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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사태로 본 물류 현주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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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0. 1. 1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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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물류기업 비자금 수난일지 (5)
대기업 낀 물류회사 편한 날 없어
공동취재반. 김철민, 하상범, 장응열, 김누리 기자 , 2009-09-28 오후 4:17:35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으로 다시 한 번 국내 물류업계가 세간에 곱지 못한 시선을 받게 생겼다.

현재 대한통운 이국동 사장 등이 조성한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됐거나 금호그룹 등으로 넘어갔는지를 살펴보는 게 검찰 수사의 초점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측은 비자금 조성 시기가 대한통운 인수 이전이라는 점을 내세워 "그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업계 한쪽에서는 "자금의 속성상 조성시기와 사용시기가 다를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법정관리 시절에 조성된 자금이어서 현재 본사와는 무관하다는 해명만으론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각에선 2006년 글로비스 사태처럼 대한통운도 더 이상 그룹의 위기모면과 정치 사이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뿐만 아니라 올 초부터 태광그룹 SK건설 한진그룹 등의 내사가 종료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다분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대기업 낀 물류회사 편할 날 없어
가장 대표적인 물류기업 비자금 관련 사건은 바로 2006년을 뒤흔든 글로비스가 관련된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다.

2006년 3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글로비스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서 비밀 금고에 보관 중이던 50억원의 뭉칫돈과 비밀 비자금 장부가 드러나면서 각종 논란을 촉발시킨 이 사건은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확대됐다.

글로비스는 현대차 비자금 조성의 창고로 급부상했으며, 글로비스 비자금의 정•관계 로비 의혹 그리고 부실채권 관련 비리 등 총체적인 검찰 수사 속에서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되어 회사 전체가 여론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대검 중수부는 16일 1천200여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4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 배임*횡령 등)로 정몽구 회장을 구속기소했으나 결국 2008년 서울중앙지검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5인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림으로서 사태가 종결됐다.

올 초엔 LG계열기업인 범한판토스가 수사대상에 포함되어 홍역을 치렀다. 2008년 말 검찰은 구본무 LG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 씨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물류업체인 범한 판토스에서 수상한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횡령 등 정황을 포착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

범한판토스의 경우 물량의 80% 이상을 LG그룹 계열사가 차지할 정도로 LG그룹과 특수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사의 표적이 된 것이다. 조사 당시엔 사건이 LG그룹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뿐만 아니라 구본호 씨가 범한판토스로부터 빌린 250억원 등을 이용해 레드캡투어(옛 미디어솔루션)를 인수해 놓고 인수대금이 모두 자기 자금인 것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는 등 한 동안 대기업 산하 물류기업은 최근 들어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안정된 환경 속에서 비자금 조성
이번 대한통운 사건 이전에 사건형태는 물류기업을 이용한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처가 수사의 목표였다. 이전 수사대상이었던 물류기업들은 모기업의 물량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한 대기업 3PL사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화주만 장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선박이나 항공기를 직접 소유할 필요가 없어 손쉽게 사업을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 관계에 있는 재벌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하는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물류사업 등 그룹 내 물류와 유통 사업을 도맡아 급성장을 거듭했다. 자동차 회사에서 운송과 물류는 필수요소. 안정적인 매출처가 확보된 상황에서 경쟁자 없는 독주가 이어졌다.

글로비스의 성장은 눈부셨다. 2001년 설립 첫해 198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래 불과 4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1조5408억원). 지난해 매출액은 1조8851억원. 순익도 설립 첫해 65억원에서 급증, 2005년 800억원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사업환경 덕분에 글로비스는 연일 경영권 승계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언급되기 시작한다. 설립 당시 정몽구 회장이 40%,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유구조 때문에 탄생 때부터 경영권 승계 의혹의 요소를 안고 있었다.

범한판토스 역시 확보된 LG 계열사들을 배경으로 급성장을 이어갔다. 범한판토스의 당기순이익은 2004년 220억원, 2005년 207억원, 2006년 200억원 등 200억원 안팎을 기록했다.

대주주인 구본호 씨는 현재 범한판토스의 지분 46.14%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로, 1대 주주는 나머지 53.86%를 갖고 있는 그의 어머니 조금숙 씨이다. 이 회사는 2004년 주당 1만원씩 배당을 실시, 구씨는 어머니와 함께 1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으며, 다음 해엔 125억원을 배당받았다.

▣ 제2의 대한통운은 나올 수도?
이들 회사들은 든든한 모기업의 물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해져 이를 바탕으로
자금 조성을 위한 환경이 조성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대한통운의 경우는 금호가 인수한 경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비자금이 조성될 환경이 분명히 존재했다.

지난 23일 본지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된 바(금호그룹에 날개 꺾인 대한통운)에 따르면 금호그룹이 현금 유동성 위기 때마다 대한통운이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17일 대한통운이 그룹계열사인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금호터미널 지분 100% 전량을 2190억 7000만원에 인수한 것. 그룹사 편입 이후 총 2조원에 달하는 현금이 금호그룹으로 유입됐다고 한다.

결국 국내 유수의 물류전문기업도 계열사로 인수된 이후 앞서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 대기업 산하 물류기업들과 같은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검찰이 대한통운의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것은 본격적인 기업 사정 수사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대기업 산하 물류기업이 수사의 타깃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다분하다.

현재 글로비스, 범한판토스 외에 대기업 산하 물류기업으론 LG와 GS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승산, SK그룹의 물류를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마이트앤메인㈜ 등이 있다. 이들 기업들도 모기업의 물류를 전담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했다. 지금 검찰의 칼날이 어디를 겨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제2의 대한통운, 글로비스가 다시 나올 수도 있다. 업계가 몸을 사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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