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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CJ GLS 간 물류계약 해지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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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2. 11. 1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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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터넷 물류논객 후버



"삼성전자의 동남아 지역법인 현황과 CJ GLS의 글로벌 네트워크 중 동남아 부분을 살펴보면 유사한 점이 많다. 그만큼 CJ GLS의 해외진출을 안정화시켜 주는 데에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다는 증거일 것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10여년간 CJ GLS에 맡겨 온 동남아 지역의 물류업무를 외국계 물류회사로 넘긴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물류비 금액으로는 자그마치 3000억원 상당. 


필자는 삼성의 CJ GLS 물류계약 해지와 관련한 의사결정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다만, 물류업무의 관점에서는 할 말이 조금 있다. 그래서 제목도 '아주 객관적인 소고'다. 정말 객관적으로 어느 한쪽의 얘기만 대변하는 일 없이 물류 이야기만 언급해 보고자 한다.


일단 동남아 각 지역의 물류업체 변경작업을 동시다발로 진행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물류비 3000억원이면 삼성전자의 공장출하 물류비, 내수판매 물류비, 자재 및 완제품의 수입 물류비 등을 모두 합쳐서 매출액의 3%가 물류비라고 가정하면 매출액 10조원을 할 때 지출할 만한 물류비 수준이다. 


2011년도 삼성전자의 재고회전율은 약 35일(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이 165조원, 재고자산 16조원 정도로 추정)이니까, 매출액 10조원에 해당하는 평균재고 수준은 약 9500억원.


그렇다면 9500억원어치의 재고관리까지 담당하게 될 미래의 3PL은 누가 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각 지역마다 CJ GLS와의 계약 만료일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래도 올해 안에 그 많은 지역을 한꺼번에 3PL 변경을 하느라 진행될 수많은 입찰과 협상, 현장 실사 등 작업들을 생각하면 화주인 삼성전자 물류팀과 계약주체인 삼성SDS 직원들 모두 참 많이 바쁘겠다 싶다.


사실 삼성전자의 동남아 지역법인 현황과 CJ GLS의 글로벌 네트워크 중 동남아 부분을 살펴보면 유사한 부분이 많다. 그만큼 CJ GLS의 해외진출을 안정화시켜 주는 데에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다는 증거다. 

필자는 국내 3PL이 해외로 진출할 때는 고객사와의 동반 진출이 꽤나 중요하다고 본다. 현지 업체를 인수하기 전까지는 고객사가 해외로 나가면 따라 나가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3PL업체의 해외진출을 조기에 안정화시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비자산형 물류업체는 더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해운업체가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가운데 계열사 3PL과 동반진출하게 된다면 해운업체와 3PL을 합친 속칭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비자산형 물류업체는 확실하게 해외진출을 원하는 고객사가 없으면 모든 것을 다 임대해서 써야 하기 때문에 안정화가 쉽지 않다. 이러한 방법은 이미 세계적인 물류업체가 된 일본의 3PL들이 해외진출을 할 때 구사한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더욱이 대방이 삼성전자라고 생각해 보라. 외국인 아무나 붙잡고 한국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물어보라. 김치, 비빔밥, 남대문? 아니다. 모두들 안 되는 발음으로 샘숭(삼성), 에어쥐(LG), 휸다이(현대)를 말한다. 


이렇게 대단한 기업의 물류를 도맡아 한다는 사실은 현지 영업사원들에게는 무척이나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Sales Point)다. 경쟁사가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재 맡고 있는 시시콜콜한 고객사 대는 중에 불쑥 얼굴 내밀고 '저희는 삼성전자 물량 전담합니다.'라고 하면 게임 끝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하면 치밀한 관리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가? 분명 물류관리 부문에도 어마어마한 요구사항이 많았던 고객사였을 것이고, 그러한 요구사항 중에는 만약 해외의 선진 물류업체에게 요구했더라면 해외 물류업체에서는 파트너십(Partnership)이라는 명목으로, 사사건건 반론을 제기하거나, 못 하겠다고 버티거나, 받아들이더라도 잘 못하거나, 잘 하더라도 무리한 액수의 추가 서비스 요금을 요구하는 등 고객을 곤혹스럽게 할 만한 요구상황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CJ GLS는 어땠을까? 그 동안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어느 정도는 삼성전자의 요구를 다 받아 주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원래 한국기업들은 해외 나가도 일은 한국에서처럼 한다. 날 새서라도 맞출 건 맞춰 주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강도 높은 요구사항들은 그간의 세월 동안 CJ GLS의 해외사업 역량을 배양시켜 주는 역할도 했을 것이라 본다. 다시 말하면 서로 상생하는 관계였던 셈이다.  


이렇게 나름 괜찮은 국내 3PL업체의 해외시장 진출 사례가 그 빛을 흐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CJ GLS가 빠지면 해외의 대형 물류기업들이 그 자리를 채울 모양인데, 해외의 대형 물류기업들, 뭐 글로벌 기업이라고 CJ GLS가 사람을 고용해서 일할 때 무슨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사람보다 훨씬 힘센 트롤이나 가블린, 오크들 데려다 물류센터에서 일 시키는 것도 아니고, CJ GLS가 트럭 배송할 때 나즈굴이나 가고일, 와이번 데려다가 배송 시키는 것도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상대방이 크다는 것은, 상대방도 협상력이 있고, 목소리가 크며, 나름의 관료적 조직 구조에 따라 움직이면서 고객에게도 파트너십의 명목으로 나름의 컨설팅 능력을 발휘하려 할 뿐 아니라, 고객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분명히 물으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의 지인이 업무상 글로벌 3PL업체를 쓸 일이 생겨서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해외 유명 3PL로부터 표준계약서를 받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분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 보자면 '완전히 독소조항 투성'이였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물류회사에 견줄만한 자체 물류회사를 키우고 싶어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삼성전자 정도면 이미 그들과 협상할 표준 계약서(당연히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되어 있을)를 가지고 있을 것이나, 그래도 한국인의 마인드로 그들의 정신세계에 깊이 뿌리박힌 파트너십의 성향을 이해하며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유야 어떻든 간에 3PL이 갑자기 바뀐다는 것은, 일선 현장의 관리자들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다. 3PL이 아주 못하지만 않았다면 오히려 오랫동안 친해진 3PL하고는 그럭저럭, 상대방의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볼 만큼의 내공도 생겼을 법하다.


뭔가 어려운 본사의 방침에 대하여 어르고 달래고 하면서 3PL로 하여금 그것에 협조하도록 해 가면서 일하던 와중에 외국인들이 들어오면 현장에서도 그들과 익숙하게 일하는 데는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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