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물류' 게 섯거라
중국 지하경제 움직이는 물류비만 378조원 추정
화물단속 등 물자이동 감시 강화 "오명 벗자" 발버둥
글. 이슬기 로지스씨앤씨 대표 컨설턴트
수년전에 중국 출장길에 전자제품 도매시장에 들렀다가 블루레이 CD를 몇 장 산 적이 있다. 아들 녀석이 집에서 장난치다 집사람이 시집 올 때 사온 당시 고가의 브라운관 TV를 박살 낸 후 몇달을 별러다가 대형 LCD TV를 사면서 덤으로 받은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생각이 나서 주저 없이 CD가게로 들어갔다. 블루레이 CD를 사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가격이 이만 저만 비싼 게 아니다.
그런데 중국서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고 있으니, '와이낫(Why not?)'. 물론 솔직히 고백 하자면, 말도 안되는 가격에 블루레이 CD를 사면서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을 했다. 조잡한 포장이며 인쇄에다 거친 디스크면을 보면 소위 “짝퉁” CD가 분명 할 터이다. 중국에서 짝퉁은 산자이(山寨)라고 부른다. 산자이는 산적소굴 이란 뜻으로 산적소굴에서 대량으로 마구 찍어내는 물건이 짝퉁이다. 아마도 시장 가게마다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그 CD들은 같은 산자이에서 태어나 같은 화물차 타고 여기까지 온 작품들이리라 짐작이 간다. 아무튼 필자는 엄청난 가격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그날 몇 장의 블루레이 CD를 손에 들고 시장을 빠져 나왔다.
나쁜 짓 하면 벌 받는다고 했던가? 필자는 그날의 짝퉁 CD구매사건으로 인하여 두건의 금전적 손실과 한 건의 불명예 메달을 받게 되었다. 우선 중국 블루레이가 국내 규격과 달라 그날 산 블루레이는 몽땅 쓸모없는 CD가 되는 바람에 CD구입 비용을 고스란히 날렸고, 둘째는 짝퉁의 저주로 인하여 우리 집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비싼 물건 싸게 샀다고 의기양양하던 40대의 가장은 졸지에 가족들 눈치를 보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날의 부끄러운 기억이 잊혀 질 즈음, 예의 불명예 메달 사건이 발발 하였다. 2년쯤 지났을 때인가 보다. 아들 녀석이 학교에서 '빛의 반사와~' 어쩌고 하는 실험을 한다고 집에 사용하지 않는 CD를 가지고 오라고 했단다. 하필 이 녀석은 허구 많은 CD 가운데 그 저주받은 블루레이 CD를 가지고 간 것이다. 실험 도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아들 녀석은 짝퉁 CD 소지죄로 선생님과 급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씩씩 거리며 집에 와 엄마에게 다 일러 바쳤다. 이로써 필자의 2년에 걸친 업보는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고 지금도 그 일은 수시로 귓가를 성가시게 한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랑셴핑 교수가 집필 한 “부자중국 가난한 중국인”에서 저자는 중국의 지하경제와 짝퉁을 비롯한 불법복제산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하고 있다. 자신의 강연 CD를 불법복제 업자에게 장당 2위안(360원)에 넘기면 아마도 수십배는 더 팔릴 거라고 장담을 한다. 그뿐인가? 중국의 폐식용유 재생산업은 중국 광동성 전체 제조업체의 수익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재활용 나무젓가락 산업과 같은 지하경제가 국민의 보건위생을 위협하며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고 한탄한다. 중국이 불법 CD단속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던 이유가 VCD 플레이어 판매 확산을 통한 경제적, 정치적 효과를 노렸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을 때면 피식 웃으면서도 한편 되새겨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국가인들 지하경제가 없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라면 사채, 부동산 투기, 특정업소 권리금, 불법상속 같은 것들이 단골 메뉴가 아닐까 싶다. 중국의 지하경제라면 단연 짝퉁을 비롯한 불법복제 산업과 불법식품 유통, 농수산물 투기 등이 주 메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목 할 것은 중국의 사회체제 특성상 이러한 지하경제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하물류수요가 있을 것이고 그 규모 또한 지하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중국을 다니다 보면 고속도로나 심지어 시내 도로에서도 수시로 화물트럭을 세워 신분증과 화물검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광경은 특히 성을 넘나드는 이동시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이는 불법, 위법 물품 단속 뿐 아니라 광활한 중국대륙 전체의 물자이동에 대한 일종의 전통적인 물류감시체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체제의 특수성을 감안 한다면 지하경제물품의 수송에는 지하경제 전문 물류수요가 있을 것이고 그 비용은 일반적인 비용의 범위를 넘어 설 것이라는 추측이 당연시 된다.
비용 뿐 아니라 대금 결제 방법도 철저히 현금으로 이루어질테니 전형적인 “Cash Economy”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관련 학술자료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정상적인 물류형태가 아니니 “지하물류(underground logistics)"라고 명명 한다면 무리가 있을까? 물론 지하경제 전체가 물류수요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인 국가물류비 비율을 적용한다면 지하물류비 규모도 대략적인 계산이 가능하지 않을까?
2011년 IMF에서 추측한 바로 중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17%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지하경제의 규모가 선진국의 경우 소득금액기준으로 GNP(국민총생산)의 10% 정도가 된다고 추정하고 있고, 미국은 GDP의 8.4%, 일본은 GDP의 10.8%의 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GDP의 10~15%로 추정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선진국과 OECD회원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IMF의 추측대로 GDP의 17% 수준이라고 가정하여 중국의 지하경제규모를 계산해 보자. 2011년 중국의 GDP(국가통계국 발표)가 47조 1564억 위안이므로 2011년 중국의 지하경제규모는 8조 위안으로 우리나라 돈으로는 1440조원 규모가 된다. 2012년 우리나라의 한해 예산이 325조원이고, 2011년 우리나라 GDP가 1조 1638억 달러 이니, 중국의 2011년 지하경제 규모는 우리나라 2012년 예산의 4배가 넘고 2011년 우리나라 GDP를 초과하는 셈이다. 참으로 어머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중국의 “지하물류비" 규모는 얼마나 될까?
중국의 국가물류비는 GDP의 약 18%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를 2011년 지하경제 규모 8조 위안으로 계산하면 1조4000억 위안이 된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움직이는 지하경제의 물류비가 정상적인 물류비와 동일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최소한 1.5배 이상은 될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면 중국의 “지하물류비" 규모는 2조1000억 위안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378조원이 된다. 우리나라 2012년 예산보다 많은 비용이 중국의 지하경제를 지탱하는 물류비용인 셈이다. 물론 GDP와 경제규모의 단순비교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중국의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중과 지하물류비로 추정되는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 규모이며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물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케 한다.
최근 중국에서는 “짝퉁 물류”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택배회사를 차려놓고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 쇼핑몰과 계약을 한다. 택배화물 중 노트북이나 고가의 물건이 나오면 물건을 빼내고 대신 벽돌이나 쓰레기를 넣어 배송한다. 물건을 받은 사람이 항의 하면 상자를 개봉 한 상태이므로 본인이 벽돌을 넣었는지 확인 할 방법이 없어 보상을 못한다고 우기고 책임을 판매자에게 떠넘긴다. 한 두번 사건이 발생할 때는 쇼핑몰조차 판매자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그러다 집중적으로 소비자들의 항의가 쇄도하면 짝퉁 택배회사는 유유히 종적을 감추고 다른 쇼핑몰을 찾아 나선다. 필자가 직접 겪은 일이지만 사과상자 골판지 사이에 시멘트를 발라 넣어 중량을 늘리는 일은 애교에 가깝다.
중국에서 육상운송 외주계약사 선정시 차량 마일리지를 적부차량 판별조건으로 선정하는 실수는 초보 한국기업이나 할 일이다. 소위 마일리지 미터기는 장식품일뿐 아무 역할을 못한다. 그보다는 엔진검사를 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용차관리에 넌저리가 나서 큰맘 먹고 신차를 사서 자가차량 운송을 시작한다. 그런데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걸핏하면 차량이 고장을 일으켜 운송에 차질이 생긴다. 우주선도 만드는 나라에서 트럭 하나 제대로 못 만드나 푸념하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차량 검사를 해 보면, 아뿔사 차는 그 신차가 맞는데 엔진은 10년은 폭삭 늙어 버렸다. 신차 엔진을 내다 팔면 신차가격의 30% 이상을 받을 수 있으니 운전기사 입장에서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성실한 택배기사가 가져다주는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고, 부모님께 오리 로스구이팩을 택배로 선물하며 가정의 화목을 다진다. 아무리 짝퉁이 판을 치고 지하경제가 거대한 세력을 형성한다 하더라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대다수의 그들로 인하여 건전한 경제가 유지되고 건강한 물류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간에도 험난한 중국의 사업 환경 속에서 물류 대한민국의 기상을 당당히 펼치고 있는 수많은 우리 물류인들에게 뜨거운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용어설명>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 : 세금을 비롯하여 갖가지 정부의 규제를 회피해서 보고되지 않는 경제. 사채, 범죄, 절도, 마약, 매춘, 도박 등 위법행위에 이루어 지는 것과 기업의 정사적인 거래를 위장한 음성적 비자금 등이 포함된다. 일명 블랙이코노미(black economy)라고도 불린다.
Cash Economy : 불법거래에 따른 자금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지하경제를 "cash economy"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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