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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공학박사 CEO의 택배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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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 2013. 4. 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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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인 KGB택배 회장


올 초 국내 택배시장에 작은 M&A(인수합병) 한건이 있었다. 이지스엔터프라이즈라는 전자결제업체(PG)가 국내 10위권 업체인 KGB택배의 지분 80%를 확보해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린 택배시장에 진출한 신생업체의 출현에 시장의 관심은 컸겠지만, 이번엔 상황이 좀 달랐다. 


이유를 굳이 따지자면 인수규모가 작았고, 치킨게임(Chicken Game)에 허덕이는 국내 택배업에 대한 시장의 냉소가 더 컸을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미국, 중국 등 최대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택배와 관련된 이슈들이 업계의 빅뉴스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아마존, 이베이, 월마트 등 온라인 유통공룡들은 미국 전역의 당일배송 경쟁을 이유로 잇달아 물류사업 강화를 발표했다.  


때마침 중국 최대 온라인 몰 알리바바도 택배서비스 강화를 위해 전국 곳곳에 운송, 창고 등 물류 인프라에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현지 전역에 24시간 배달이 가능한 물류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향후 10년간 약 10조 위안을 투자할 것이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전 세계 유통·물류 시장관계자들 사이에서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택배’를 이슈로 서로 비슷한 사안을 놓고 국내와 해외 유통시장의 반응이 엇갈린 셈이다. 과연 그랬을까? 필자의 궁금증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editor>


데이터와 가치창출

“플랫폼 컴퍼니를 꿈꾸다.

“전자결제, 아파트관리시스템 등 IT솔루션과 택배를 결합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플랫폼 컴퍼니로 키우겠다.”


올 2월 KGB택배를 인수한 최병인 KGB택배 회장(현 이지스엔터프라이즈 사장, 53)이 인터뷰 첫마디에 꺼낸 말이다. 택배업 진출 후, 최 회장은 언론과의 첫 인터뷰를 본지와 진행했다.


사실 최 회장은 인터뷰 제안에 손사래를 쳤다. 인수 몇 개월만에 공식적으로 이야기할게 없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필자는 확신에 가득찼다. 분명 건질게 많아 보였다.


이지스는 KGB택배 지분 80%를 인수해 1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인수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쳐 100억원 후반대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재 이지스는 아파트 관리비 결제대행 서비스인 '올더게이트(allthegate)'를 운영 중이다. 수도권 아파트 70% 이상의 온라인 결제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이지스는 소비자들의 생활 소비패턴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온라인 몰을 운영할 만한 외부 환경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쉽게 말해 물량 창출을 기대할 만한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IT기업인 이지스가 택배에 뛰어든 것은 아마존, 이베이 등 전 세계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물류사업을 확대하는 것과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물류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최 회장은 IT와 물류시장의 접목이 향후 유통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 10여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왔다. 


최 회장은 “전자상거래가 효율적으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주문과 동시에 효율적인 공급망을 통해 상품이 적기(just in time)에 배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온라인 쇼핑몰이 활발히 진행될수록 필연적으로 오프라인상에서 공급망을 보유한 택배에 대한 의존은 더욱 심화된다는 이야기다. 뻔한 진실이다.


인터파크, 예스24, 11번가, 티켓몬스터, 쿠팡 등 국내 온라인 쇼핑몰(소셜커머스)은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도가 크다. 반면 생산자로부터 유통업체로, 유통업체로부터 소비자로 상품을 직접 배송하는 택배서비스는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낮다.


사실 소비자들 입장에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물건을 주문하거나 택배로 물건을 받을 때 어떤 회사가 배달했는지는 잘 모른다. 물건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 둘은 전자상거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최 회장은 “유통업체는 인터넷 쇼핑몰을 구축한 뒤, 자사 브랜드 이미지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자신이 보유한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사업이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달하기 위해서는 택배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이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 인터넷 쇼핑몰 이용은 깎는 게 제 맛이라는데 인터넷에선 아무리 할인해 판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할인이 안된다. 그나마 물건은 하루 혹은 며칠 뒤에나 배달되니 샀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결국, 택배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구매습관을 잘 분석해야 변화의 포인트를 잡을 수 있다는 것. 최 회장의 생각이 더 궁금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KGB택배 인수를 계기로 국내 택배업계 최초의 공학박사(컨설턴트 등) 출신 CEO가 되셨다. 기존 기획, 재무통 CEO와 다르게 택배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공학박사라 해서 특히 다른 관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공계 연구계통에서 비즈니스로 전환 이후, 주로 기획 분야에 업무를 맡았습니다. 효성의 경영자로 영입되기 전까지 맥킨지에서 전략기획 분야 컨설턴트로 오랜 기간 근무했기에 이 분야에 주로 경험을 쌓았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전략기획 경험을 통해서 물류산업을 바라본 관점은 시장과 고객의 가치 중심으로 물류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이를 달성하기위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구조적인 측면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IT 기술적인 변화가 사업적 가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해하며 IT기술을 전략적인 혁신의 수단으로 적용하는 전략을 추구하고자 생각이 많았죠.”             

 

-. 택배업계 수익성이 매우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청사진을 갖고 있는가. 

“현재 택배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는 기존 업체들의 과당경쟁에 의해 초래된 근본적인 원인에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업계 전체가 택배 운임 제값을 받고자하는 자정 노력이 우선되어야겠지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물건을 나르는 배송사원들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입니다. 실제로 이들이 택배업에서 이탈하는 추세가 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택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업계 전반적인 요금인상(정상화) 노력에 대한 상호 협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 향후 로드맵이 궁금하다. 단순 택배업의 진출인가, 아님 3PL까지 확장을 계획 중인가.

“KGB택배는 규모를 추구하기보다는 수익성이 담보되는 틈새시장 전략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현재 택배시장은 다수의 업체간 경쟁으로 그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죠. 그래서 KGB는 치열한 경쟁시장보다는 수익구조가 양호한 틈새시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어요. KGB는 고객의 업무 프로세스에 연계되어 있는 구조로 택배가 단순한 물류의 기능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 영역에 도움이 되는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영역이 되고자 합니다. 또 다른 영역은 이미 KGB에서 시행하고 있고 있으나 그 규모가 크지 않는 농수산 특산물에 대한 택배사업의 강화입니다. 이 영역은 소규모 영농사업자와 대도시의 수요자와 직접 연계하는 사업모델로 양측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 분야를 강화해서 KGB 주도의 신사업 영역을 창조하고자 합니다.”

         

-. 인수실사 때, KGB택배의 강점과 단점, 그리고 이지스(IT)와 시너지 창출에 대해 어떤 구상을 했는가.  

“KGB의 가장 큰 단점은 규모의 경제에 있어서 경쟁업체에 비해 열세에 있다는 점이죠. 그 동안 투자 및 고객확대에 있어서 성장의 속도를 조절한 측면이 있지만 경쟁업체에 비해 고객군이나 설비(인프라)에 있어서 소규모인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과거의 전략은 최근 업계 전반의 수익이 악화된 상황에서 경쟁업체로부터 나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되기도 합니다. 일부 경쟁업체들이 전국적으로 배송망이 안정적이지 못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KGB는 전국 곳곳에 탄탄한 배송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년간 경험이 축적된 핵심인력들이 회사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한 경쟁력입니다.”

    

-. IT분야 시장전문가로서 택배에 관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업체라기보다 앞으로는 물류서비스업체로 규정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미 전역에 걸쳐서 대형 물류창고를 운영함으로써 전자상거래 업체가 고객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죠. 이를 통해서 아마존의 고객은 다양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신속하게 배달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구글이나 이베이 등 IT 기반으로 성장한 업체들은 고객 소비활동의 패턴 분석을 통해 고객관리 및 장기적인 관계 설정에 많은 투자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죠. 웹 기반의 PC의 초기화면을 장악하려는 노력과 비슷하게 스마트폰의 초기화면을 확보하고자하는 노력은 궁극적으로 고객과 접점을 확보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택배 또한 고객과 물리적인 접점을 형성하는 서비스업이라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곧 고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향후 고객 접점을 확보하는 기업이 금융, 상거래, 서비스 등 전 분야를 지배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 아파트관리시스템과 택배의 접목, 쉽게 설명을 해달라. 

“이지스의 아파트관리시스템은 전국 아파트 거주민과 관리비 부과 및 수납 관련하여 장기간에 걸쳐서 신뢰에 기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요. 이러한 고객관계에 기반을 두고 택배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대고객 서비스 기반의 신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입니다. 택배와 타 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기획 중이며 조만간에 시장에 하나씩 출시할 겁니다.”


-. 전통적으로 유통과 택배는 상호 긴밀한 관계 속에서 질적, 양적인 성장을 해왔다. 과거 KGB가 부진했던 B2C분야 시장에 대한 공략방안은 어떤 게 있는가.

“KGB가 과거 부진한 분야는 B2C분야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그간 IT 및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여 시스템으로 연동하는 대형업체에 대한 시장공략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분야는 향후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 KGB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할 계획이에요. 단기적으로는 용인지역에 수도권에 터미널 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충청북도에 메인 허브터미널을 확대하기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CJ대한통운 택배의 통합(시장점유율 38.1%)으로 시장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있다. 향후 대기업 중심의 시장과점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대형 볼륨시장에 있어서 CJ대한통운과 같은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증가할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KGB택배 등 중소 규모의 택배사가 볼륨 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전략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중소택배사 나름의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이 시장에 최적화된 사업모델을 구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볼륨시장과 틈새시장의 경계를 명확히 구별하기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고객사의 물류 담당자의 시각에서 택배관련 물류를 비용요소로 보는가 아니면 택배를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인가로 보는 가에 따라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형업체는 설비 자동화 및 대형 터미널을 구축함으로써 택배비용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는 하나 고객마다 차별화된 특수한 요건을 만족시키기에는 유연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틈새시장에서 KGB의 강점을 살려볼 계획입니다.”  

  

-. 택배가 생활 속 물류 서비스(국민 1인당 연평균 택배 이용횟수 33.6회)로 보편화되면서 그만큼 소비자 불만도 늘고 있다. 향후 리스크 예방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택배사업은 이미 설비 및 IT 역량이 중요한 비즈니스 요소가 되었습니다. 요즘 정보통신 분야의 문제로 자주 언급되는 해킹은 어느 회사의 IT시스템도 그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시스템 보안 강화를 통하여 택배사의 정보 시스템의 리스크 예방을 치중해야 합니다. 또한 택배 시스템은 배송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저장하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유출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리스크 예방 활동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택배업계 최초 공학박사 CEO가 되셨다. KGB 인수 후 첫 공식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국내 물류업계 관계자분들에게 인사말씀을 전해달라.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지구에서 지속적으로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환경오염, 에너지 고갈과 빈부 격차에서 오는 양극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환경 및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의 재생과 절감이라는 주제로 기술적 진보를 통해 한정된 자원의 재생과 신규 자원의 발굴도 필요하지만, 절감이라는 주제에 범세계적으로 협력이 필요합니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류는 일인당 자원의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증가 추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동서양, 선진국, 개발도상국을 불문하고 인류가 추진하여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양극화 또한 현재 인류 문명의 보편타당한 진리인 자본주의 체제의 어두운 그림자인 측면이 있습니다.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본주의가 과거 인류 문명의 발달을 촉진한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한 양극화는 어느 국가나 공통적으로 사회적 불안정성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소책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상의 두 가지 주제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KGB택배 및 계열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자 합니다. 택배업계에 종사하시는 여러분들 또한 기업을 운영하는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이런 주제에 대하여 관심을 거지고 그 해결책에 같이 동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who? 최병인(53)

최병인 KGB택배 회장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택배업계 1호 공학박사 출신 CEO'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맥킨지 컨설턴트와 효성정보통신, 노틸러스효성 사장을 지냈으며, 2000년 효성과 절반씩 지분을 투자해 전자금융결제사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구 이지스효성)을 창업했다. 현재 기웅정보통신 대표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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