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슬기의 내·차·중> 중국 최초의 택배고객 '양귀비'⑤

ARTICLES

by 김편 2012. 6. 28. 16:00

본문

 

내차중 / 내공이 차이나는 물류 이야기⑤

중국 최초의 택배고객 '양귀비'
'산전수전 공중전' 고난 속 성장한 대한민국 택배기업들의 경쟁력
14억 중국 시장에 도전해야 하는 이유  
글. 이슬기 로지스씨앤시 대표 컨설턴트

 

CLO's TIP 중국 택배산업은 양적인 성장 이면에 배송사고 급증, 지나친 가격경쟁, 택배종사원의 질적 저하 등과 같은 문제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얼마 전 DHL이 중국 내 택배사업을 철수하는가 하면 늘어나는 적자로 인하여 더욱더 많은 외자기업들에게 있어 중국의 국내택배사업은 무덤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반면 중국 택배산업은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아직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비교적 늦게 출발한 반면 중국 택배산업의 성장세는 양국을 능가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택배기업들은 중국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격경쟁과 까다로운 고객 등 국내 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국내 택배업체들이라면 중국시장을 그다지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첨단 IT로 무장하고 자동화와 전문화를 통한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중국 택배시장에 대한 도전을 꿈꿔봐야 할 것이다.


고향이 광동(廣東)인 양귀비는 해마다 5월이면 당 현종에게 고향에서 수확되는 여름 과일인 리즈(?枝)를 먹고 싶다고 졸랐다. 애첩 양귀비의 간절한 부탁에 현종은 기병을 보내 수천리를 달려 장안(長安)으로 리즈를 날랐다. 신당서(新唐書) 양귀비전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신선한 리즈를 갖다 바치면 출세를 한다는 소문에 백성들은 얼음상자에 리즈를 담아 등에 지고 말을 달리는가 하면 어떤 이는 리즈 나무를 뿌리 째 뽑아 바치기도 하였다고 한다.

 

양귀비가 719년에 출생하여 756년에 사망하였으니 족히 1300년 전에 발생한 일인걸 보면  가히 중국 택배물류의 원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양귀비는 중국 최초의 택배서비스 고객인 셈이고 당 현종은 중국 최초의 택배 서비스 운영자, 그리고 기병들은 택배기사, 말은 최초의 택배 운송수단으로 비교될 수 있겠다.

 

어디 그뿐인가? 얼음상자에 넣어 운송을 했다고 하니 '3T' 원칙에 충실한 '콜드체인(Cold Chain)'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 백거이는 '리즈는 하루가 지나면 색이 변하고, 이틀이면 향이 변하고, 사흘이면 맛이 변한다'고 했으니, 그야말로 냉장식품의 물류특성을 꿰고 있는 신선물류전문가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쩌다 시인 백거이가 21세기 한국에서 한 필부에 의해 신선물류전문가로 소개되는 미래가 있으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싶지마는 리즈의 물류특성을 표현 한 그의 식견은 단순 명쾌하고도 정확하다.

 

광동에서 장안까지의 거리가 약 2500km이고 보면 오늘날의 택배물류 관점에서 리즈운송은 국제택배 수준이다. 중국이 동서(東西) 5500km, 남북(南北) 5200km의 광대한 대륙인지라 2500km면 절반에 못 미치는 거리라 하겠지만 1300년전 도로와 운송수단이 변변치 않은 시절에 2500km를 달려 운송을 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이다. 지금도 광주에서 서안까지 이동을 하려면 기차로 약 26시간, 비행기로는 약 3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이고 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민감한 리즈 운송을 위해 현종이 기병을 보냈다는 것을 보면 당시의 초고속 교통, 물류체계라고 할 수 있는 역참제도를 이용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일반인들의 상식을 초월하는 속도로 운송을 하였을 것이다. 현종이 장안에서 1500km떨어진 낙양에서 발생한 '안록산의 난' 소식을 무려 6일 만에 들었다고 하니 2500km 밖의 리즈 운송은 빨라도 10일 이상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현종이라도 국가 비상사태와 같은 '안록산의 난' 소식을 능가하는 속도로 리즈를 운송 했을 리는 만무하지 않았겠는가?

 

어디 시간만의 문제일까? 기병들이 20kg의 리즈를 운송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나라 역참제도를 이용하여 10일안에 리즈를 광동에서 장안까지 운송 하자면 '안록산의 난'에 버금가는 초특급 배송시스템으로 운송을 하여야 하고 그러자면 하루 250km를 주파하여야 한다. 250km를 24시간 쉬지 않고 말을 달리기 위해서는 최소 매일 10개의 역참을 거쳐야 하고 매일 10마리의 말과 최소 5명의 기병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열흘이 걸린다고 보면 총 100마리의 말과 50명의 기병이 투입 되어야 하는데 말과 역참의 유지비용과 기병들의 인건비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그야말로 적지 않은 금액이 될 것이다. 아무리 당나라 군대고 병과 역참이 국유재산이지만 오늘날의 금액으로 환산 한다면 상당한 물류비용이 투입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좀 더 상상력을 동원해 보자. 1톤 화물차 100대가 25km씩 운행한 운임으로 본다면 대략 700만원 수준이 될 것이다. 리즈 20kg에 운임 700만원이면 1kg에 35만원이니 참 얼마나 비싼 리즈가 아닌가? 더욱이 양귀비가 워낙 리즈를 좋아해 수확철인 5, 6월에는 사흘이 멀다 하고 리즈를 기다렸다고 하니 1주일에 한번씩 리즈 운송이 이루어 졌다고 본다면 2개월 동안 리즈 운송에 들어간 비용이 무려 6천만원에 육박한다. 아마도 필자가 당시로 돌아가 이런 류의 계산을 한다면 필시 목이 달아날 일이겠지만 물류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당나라의 멸망은 충분히 예견된 미래가 아니었을까?       

 

오늘날에는 택배서비스가 워낙 발달하여 오전에 광조우(廣州)에서 리즈를 수확하여 포장하고 택배회사에 맡기면 다음날 오후에는 시안(西安)의 웬만한 시내지역 가정에는 배달이 가능하다. 택배업체간 치열한 가격경쟁 덕분에 비용도 저렴하여 20위안/kg(3000원)이면 맛있고 신선한 리즈를 집에서 받아 즐길 수 있으니 1300년전 양귀비 보다 우리의 입이 더욱 호사를 누리는 셈이다.

 

더욱이 오늘날에는 비록 통조림이나 해동한 리즈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도 뷔페식당 단골 후식거리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지라 당 현종과 양귀비의 고사 속에서 전설같이 아련한 상상력을 자극하던 리즈의 매력은 다분히 퇴색된 느낌이다.

 

중국에서 택배는 '콰이디(快?)'로 불린다. 콰이디는 국내택배와 국제택배에 공히 사용되며 국제택배는 '국제콰이디(國際快?)', 국내택배는 '국내이지콰이디(國內異地快?)'와 '국내동성콰이디(國內同城快?)'로 구분한다. 국제택배는 DHL, UPS 등과 같은 외자기업이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국내이지콰이디(國內異地快?)는 송하인과 수하인이 다른 행정구역간의 택배로서 중국 우정(郵政)EMS가 약 70%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동성콰이디(國內同城快?)'는 송하인과 수하인이 동일한 행정구역간 택배로서 '택급송(宅急送)'과 같은 민영기업이 75%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택경제(宅經濟)'의 가속화에 따른 중국의 택배시장은 매년 20% 이상의 급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현재 중국에는 약 1만개 이상의 택배기업이 영업 중이고 택배 종사원만도 약 1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양적인 성장 이면에는 택배 사고 급증, 지나친 가격경쟁, 택배종사원의 질적 저하 등과 같은 질적인 퇴화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중국 택배의 현실이다. 근래에는 이러 저러한 문제점들로 인하여 DHL이 중국 내 택배사업을 철수하는가 하면 늘어나는 적자로 인하여 더욱더 많은 외자기업들에게 있어 중국의 국내택배사업은 무덤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당연히 국내 택배기업들의 중국 진출도 더욱 신중하고 치밀한 전략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택배산업은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아직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수많은 해외 택배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택배산업은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비교적 늦게 출발한 반면 성장세는 양국을 능가한다. 드넓은 중국에서 대륙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업체는 우정국 정도 뿐이며 그나마도 적정 서비스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현실이다.

 

한국의 이마트(신세계 대형할인점)나 파리바게트(SPC그룹이 운영하는 빵집)가 중국의 주요 도시에 무서운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중국 구석구석을 현대자동차가 누비고 있는 현실이 우리 한국 택배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격경쟁이라면 한국에서도 할 만큼 해 봤고 까다롭기로 치면 한국 소비자들만큼 까다롭겠는가? 급하기로 치면 한국 사람들 따라 올 사람들 없으니 한국 택배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국내택배업체들이 중국시장을 그다지 두려워 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첨단 IT로 무장하고 자동화와 전문화를 통한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한국택배가 중국 전지역에 전파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믿는다.

 

당 현종과 양귀비가 2012년에 나타나 비행기로 3시간 만에 갓 수확한 리즈를 맛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제 수확한 리즈를 오늘 편안히 집에서 받아 저녁식탁에 후식으로 올리는 광경이나 대형매장에 가득 쌓여 있는 리즈를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

 

단것을 좋아했다는 양귀비는 아마도 리즈 보다 초콜릿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용어설명
1) 리즈: 중국 특산 여름과일 중 하나인 리즈는 특정 기후대에서만 자생하는 희소성과 그 맛 때문에 역사적으로 많은 고사와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과일이다. 중국 4대 미인 중 하나인 양귀비가 특히 좋아했던 과일로 유명하다.
2) 장안(長安): 당나라의 수도. 현재, 섬서성(陝西省)의 성도(省都)인 시안(西安)
3) “3T” 원칙: 콜드체인 과정에서의 품질유지를 위한 3가지 원칙. 저장온도(Temperature), 유통시간(Time),  저장성(Tolerance)
4) 콜드체인(Cold Chain): 원재료의 공급으로부터 생산, 가공을 거쳐 최종소비까지 일관성 있는 온도제어를 받는 과정
5) 역참제도: 광활한 영토를 효과적으로 다스리고 물자를 운반하기 위한 원나라의 교통물류제도. 수도를 중심으로 말로 달려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100리)마다 역을 세워 참호를 둠. 역참에는 숙박시설, 말, 식량이 준비되어 있음. 당 현종 시기의 역마는 매일 90km 기준으로, 특급은 매일 150km 초특급은 매일 250km의 속도로 운용 가능 하였을 것으로 추측 됨.
6) 택경제(宅經濟): 오타쿠 경제(Otaku Economy)의 중국식 표현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