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세상을 바꾸던 날들이 있었다. 이제는 그 오래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의 생각 그 자체가 세상을 숨쉬게 하는 꿈을 꾸는 세상이다. 그것이 창조경제의 이상이며 비전일 것이다. 생각의 전환, 유연한 사고, 창의적(創意的)인 아이디어를 가능케 하는 '창의 생태계'의 조성. 그것이 미래 창조국가의 이데아일 것이다. 작은 창의가 큰 창조로 자라나고, 일상의 사소한 역발상이 거대한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시대로 우리는 나아가고 있다. 창의가 권장되고 창의의 결과가 제값을 받고 창조를 이끄는 사람이 제대로 대우받는 사회가 되어야 대한민국이 창조국가가 될 것이다. CLO는 창간 두돌을 맞아 창조국가를 이끌어갈 리딩 물류기업들을 소개한다. <editor>
불황일수록 해외로…업계 ‘역발상 경영’
중원 골배급 능력 키우는 ‘물류판 리베로’
틈새 전략으로 해외 매출 비중 높여라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을 받고 있는 국내 물류기업들이 해외 물류기업 인수·합병(M&A)과 동남아 등 신흥 틈새시장 개척 등 적극적인 ‘역발상’ 전략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물류의 역할을 축구 포지션에 비교하면 '리베로'와 같다. 탁월한 기동력(항공·해운·육상)을 이용해 운동장(지구촌) 곳곳을 뛰어다녀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물류기업은 중원(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뛰어난 볼 배급능력을 가져야 한다. 전 세계 곳곳에도 필요한 볼(제품)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물류기업들은 세계를 향해 뛰기 위해 몸만들기에 치중하고 있다. 기업체마다 사업방향과 특성을 살려 항공-해운-육상운송 등 복합운송 부문에 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 중이다. 그러나 기업들마다 세부 전략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CJ대한통운은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한 네트워크와 더불어 프로젝트 카고 등 해외 중량물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진은 이하넥스(e-Hanex)라는 이름으로 국경 없는 쇼핑시대의 물류 틈새시장인 해외배송대행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해외 물류시장 개척의 선두주자로 W&D(Warehouse & Distribution) 사업에 주력하는 등 현지 유통물류 및 내륙운송 연계사업을 확대 중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2, 3위 경제대국 중국과 일본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지정학적 여건상 물류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더욱이 최근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을 중심으로 한 신(新)한류 열풍이 거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류가 확산되고 있는 중동과 중남미,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한 한국산 소비재 수출이 2005년 이후 급증하고 있단다. 중동은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중남미 지역은 페루와 멕시코, 브라질이 수출을 주도하면서 지난해 수출 물량이 50%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지구촌 곳곳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적기납품과 안전한 배송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해외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구촌 고객들에게 제품을 '도어투도어(door to door)'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은 온전히 물류업체의 몫이다. 그만큼 신흥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물류 서비스의 비중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물류기업들의 글로벌화 수준은 아직 갈길이 멀다. 미국계 물류관련 리서치·컨설팅 기관인 '암스트롱앤어소시에이트(Armstrong & Associates)'가 2011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발표한 '글로벌 3PL(3자물류) 순위'에서도 국내 기업은 현대글로비스(8위)와 범한판토스(31위) 등 단 2곳만이 50위내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CJ대한통운, 범한판토스, 한진, 현대글로비스(가나다 순) 등 국내 5대 물류기업의 총 매출액은 20조원(2012년 합산 기준) 안팎으로 이중 해외매출은 4조1157억원으로 25%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체별로 보면 범한판토스의 해외매출 비중이 55%로 가장 높았고, CJ대한통운과 현대글로비스, 한진이 각각 29.5%와 22%, 14.1%에 달했다.
국경 없는 쇼핑시대의 물류상인
한진, 직구족(族) 겨냥 해외배송 더 촘촘히
불황이 고마운(?) 시장도 있기 마련이다.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두고 한 이야기다. 해외 직구란 해외 배송이 가능한 사이트에서 제품을 직접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외국어가 가능한 젊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양질의 해외 브랜드를 합리적으로 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상품 가격 200달러 이하 면세 혜택, 고가 수입품에 대한 선망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직구족(族)이 늘자 이들의 물품을 해외에서 국내로 옮겨주는 해외 배송대행 서비스업도 덩달아 신났다. 지난해 해외 인터넷쇼핑 규모는 6억 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49% 증가했다. 이런 흐름 속에 늘어난 해외 배송대행 수요에 물류시장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한진이다. 이 회사의 해외배송 플랫폼인 ‘이하넥스(e-Hanex)’는 2010년 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3년 만에 이용 회원수가 12배 가까이로 늘었다.
해외배송대행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국내 유통업체들이 정식으로 수입해 마진을 붙인 제품의 가격과 구색이 국내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직접구매를 즐기는 이른바 ‘직구(직접구매)족’들은 기존 유통업체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유명 아동복 브랜드 ‘짐보리’가 한국 소비자들이 사이트를 통해 구매하는 것을 막았다가 강력한 반발에 다시 서비스를 재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롯데쇼핑은 국내에 짐보리를 독점 수입하면서 한국에서 접속하는 계정에선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그러자 미국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국내 판매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강력하게 반발했고 접속 차단을 풀 수밖에 없었다.
한진 이하넥스는 이런 틈새시장을 노려 미국 및 일본 쇼핑몰을 이용하는 국내 고객의 배송 서비스 등 편의제공에 주력했다.
특히 한진은 그 동안 쌓아온 물류 노하우는 물론 해외 거점 등 네트워크의 활용으로 실시간 상품경로 추적이 가능하며 해외 현지에서도 고객서비스센터를 운영함으로써 해외쇼핑몰 이용을 망설였던 고객들에게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일본 배송대행 서비스의 경우, 지난 3년간 미국제품에 대한 배송대행 증가와 함께 최근 인터넷 번역 기능의 발달로 일본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자제품, 식품, 의류, 유모차 등 다양한 품목에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지속되고 있는 엔화가치의 하락 또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이 때문에 한진은 일찌감치 해외배송대행 물량 증가 대비를 위해 사전 인력 충원과 설비 증설 등에 나섰다.
현재 한진은 미국 LA지점을 시작으로 뉴욕, 시카고, 댈러스, 뉴저지 등 10여개의 영업소와 200여개의 CDC(Cargo Drop Center)를 미주 시장에 구축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일본 사가와글로벌로지스틱스와 업무협약을 통해 현지 60여개의 영업소 및 30여개의 해외영업소를 운영 중이다.
한진 이하넥스 차형주 팀장은 “해외구매와 배송에 대한 이용이 편리해지면서 이를 찾는 국내 소비자들이 수적으로 부쩍 증가했다.”며 “한미 FTA 발효로 관세혜택을 받는 품목이 늘어난 것도 흥행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세계화가 곧 창발적 물류
범한판토스, 해외시장 개척 성과 ‘글로벌 3PL 31위’
범한판토스는 국내 물류업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글로벌화에 앞장선 기업으로 꼽힌다.
얼마 전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인 가트너(Gartner)의 매직 쿼드런트 보고서에는 전 세계 12개 3PL기업이 등장했는데, 이중 국내 업체로는 범한판토스가 유일하게 소개됐다.
DHL를 비롯해 DB쉥커, 퀴네나겔(Kuehne+Nagel), UPS, CEVA 등이 분석된 자료에 국내 물류업체가 소개됐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이밖에도 미국계 물류관련 리서치 기관인 '암스트롱앤어소시에이트(Armstrong & Associates)'는 2011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발표한 '글로벌 3PL(3자물류) 순위'에서 범한판토스를 31위에 선정한 바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물류기업이 범한판토스인 셈이다.
이 회사는 해상, 항공 화물 국제운송을 기반으로 현지 국 통관, 보관, 내륙운송, 철도운송, 국제특송, SCM(전세계 공급망관리)컨설팅 등 물류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러한 성과는 범한판토스가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사업 초기단계부터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적극 추진해온 노련의 산물이다. 현재 전 세계 39개국에 진출해 국내 물류기업 중 가장 많은 총 164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아시아, 미주, 유럽 등 대표적인 시장뿐만 아니라 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중동ㆍ아프리카 및 중남미와 같은 신흥 시장 개척에도 중점을 두고 물류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올해에는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미얀마 등 5개국에도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해외 언론에서도 범한판토스의 성과는 주목을 받았다. 2011년, 미국 뉴스채널인 CNN은 인천의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한 범한판토스의 ‘씨앤에어(Sea&Air) 운송’ 방식을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보도내용에 따르면 범한판토스가 대한민국이 세계 2위와 3위의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가까이 있는 점, 북한 때문에 육로로는 연결되기가 어려운 점을 들어, 바다와 하늘을 연결하는 해양-항공 연계 운송을 통해 물류 소요 시간과 비용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전 세계의 제조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에서 출발한 IT 제품 등 화물이 배를 통해 인천항에 도착한 뒤, 범한판토스의 인천공항물류센터를 거쳐 인천공항을 통해 하루 안에 전 세계로 운송되는 씨앤에어 운송 전 과정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범한판토스의 해외 네트워크 확장은 한국계 수출 제조기업과의 동반진출로 이뤄졌다. 국내 제조업들이 현지 기반을 마련하면, 로컬 기업과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을 공략해 인접 국가로의 진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범한판토스 김영빈 상무는 “지역관계 마케팅이 중요한 아시아 지역에서 높은 서비스 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등 이 지역에서 상당량의 해상화물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해외 진출 국가에서의 내륙운송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주체적인 문전 앞(DOOR TO DOOR) 배송 경쟁력을 확보하는 글로벌 W&D(Warehouse & Distribution) 사업을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기에 빛나는 M&A
CJ대한통운, '해외로' 프로젝트 카고 도전장
지난 4월, CJ GLS를 합병해 통합법인을 출범시킨 CJ대한통운이 보름 만에 해외 물류기업 인수합병(M&A)의 신호탄은 국내 물류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글로벌 물류공룡인 DHL과 UPS, DB쉥커 등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활발한 M&A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였거나, 틈새시장에서 고공성장을 해왔다는 점에서 CJ대한통운의 해외기업 첫 인수는 주목받을 만한 사건임에 틀림이 없었다.
CJ대한통운은 중국 칭다오(靑島)에 본사를 둔 포워딩 회사인 '스마트 카고(Smart Cargo International Logistics Co.,Ltd)'의 지분 51%를 인수해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통합 CJ대한통운 출범 이후, 해외 기업 인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CJ대한통운의 중국 물류기업 인수는 오는 2020년 매출 25조원(글로벌 물류 톱5) 목표 달성의 물꼬를 트기 위한 해외 기업 인수합병의 신호탄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일단 CJ대한통운은 이번에 인수한 스마트카고를 활용해 물류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의 프로젝트 운송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내달부터 스마트 카고의 PMI(기업인수 후 통합, Post-Merger Integration)를 착수해, 내년부터는 CJ대한통운 글로벌본부 산하로 편재될 예정이다.
스마트카고의 지난해 매출은 900억 원대 규모로 이중 중량물(플랜트, 건축자재 등) 운송 분야의 매출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이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1만5000톤급 중량물 운반선 2척을 확보하고 있는 CJ대한통운과의 시너지 효과도 예상되는 부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카고는 중량물, 프로젝트 포워딩 전문회사로 아프리카 지역의 네트워크 보유가 강점"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 국제물류 수행 등 CJ대한통운의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아프리카 중량물 운송시장 개척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역관계 마케팅이 중요한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현지 물류업체를 인수한 점과 (스마트카고가)상당량의 프로젝트 물량을 확보한 점도 CJ대한통운의 해외 사업 강화에 경쟁력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스마트카고는 중국 칭다오와 상하이 법인을 두고 있으며, 톈진, 다이롄, 충칭, 베이징 등 9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해외 진출도 활발해 인도, 베트남, 모잠비크, 잠비아 등 4개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2002년 설립된 스마트카고의 주요 사업영역은 중량물 운송 등 프로젝트 물류를 비롯해 컨테이너 운송, 철도운송, 항공포워딩 분야로, 임직원수 150여명,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00억원 규모이다.
이 밖에도 CJ대한통운은 지난 6월에는 플랜트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인 JGC(Japan Gasoline Company)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개발하는 석유화학플랜트 사업의 전담 물류기업으로 선정됐다.
JGC는 세계 70여 국에서 7만여 프로젝트를 수행한 세계 최대 플랜트 엔지니어링 회사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남서쪽 자잔 지역에 10억4000만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최원혁 CJ대한통운 포워딩본부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은 CJ대한통운이 세계 물류시장에서 물류 수행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몽골 유목민 이삿짐을 옮긴다
KGB, 역발상 공략의 해외 포장이사 진출
예로부터 몽골인은 유목민으로 살았다. 우리 역시 몽골인 하면 초원에 집(게르)을 짓고 말과 염소를 기르며 생활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목축형 유목민인 그들은 한 지역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가축이 먹는 풀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게르는 쉽게 분해·조립할 수 있어 언제든 손쉽게 이동한다. 어쩌면 집까지 통째로 옮기는 그들이야말로 포장이사의 달인인 셈이다.
그런 몽골에 국내 대표적인 포장이사전문기업 KGB가 3년 전 시장진출을 선언했다. KGB가 몽골에 가게 된 계기는 한 몽골인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한국에 온 몽골인 바야르바트(현 KGB MGL 대표)는 서울 시내 작은 이삿짐 업체 여러 곳을 전전하며 일 하다가 2008년 KGB 예스2404에 왔다. 이곳에서 일하며 한창 도시화가 진행 중인 고국 몽골에 한국의 선진 이사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국으로 돌아간 바야르바트 씨는 일본에서 이사 일을 경험한 동업자와 함께 한국과 일본의 이사 시스템을 비교하고 검토했다. 결국 KGB 시스템이 몽골에 적합하다고 판단, 올 1월 박해돈 회장을 찾아 몽골 투자를 요청했다. 박해돈 회장은 한 달의 고심 끝에 현장 조사 후 모든 걸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속전속결로 현장방문이 이뤄졌다. 박 회장이 본 몽골의 주거문화는 유목에서 정착으로 바뀌고 있었다. 실제로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띄게 많았다. 외국에 가면 일반 가정집부터 방문하는 직업병에 박 회장은 어김없이 몽골 가정집을 찾았다.
극서민층부터 상류층까지 집을 살펴보고 관공서, 기업, 사무실 등도 돌아보며 몽골 이사시장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아무리 몽골인이 이사 선수라지만 도시화 된 환경에서는 KGB의 포장이사 시스템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한반도 7배 만한 땅덩어리에 300만 명밖에 살지 않는 몽골. 이사시장 규모는 분명히 작을 수밖에 없다. 틈새시장이긴 하지만 수익성에서는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굳이 몽골에 진출할 이유도 없을 것 같지만 박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수도 울란바토르에 몽골 인구 1/3이 살고 있어 아파트가 많이 건설되고 신도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 몽골에 외국 투자회사들도 설립되며 사무용 건물도 많이 짓고 있기 때문에 이동수요는 계속 늘고 있고요. 이렇게 발전하는데 이사문화는 우리나라 70~80년대 수준밖에 안됩니다. 이사 당일 차량 따로 사람 따로 길거리 인력시장에서 흥정하는 실정입니다”
박 회장은 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이사하는 게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버금가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회고했다. 짐 싸는 데만 1~2주일이 걸리고, 물건이 파손 돼도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새집에서 짐을 정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당시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급변화한 것도 이사가 많아진 요인 중에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심하면 일 년 새에도 몇 번을 이사를 다녔으니 엄청난 스트레스였음은 틀림없다.
박 회장은 몽골의 이사 문화를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KGB MGL 합작법인이 탄생했다.
“한국에서 포장이사 일을 경험한 몽골인이 많고, 이들이 최근 본국에 돌아와 이사업계에 취업하기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이사서비스는 한국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실제로 몽골의 일반이사와 포장이사의 비율은 60:40인데 서비스 시작 후 예상보다 큰 호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하루 20~40건 정도 문의 전화가 오고, 이 중 20%는 계약까지 성사되고 있습니다”
KGB MGL은 20명의 직원이 차량 5대를 이용해 일하고 있다. 이사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울란바토르 공항 가는 길에 있는 옥외광고간판 하나를 통째로 사버렸다. 그 주변에는 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간판이 즐비한 곳이라고 박 회장은 말했다. 이런 박 회장은 내친김에 중국 시장진출도 생각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북경, 상해, 청도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박 회장은 몽골에서 번 수익은 현지 사회복지기금을 마련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몽골에 두고 올 생각이다. 애초부터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진출한 시장이다. KGB가 몽골에서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이윤은 좋은 이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얻게 될 좋은 이미지. 그것만 한국으로 가져온다고 했다.
한일 간 화물차 통째로 오간다
천일정기, 더블넘버제 시행…효과도 두배
지난 5월, 물류업체인 천일정기화물자동차는 일본 닛산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고객사의 물건을 실은 피견인 트레일러를 통째로 로로선박에 선적했다. 하루 만에 화물선이 도착할 곳은 일본 후쿠오카항, 현지 물류업체인 일본통운은 사전통관을 마친 트레일러를 견인해 후쿠오카현 규수 닛산 공장으로 바로 출발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수출제품을 싣고 출발한 '피견인 트레일러(트랙터 헤드를 분리한 짐칸)'가 국내 화물차량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도로운행을 시작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합법적으로 일본 땅을 달리는 한국 트럭인 셈이다.
이 시스템은 한일 양국의 차량번호 2개를 단 트레일러를 로로(Roll-on Roll-off) 시스템으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로로 시스템이란, 화물을 실은 트럭이 배에 오른 뒤 도착지 항만에 도착하면 그대로 내려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을 실은 트레일러를 한국 측 트랙터가 일본으로 가는 선박까지 실은 뒤 내린다. 배가 일본에 도착하면 일본 측 트랙터가 한국에서 온 트레일러를 싣고 일본 목적지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다. 자체 동력은 없지만 차량으로 인정되는 한국 측 트레일러가 일본 도로를 주행하게 된 것이다.
현재 피견인 트레일러 상호주행 시범사업자로 한국에서는 천일정기화물자동차가, 일본에서는 일본통운이 지정돼 총 4대가 운행되고 있다.
한일 양국 간 피견인 더블넘버 트레일러 상호주행이 개통되기 전에는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형태로 화물선에 옮겨 실은 뒤 일본 항구에서 다른 트럭에 옮겨 실어야 했다.
그러나 더블넘버제 시행으로 따로 물건을 옮겨 싣거나 내릴 필요가 없어 통관속도가 기존 45일에서 5일로 1/10 정도 빨라지고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부품이 일본의 생산 공장으로 사실상 직행하는 셈.
양국 물류업계 관련업계는 양국의 더블넘버제 시행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바닷길을 잇는 물류혁명’이라는 평가다.
서비스가 본격적화될 경우, 부산 진출을 모색하는 일본 기업의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닛산자동차의 경우, 요코하마에서 규슈 공장까지 300㎞ 이상의 거리지만 부산항에서는 200㎞ 미만이라 부산·경남지역에서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많다.
닛산 부품공급업체인 게스템프카테크 정병길 대표는 “일본 내 트럭 운송비보다 한국에서 배를 이용해 자동차 부품을 가져가는 게 품질면이나 물류비에서 유리해져 한국 부품을 이용하는 일본 제조업체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부산 등 자동차부품 업계에 따르면 혼다자동차는 한국지사에 부품구매부를 만들어 이 시스템을 이용할 것으로 전했다. 또 토요타자동차도 한국 내 부품을 일본으로 반입하기 위해 모 물류업체에 문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생산 및 부품공급 거점 분산 등 리스크 관리에 예민해진 일본 생산기업들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물류 등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부산지역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천일정기화물자동차 박재억 대표는 “앞으로 이 시스템이 완전 정착되면 우리 측 트랙터까지 로로 선박에 실어 우리나라 트랙터가 일본 도로를 운행할 수 있게 돼 물류기간과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부호 2인방의 선택 ‘물류’
2009년 11월 3일, 세계 최고의 부자인 워런 버핏은 벌링턴 노던 산타페라는 미국 철도회사 주식을
440억달러를 쏟아북는 일생일대의 투자를 단행했다. 시카고에서 미국 남부 멕시코만과 서쪽의 북서부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미국 최대의 노선망을 확보하고 있는데 석탄과 곡물, 철강 등 원자재부터 컨테이너, 화학품, 자동차와 각종 소비재까지 운송 품목도 다양하다.
그는 '바야흐로 철도의 시대가 왔다'는 말로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철동 운송은 자동차 운송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분의 1에 불과한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버핏은 "미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말도 덧붙였다.
며칠 전 버핏의 절친한 친구이며 투자자인 빌 게이츠가 또 다른 철도회사를 인수했다. 투자의 측면에서 인수를 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일련 사건이 연관성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2006년 처음 이 주식을 매입했다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한다. 버핏과 게이츠의 철도망을 합치면 북미지역의 대부분을 커버하는 운송망을 갖추게 된 것이다. 둘을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어진다는 것이다. 정보의 독점화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물류의 독점화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생존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이츠의 친구인 버핏도 철도 산업이 저물고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철도주에 의욕적으로 투자한 바 있다. 버핏은 그의 지주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미국 제 2위 철도회사인 '벌링턴 노던 산타 페'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지난 2007년 이 회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 2009년에는 무려 44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77%를 인수한 바 있다. 이 금액은 버핏 회장이 투자한 금액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단순한 투자일지도 모른다. 세계 1, 2위의 부자인 그들의 행보가 같다는 것은 단순한 투자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들의 행보는 멀지않은 미래에 어떤 의도인지는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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