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와 위기관리, 그리고 물류가 갈길
글. 김천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CLO's TIP 자연재해, 파업, 전쟁 등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 시대에 물류기업들이 갖춰야 할 위기관리 능력은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몇년전부터 정말로 다양한 자연재해로 인해 공급망의 위기관리가 몰려왔다. 지구의 종말이 다가올 것처럼 벌어진 인류 대참사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됐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북부 지역을 강타했다. 이밖에도 태국 홍수와 아이티, 칠레, 중국, 그리고 이란에서 발생했던 지진은 물론, 파키스탄의 대홍수, 러시아 산불로 인한 스모그 등 갖가지 자연재해가 공급망을 뒤흔들었다. 오늘날과 같이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확산과 함께 복잡하게 얽혀진 아웃소싱 네트워크에 의해 운영되는 세상에서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는 극히 확률적으로 예외적인 이벤트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는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건에 대비한 충분한 전략적 준비와 실행태세가 필요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갑작스러운 재해가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시설을 언제 어떻게 강타할지 아무도 모른다. 기업이 이로 인해 겪어야할 피해도 엄청나다. 이처럼 대규모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매우 복잡한 구조로 얽혀있는 기업들의 물류 복구에 대한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지난 10월 말 미국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북부 지역을 강타했다. 이로 인해 100여명이 넘는 사망자를 기록했고, 인명피해, 대규모 정전사태, 대중교통 운행 중단 및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또, 미국 동부 연안 일부 정유시설의 생산 중단 및 폐쇄 등 사회적으로 약 500억 달러의 피해를 가져왔다. 완전한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상이변에 따른 재난재해의 대형화로 인명피해 및 재산손실이 증가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2~2011) 우리나라는 폭설, 태풍, 호우 등의 자연재해로 전체 680명의 인명피해, 16조 582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해마다 위험전망(Global Risks Landscape)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지정학적, 기술적 위험 등의 발생가능성과 잠재적인 영향력을 전망하여 발표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환경분야(자연재난)의 위험은 온실가스의 배출증가와 기후변화에의 적응실패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력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DHL이 발표한 ‘2050 미래물류 보고서(Delivering Tomorrow)’에서도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의 빈번한 발생과 이에 따른 공급망 체계의 훼손을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세계 각국에서 지진, 가뭄, 태풍 등의 자연재난이나 화재, 건축물 붕괴, 폭발 사고 등의 인적재난으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의 빈도가 높아지고 강도가 세지면서 각종 재난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비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오늘날 세계 경제는 글로벌 생산·소비 체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지역(국가)에서 발생한 재난이 다른 지역(국가)로 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난 대응책이 명확히 수립되지 않으면 재난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비용과 국가의 재정 부담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특정 지역의 재난은 관련 인프라 시설의 피해로 물류비용을 비롯한 재난구호·복구비용 등 사회경제적 비용의 증가와 글로벌 공급망 관리체계의 차질로 인한 경제활동의 위축, 기타 서비스 공급 차질 등 관련 산업의 피해는 물론이고 실물경제에서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물가상승처럼 간접비용도 증가시킨다.
“DHL이 발표한 ‘2050 미래물류 보고서(Delivering Tomorrow)’의 일부 시나리오에 따르면 향후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의 빈번한 발생과 이에 따른 공급망 체계의 훼손을 전망하고 있다.”
“재난의 발생은 공급망 차질에 따른 물류비용의 증가와 더불어 사후 재난 대응과정(구호→복구→재건)에서 새로운 물류 수요를 유발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정부는 수해 복구 및 인프라 시설 회복을 위해 많은 재정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한편, 재난의 발생은 공급망 차질에 따른 물류비용의 증가와 더불어 사후 재난 대응과정(구호→복구→재건)에서 새로운 물류 수요를 유발하기도 한다. 재난 발생 이후 통상적으로 정부는 수해 복구 및 인프라 시설 회복을 위해 많은 재정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즉, 피해시설 물품의 처리, 구호물품의 조달 및 운송·배송·보관 등의 새로운 물류 수요를 발생시킨다. 이에 따라 국가적 혹은 국제적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물류산업의 역할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인도주의적 물류(humanitarian logistics) 지원활동의 강화가 필요하다. 인도주의적 물류지원은 과거에는 전쟁, 빈곤, 기아 분야에 많이 치중이 되었지만 최근에는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에 대한 물류지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논의가 커지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DHL의 고헬프(GoHelp) 프로그램, 대한항공 재해지원팀은 재난지역의 복구작업 참여나 구호물자 수송 특별기 운항 등 전문성을 발휘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또 코이카(KOICA)도 세계식량계획(WFP)과의 협약하에 지진, 홍수 등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구호물품 등을 비축, 수송하는 응급지원시설인 ‘인도적 지원 물류센터’ UNHRD(UN Humanitarian Response Depot)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지역별로 많이 활용되는 긴급구호품을 비축해 재난 발생에 대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둘째, 산업차원에서는 ‘재난대응 물류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즉, 자연재해에 따른 산업에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 관점의 재난대응 전략수립과 공급망 관리에 위기관리 개념을 접목하여 구매, 물자운송, 수요계획과 관리, 재고 등의 전략을 미래의 예측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하는 공급망 위기관리(SCRM: Supply Chain Risk Management)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국가차원에서는 국가비상사태, 자연재해 등에 대비하여 일시에 집중되는 구호물자의 원활하고 신속한 전달체계 구성, 필요한 시기와 필요한 장소에 체계적으로 구호품과 복구장비를 수송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재지원 물류계획을 수립하여 재난 대응능력을 제고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물류부문에서 이상과 같이 기업, 산업, 국가 차원에서 국내외 각종 재난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면, 재난은 단순한 역경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물류역량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세계 경제 손실은….
보험회사인 스위스리(Swiss Re)의 보고에 따르면 자연재해뿐 아니라 인간이 초래한 다양한 재앙들로 인한 전 세계적 경제손실이 2010년 약 22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 2009년도에 비해 약 3배 정도 증가한 수치이다. 자연재해나 극심한 이상기후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매년 발생하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확대와 경제활동주체간의 상호의존성 증가로 인해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이들 재해가 미치는 피해의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who? 김천곤 / ceekay@kiet.re.kr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캘리포니아 주립대(어바인) 경제학박사
교통경제학을 공부했으며 지금은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센터에서 교통/물류(SCM)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물류분야에서는 계속해서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평생학생'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 경제환경의 변화와 산업별 SCM 특성에 따른 물류산업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동 내용은 CLO 12월 게재됐습니다. 구독문의: 미디어케이앤 손현정 과장(02 32823 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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