스트, 알리안츠보험, 서울우유 등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성공적인 협동조합조직과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 등 협동조합이 지역경제를 주도하는 사례도 많이 알려졌다. 


협동조합의 주목적/조합원의 참여동기/주된 사업의 성격/유형별 협동조합<표1 협동조합의 유형과 구분. 설명: 협동조합의 유형은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주된 목적, 조합원들의 참여 동기 및 협동조합 사업의 성격에 따라 소비자 협동조합, 직원협동조합, 사업자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합원의 필요 충족(호혜적 동기)/생활*소비/구매 대행 & 서비스나 자산 공유/소비자협동조합

사업*경영/일자리 제공/공동업무 대행/직원협동조합/사업자협동조합

상호제공*상호이용/다중이혜관계자협동조합

사회적 목적의 실현(공익적 동기)/사회적협동조합

보건의료/보건의료사회적협동조합

자료: 한국협동조합연구소


협동조합의 경제적 기대효과는 어떤 분야에 어떤 유형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운영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내외 성공적인 협동조합의 경험과 다른 연구결과에 근거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즉, 소액·소규모 창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확대와 고용 및 노사관계의 안전성 제고,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물가상승 완화, 협동조합간 협력을 통한 경제안정화 및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능력 및 거시안전성 제고, 사회적 자본형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등이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정부는 향후 5년간 최소 8000개에서 1만개 정도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향후 5년간 취업자수는 4~5만명, 그 중 피고용자는 3~4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류분야에서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전에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사업조합 혹은 지방조합 형태로 도소매유통사업협동조합, 물류사업협동조합 등 도소매, 물류업을 중심으로 다수의 협동조합이 설립·조직되어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최근에는 일반조합형태로 퀵서비스 협동조합(서울), 골목가게 협동조합(부산) 등이 설립되었다. 앞으로도 영세 물류사업자들이 모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협동조합 설립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 사회 전반의 협동조합 관련 논의가 협동조합의 양적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협동조합의 성격 및 운영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협동조합 도입의 객관적인 효과 분석과 질적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협동조합의 설립은 영세규모의 개인 서비스사업자 위주의 ‘개별경영’에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협동경영’으로 서비스산업 시장기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의 협동조합에 대한 높은 관심과 설립 열기가 지나친 장밋빛 전망과 기대감으로 단순히 ‘창업’에 초점을 두다 보면, ‘협동경영’이라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철학의 공유가 우선되는 준비단계의 부족으로 자칫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만을 기대하는 ‘부실 창업’으로 협동조합 설립 거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의 사업 목적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외부지원 없이 자립가능한 수익모델을 준비한 후 시작해야 지속가능한 협동조합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성공사례의 벤치마킹 뿐만 아니라 실패사례의 교훈을 학습하여 현실적이며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의 모델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170여년 정도 되는 긴 협동조합의 역사 속에서 성공사례 못지 않게 실패사례도 많이 있을텐데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은 성공사례 위주다. 


성공사례 역시 협동조합이 발달한 국가 혹은 지역의 역사, 문화, 환경 요인이 큰 역할을 했을텐데 우리는 성공의 결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성공사례뿐만 아니라 실패사례를 포함한 다양한 협동조합 사례에 대한 깊이있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로부터의 자금, 세제 및 기타지원을 기대하는 협동조합보다는 협동조합의 자주, 자립, 자치의 기본원칙에 충실한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협동조합 사례는 정부의 지원보다는 협동조합 스스로 원칙에 충실한 조합원들의 조직과 운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류산업에서 협동조합 활성화를 통한 영세 물류 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 및 질적 성장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의 운영이 가능한 토대의 마련이라 할 수 있다. 


물류산업은 그 특성상 세부업종별로 시장의 속성과 업종별 현실이 많이 다르다. 그리고, 서비스시장 주체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에 있어서도 많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물류산업의 세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협동조합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가치에 대한 공유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정보제공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who? 김천곤

김천곤 / ceekay@kiet.re.kr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캘리포니아 주립대(어바인) 경제학박사

교통경제학을 공부했으며 지금은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센터에서 교통/물류(SCM)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물류분야에서는 계속해서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평생학생'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 경제환경의 변화와 산업별 SCM 특성에 따른 물류산업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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