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대륙의 부패만상(腐敗萬象)

ARTICLES

by 김편 2013. 10. 4. 12:07

본문

얼마 전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몸통에서 꼬리까지’ 부패척결을 촉구하고 나서서 관료의 뇌물수수와 부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경고했다는 언론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이런 배경에는 중국 사회에 만연한 공직자들의 부패만상 때문이다. 쓰촨성(四川省) 지진 때 지방관리들이 구호물자를 빼돌려 이재민용 텐트가 시중에 유통되었나 하면 자동차 밀수 이권을 놓고서 해경과 해군이 공해상에서 서로 총질을 한 사건은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editor>


글. 이슬기 로지스씨앤씨 대표


2005년 개봉해 1230만 관객 동원이라는 경이적 기록을 수립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에 이런 풍자극 장면이 나온다. 배경은 연산군 시대, 지방의 한 관리가 한양에 있는 고관대작의 집을 찾아 인사청탁을 하면서 금거북이를 선물로 내밀자, 대감은 절대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을 한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옆에 있던 집사가 귀띔하기를 선물을 주는 방법이 틀렸단다. 이내 지방관리는 말을 바꾸어 “대감, 소인이 지방에 다시 돌아갈 여비가 없어 금거북이를 두냥에 팔고 싶은데 사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대감이 “그럼 그 거북이 내가 두마리 사겠네.”라며 손을 내민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관료의 부패는 내용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사회의 공통된 특징이 아닐까 싶다. 중국 역시 관료들의 부정부패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거대한 땅덩이만큼이나 그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한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부패(腐敗)의 부(腐)자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농담이 나돌까? 부패할 부(腐)자는 고기 육(肉)부에 음을 나타내는 관청 부(府)로 이루어진 형성문자로서 과거 고기가 귀하던 시절 관청에 고기를 뇌물로 상납 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돈(金)과 여자(女)가 뇌물의 상징이 되었으니 시대에 맞게 고기 육(肉)자를 빼고 金과 女를 합친 글자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뉴스보도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몸통에서 꼬리까지’ 부패척결을 촉구하고 나서, 관료의 뇌물수수와 부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경고했다.


중국의 뇌물의 역사는 꽌시(關係)의 오랜 사회적 관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꽌시라는 것이 순순한 인간관계만으로 유지 될 수 없기에 크고 작은 선물이나 금전이 오간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선물이고 어디까지가 뇌물인지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금전도 마찬가지다.

"받긴 받았는데 대가성은 없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구분하기가 애매하긴 매 일반이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중국에서도 뇌물을 받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엄격히 단속을 하고 있다. 특히 공직자의 뇌물수수는 엄중한 처벌을 받는데 웬만하면 기본 10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지고 10만 위안 이상의 뇌물을 수수할 경우 최고 사형을 선고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희대의 뇌물 사건을 일으킨 전 중국농업은행 북경지점 과기처장 온멍지에(溫夢杰)는 전산설비 계약비리 등으로 수십개의 업체로부터 약 1500만 위안(당시 환율로 약 18억원)을 수뢰해 사형을 구형받고 즉각 집행되었다. 정샤오위 전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장(차관급)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뇌물의 액수(649만 위안, 당시 환율로 한화 약 8억원)는 적지만 가짜 항생제 승인으로 1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에 책임을 물어 사형이 선고 되었고 2007년 사형이 집행되었다. 


전 항주시(抗州市) 부시장 허매영(許邁永)은 직권을 남용해 토지사용권 부정취득 등으로 1억 9800만 위안(한화 약 350억원)을 수수해 사형을 선고 받았고, 강인걸(姜仁杰) 전 소주시(蘇州市) 부시장도 1억 800만위안(한화 약 180억원)을 받아 역시 사형을 구형 받았다. 이들 2명의 뇌물수수액은 역대 최대규모로 1, 2위를 기록했는데 2011년 7월 같은 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니 저승길에 동행이 있어 외롭진 않았겠다.


가장 최근의 뇌물수수 사건으로는, 재직 시 인사청탁, 계약체결 등의 비리를 통해 6460만위안(한화 약 120억원)을 받은 전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이 2013년 7월 8일 사형집행유예선고를 받았다. 현재 초조하게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경시(重慶市) 당서기로서는 매일 매일이 피말리는 하루가 될 것 같다. 


보시라이의 비리금액은 600만 위안(한화 약 11억원)정도로 보시라이라는 인물의 비중을 생각하면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부패, 공금횡령, 권력남용 등 이런저런 죄목이 겹쳐 있으니 아무리 혁명전사의 직계후손이자 한때 차세대 최고지도자를 꿈꾸던 보시라이라도 속절없이 인민의 심판을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물론 중국정부의 이러한 강력한 뇌물수수, 부패척결 의지가 늘 제대로 작동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들어난 사건들은 어찌 보면 본보기 성격도 강하고 유야무야 묻혀진 소소한 사건들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을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뇌물을 단속해야 할 정부기관스스로가 뇌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힘 있는 곳에 뇌물이 따라다니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군대나 검찰, 공안국, 공상국, 세무국 등등 죄다 도진개진이다.


쓰촨성(四川省) 지진 때 지방관리들이 구호물자를 빼돌려 이재민용 텐트가 시중에 유통되었나 하면 자동차 밀수 이권을 놓고서 해경과 해군이 공해상에서 서로 총질을 한 사건은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인민해방군이 미그 전투기 360대를 몰래 해체 해 알루미늄 합금으로 파는가 하면, 장갑차 1800여대를 해체 해 엔진은 엔진대로 나머지는 고철로 처분한 사건도 있다고 하니 부패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이다.


중국의 부패 스토리에서 뇌물과 더불어 절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여자다. 여자가 문제가 아니라 여자문제가 문제다. 중국에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다. 얼나이(二奶, 첩)가 없는 남자는 폐물(廢物), 2~3명 있는 남자는 인물(人物), 5~6명 있는 남자는 동물(動物)…. 중국의 부패로 처벌받은 관료의 95%가 얼나이를 두고 있었고 뇌물사건 대부분이 그들의 첩들이 고발을 하면서 터져 나온 것들이다. 그중에는 내연녀의 남편도 있었고 내연녀 11명이 단체로 고발한 사건도 있었다.


강력한 비리척결 본보기로 2011년 사형당한 전 항저우시(항주시)부시장 쉬완융(許邁永)은 60이 다된 나이에 여사장, 연예인, 여대생, 여공무원의 4그룹으로 나누어 99명의 애첩을 두었다고 한다. 사형 당하지 않았다면 한국 와서 정력식품 광고를 해도 제법 돈벌이를 했을 법 싶다. 애첩의 규모로 치자면 전 텐먼시(天 門市) 당서기 장얼장(張二江)이 단연 챔피언 이다. 무려 107명의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데 과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숫자다. 다만, 애첩들의 수준은 쉬완융에 못 미친다니 애첩들을 다 얼짱으로 다 채우진 못했나 보다.


<용어설명> 사형집행유예 : 중국의 특수한 사법제도로서 사형을 선고하되 2년간 집행을 유보했다가 무기 또는 유기징역으로 감형 해 주는 제도.


그렇다면 일반 중국 인민들은 이런 비리나 부패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을까? 정도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오십보백보다. 중국인들이 흔히 하는 말로 위에는 정책이 있고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下有對策)고 하였든가? 인민해방군 수뇌부가 장갑차를 팔아먹었다면 회사의 운전기사는 화물차를 팔아먹는다.


수년전 어느 물류회사가 화물차를 대량 구매 한 적이 있다. 외주 운송회사와 마찰이 잦아 차라리 직접 운송을 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적지 않은 자금을 들여 십여대의 트럭을 구매한 것이다. 처음 한두 달은 잘 굴러 다녔다. 그런데 3개월도 지나지 않아 트럭이 하나둘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Made in China’라지만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는 나라에서 자동차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반년도 안된 차들이 번갈아 가면서 고장을 일으키니 비용도 비용이지만 수송일정에 차질이 생겨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클레임을 제기했고 조사원들이 출동 해 차량 점검을 해 보니, 참으로 상상밖의 실태가 밝혀지게 된 것이다. 차량은 그대로 멀쩡한 새차인데 엔진은 삭을대로 팍삭 삭은 고철이 아닌가? 결국 공안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건의 전말인 즉, 한달여 전부터 기사들과 악덕 중고차 업자가 결탁 해 새 엔진을 빼내 팔아 치우고 고철에 가까운 중고엔진을 얹어 버젓이 위장을 하고 다닌 것이었다. 참으로 대담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었다.


중국에서 화물차량을 직접 관리하다 보면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발생하지도 않은 비용을 만들어 내거나 부풀리는 경우들을 접하게 된다. 바퀴 들고 공회전 시켜 유류대 부풀리기, 가짜 톨게이트비 영수증으로 도로사용료 챙기기, 잦은 고장수리로 수리비용 부풀리기 또는 정비업체로부터 커미션 받기, 교통법규 위반 무마비용 청구하기, 심지어는 경미한 위장사고를 일으켜 회사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내 동업자들과 나누는 고약한 친구들도 있다.


계약한 차량대신 낡은 차량을 투입하거나 마일리지 조작, 정체불명의 대리운전기사 투입, 계약 외 사적인 화물 혼재로 용돈 벌기 등은 고전적인 수법이라 별일도 아니다. 이런 걸 가지고 따지면 속은 사람이 잘못이라는 이상한 중국식 논리에 휘둘려 바보 아닌 바보가 되고 만다. 새치기 한 사람보다 그걸 따지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고 그러다 칼을 맞기도 하니 불의를 보더라도 함부로 따질 일이 아니다. 물론 이런저런 크고 작은 문제들이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상황들과 자주 마주치다 보면 중국에서 물류사업하기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 정부 들어 지하경제 양성화다 부패척결이다 해서 바른 경제 세우기가 한창인데, 우리나라도 부패라면 세계랭킹에 빠지지 않는다. 2012년 12월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세계 176개국 공공부문 청렴도 평가지표인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지수는 45위였고, 2013년 7월 홍콩 PERC컨설팅사 발표에서는 한국이 아시아 선진국 중 제일 부패한 나라로 지목되었다. 심지어 한국이 태국보다 더 부패한 나라라니 적잖이 충격이다. 오래전이긴 하지만 필자가 방콕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태국의 부패상을 직접 몸으로 체험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충격적인 결과로 느껴진다.우리나라는 어떨까?


하긴 최근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원전비리만 하더라도 참 민망하기 짝이 없는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다른 곳도 아니고 핵물질을 취급하는 원전에 짝퉁 부품을 납품하는 일이라니…. 아무리 돈에 눈이 멀어도 그렇지 참 너무하다.


뇌물이든 애첩이든, 정부관료 이든 일반 국민이든, 중국이든 한국이든 결국 부패로 연결된 고리는 부패로 끊어지게 되고 부패한 국가는 절대로 부강 할 수 없다.


오늘날 이미 G2로 부상한 중국과 냉전시대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러시아, 나날이 우경화의 깃발을 드세우며 군사대국으로 치닫는 일본 그리고 예측불허의 북한과의 틈바구니에서 깨끗한 정부와 바른 경제를 실현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