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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경쟁시대와 물류인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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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4. 5. 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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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대 공급망 경쟁시대에 물류 전문가들은 출하 실적과 각종 배송완료를 증명하는 서류, 상업송장을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담합, 특허 등 분쟁 과정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같은 상황들이 생기면 물류 현장은 당장에라도 출하를 멈춰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시장에 풀린 물건을 회수해야 할 능력도 갖춰야 한다.”




글. 인터넷 물류논객 후버 


우리네 정서는 '결정적 한방'을 참 좋아한다. 


가수 싸이의 인기곡 '챔피언'의 가사에 '둥글게 둥글게 도는 물레방아 인생 사나인데 다같이 모두 어깨동무'라는 대목이 있는데 '인생 사나인데' 부분이 들리기에 따라서는 '인생 한방인데'로 들리기도 한다. 실제 포털 사이트에서 가사를 검색하면 '인생 한방인데'로 올린 누리꾼이 많다. 실제 싸이는 이 노래를 부르고 11년이 지나 '강남스타일' 한곡으로 세계적인 가수가 되었다.


피겨의 김연아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결정적 한방'에 대한 사랑에 가깝다. 피겨에 대한 저변이 매우 낮은 환경에서 악바리 근성의 김연아 선수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게다가 예쁘다) 피겨에 관심 없던 대중이 갑자기 트리플 악셀과 트리플 러츠를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그들이 피겨 선수로 성장한 환경 기준으로 보면 개천에서 난 용과 바다에서 놀던 이무기다. 우리가 결정적 한방을 좋아하기에 피겨계의 결정적 한방 김연아에 열광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소수의 악바리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 절대 다수의 평범한 노력가들이 사는 세상이고, 절대 다수의 평범한 노력가들이 근근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이라고 한다면 우리네 '결정적 한방'에 대한 선호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기업의 비즈니스에서도 '결정적 한방'이 치명적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한국에서 해외로 선적을 했는데 선적 담당자의 실수로 선하증권(Bill of Lading)과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를 엇갈려 발행한 일이 있었다. 100대분과 200대분에 대하여 상업송장과 선하증권이 각각 따로 나왔는데, 실수로 100대분 상업송장과 200대분 선하증권, 200대분 상업송장과 100대분 선하증권을 세관에 신고하면서 서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 받았다고 한다.


공급망 관리의 시대는 가히 공급망과 공급망의 대결이다. 나 혼자 잘한다고 모든 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롯한 공급망의 모든 주체들, 이 경우 포워더와 현지 바이어의 통관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잘 해야 불필요한 비용이 새지 않는다. 


더욱이 공급망 관리의 시대는 구매자 시장(Buyer's Market)으로부터 나왔다고 했던가? 구매자 시장은 판매자(Seller)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초과이익을 내기 힘든 상황을 의미한다. 이렇게 이익율이 낮은 시대에 벌금이라는 것은 비즈니스에 대한 의욕조차 감퇴시키기 충분하다.


이익율이 낮은 시대와 공급망과 공급망의 대결 구도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뭔가 비효율적인 업무를 제거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것보다 공급망 전체적으로 업무상의 실수를 범하지 않는 업무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분명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로 대변되는 비즈니스리엔지니어링(Business Reengineering)의 시대에는 부가가치를 발생시키지 않는 프로세스가 많이 있었고, 그것들을 제거함으로써 조직의 효율성이 높아으며, 비용 절감은 그에 상응하는 댓가였다. 내부적 개선이 화두였다. 그러다가 공급망 관리가 등장하면서 기업의 관심사는 내부적 개선을 벗어나 공급망 전체의 개선이 되었다. 많은 기업이나 이해 관계자들이 공급망의 이름으로 얽혀서 그런 것일까. 이제 기업의 관심사는 여러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들로 옮겨갔다. 복잡미묘한 특허권 분쟁 해소, 담합 의혹에 대한 방어, 벌금이나 중과세 축소를 위한 세무당국에 대한 해명, 계약 관련 분쟁의 해결, 기업간 Claim에 대한 대응 등이 그것이다.


여러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은 한번 잘못 걸리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권 분쟁을 마치 프로권투경기 보듯이 흥미진진하게 본 독자들이 많을 줄 안다. 


인수합병을 해서 사세를 키우고 싶으면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까봐 인수기업은 늘 고민한다. 디아지오코리아의 관세청과의 소송전은 유명한 이야기다. 본지에서 이미 보도한 이케아의 설치 응찰업체에 대한 소송도 그랬다.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당해년도의 이익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사업 지속여부까지 되물어야 할 만한 일들이었다. 한마디로 치명적인 한방이다. 유식한 경영용어로는 위험(Risk)라고도 부른다. 내부적으로 가진 것이 취약점, 외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위협, 취약점과 위협이 현실화되면 위험. 내부 통제를 잘못하여(취약점) 공급망 전체적인 문제가 발생하고(위협), 그것에 노출되는 것이니 위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이 하나의 시장이 되고, 그 시장에는 법무법인, 회계법인, 세무사, 특허사무소, 관세사 등 많은 전문가 집단이 컨설팅의 이름으로 기업에 조언을 하고 자문을 해 준다. 이러한 조언과 자문을 실시간으로 얻기 위해 법률, 특허, 세무, 회계, 관세 전문가들이 속속 기업으로 유입되고 있다. 즉 전문가 집단이 기업에 유입되는 것은 따지고 들어가 보면 공급망 관리가 낳은 또 하나의 산물인 셈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그러지 않아도 많이 알아야 했던 물류 전문가들은 이제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담합, 특허분쟁, 추징세의 뒤에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물류의 출하 실적과 각종 배송완료를 증명하는 서류, 상업송장이 필수적으로 검토된다. 그것도 아주 오랜 기간동안 말이다. 덕분에 이제는 물류 전문가가 그러한 상황을 알아가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류를 모르던 사람이 물류를 알아가야 하는 부분마저 생겨난다. 


특히 이러한 분쟁 과정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같은 것들이 들어가면 물류 현장은 당장에라도 출하를 멈춰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시장에 풀린 물건을 거둬들여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들에 나는 물류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소극적으로 임하기보다는 그러한 상황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과 그것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실천 가능한 것들을 고민해 가면서 임한다면 그러한 상황을 수습하는 것에 대한 보람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 차세대의 물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올바른 자세를 갖춘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앞에서 말한 상업송장과 선하증권의 불일치 건은 데이터 검증 결과 사용자의 오입력으로 밝혀져 일단락 되었지만, 그러한 오입력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다. 사실 현재로서는 답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머리 맞대면 답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최소한 본지의 독자분들은 폭넓은 생각을 가지고 점점더 많아져 가는 '치명적 한방'에 대처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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