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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INSIGHT

by 김편 2013. 8. 1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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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천동암 삼성전자 부장


매일 밥을 먹는다. 인간이 태어나서 80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하면 8만7600끼니를 먹는다.


1끼니에 100g 정도이니, 한사람이 소비하는 양은 20kg 기준으로 438 가마니가 된다. 밥을 씹은 질감과 모습은 노숙자나, 부유한 사람이나 똑 같다. 밥 앞에는 모두 평등하다고 할까? 소설가 김훈은 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얘기를 하고 있다. 


“모든 밥에는 낚시 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시 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아가미가 밥쪽으로 끌러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 올리는 자는 누구인가? 그 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한다. 밥쪽으로 끌려가야만 또다시 밥을 벌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노동의 수고로움과 돈을 버는 마음의 위안을 사랑한다. 그러나 때로는 밥벌이가 지겹다. 이 땅의 가장(家長)은 밥벌이를 위해서 전날 속이 뒤집어지도록 술을 먹어도 매일 집에서 밥벌이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들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일요일에 개그콘서트가 끝나고 허무가 몰려왔다. 창밖을 보니 어둠이 내리고 어떤 남자는 비오는 처마 끝에 몸을 구부리고 담배를 피우며 내일 밥벌이 고뇌를 뱉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감정이 “밥벌이의 지겨움”을 쓰게 했다.


밥벌이의 지겨움


일요일 저녁에 개그콘서트를 본다

내일이 월요일인지 망각한 채

희희낙락 하다가

개그콘서트가 끝나면 무섭게 다가오는 허망함

냉장고에 백세주를 꺼내어 두려움을 마신다

술병 바닥이 들어날 때

월요일 아침 실적 회의 생각하니

싸늘하게 내리는 서릿발이 가슴에 꽂힌다

혼자 밥만 먹고 살면

한 끼에 6000원

돈벌이가 없다면 두 끼만 먹어야 하니

하루에 12000원만 필요한데

마누라, 아이들 생기면서

돈을 버는 일이 사람 숫자만큼

곱하기가 되어가고

가끔 만나는 지인들과

막걸리라도 마실 돈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돈을 언제까지 벌어야 하는지

아침 안개 속에 갇혀있다

뒷골목 선술집에서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십년만 버티자고 얘기를 하는데

터놓고 애기를 못하지만

그때까지 버티는 사람이 얼마인지 생각해 보면

무너져 내리는 마음

마음은 소리 내지 않고 운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 나서는데

밥벌이 지겨움

나사처럼 단단히 조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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