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후버(인터넷 물류논객)
영화 트랜스포머를 본적이 있는가?
이 영화에서 외계 행성의 로봇들은 지구로 와서 자동차, 전투기, 중장비,헬리콥터 등 다양한 물체로 변신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로봇이 되어 서로 싸운다.특히 선악의 대립구도에서 선을 대표하는 오토봇 군단은 그 군단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자동차로 변신했다가 적과 마주치면 다시 로봇으로 변신하여 싸운다.
올 여름에 개봉한 영화‘트랜스포머4, 사라진 시대’ 에는 지금까지 트랜스포머 1/2/3편을 이끌어 온 샘(샤이아 라보프 분) 대신 예거(마크 윌버그 분)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샘의 경우 아버지가 중고차 시장에서 골라주는 77년형 쉐보레 카마로를 통해 오토봇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면, 예거는 딸아이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낡은 고물 트럭을 사서 부품을 떼어 내서 되팔려다가 오토봇과 인연을 맺는다. 하긴, 그 낡은 트럭이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럴 때는‘눈에 보이는 그 어떤 물체로도 변신이 가능하다’는 트랜스포머의 기본 설정이 참 편리하다.
지구를 구하는 로봇군단 오토봇의 리더가 부품을 재활용하거나 재수리해서 되파는 역물류 공급망 속에 꼭꼭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설정은 그만큼 역물류 공급망은 아직 미개척의 영역이자 그다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분야임을 반증한다. 생각해 보니 오토봇의 대표 로봇 범블비도 완성차의 역물류 공급망의 일부를 담당하는 중고차 시장에서 처음 등장한다. 최신예 전투기, 경찰차 등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모습으로 화려하게 등장하는 디셉티콘의 로봇들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선악의 구분이 확실한 영화에서‘선’은 먼지나고 지저분한 환경을견디며기회를기다렸던반면‘, 악’은늘화려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예 예쁜 여자로 변신했던 디셉티콘 로봇도 있었음을 기억하자.
반품 또는 중고품은 재고의 마지막 여정이다. 제조업체가 생산한 재고는 최종 소비자가 이를 구매하여 이용한 후 폐기, 중고품으로의 매각 또는 반품 과정을 거쳐 수리 후 재판매, 수리 후 교환, 분해 후 부품 재활용 등의 과정을 거쳐 그 삶을 마친다.
제조업체들이 부품 재활용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있고, 리퍼 제품(Refurbish: 반품 또는 교환 후 받은 물건을 수리하여 판매 가능하게 만드는 것) 쇼핑몰이 인기를 얻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제는 중고품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중고품은 누군가 사서 오랫동안 곱게 아껴서 썼거나, 사서 오랫동안 보존해 왔어야 가치를 인정받는다.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성스런 수리가 필요할 때도 있다. 사람들은 유식한 말로‘리폼 (Reform)’이라고도 한다. 폐기, 수리 후 재판매, 수리 후 교환, 부품 재활용, 리폼, 중고품, 반품…. 이 모든 각각의 키워드는 역물류라는 하나의 용어로 수렴한다.
문제가 있는 재고를 폐기하거나 아깝다고 쌓아 두는 것보다는 재작업을 거쳐 조금이라도 더 받고 팔거나 내용물을 재활용하는 것이 제조업체의 재고 감소, 현금흐름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반품을 받아서 처리할 방법을 정하지 못한 재고를 언젠가 팔릴 것이라는 생각에 마냥쌓아 두었다고 해서 해결 방법이 나오는 경우가 얼마나 되던가?
이런 재고가 공장으로 회송되면 그나마 재작업을 거쳐 다른 거래선에 팔릴 수도 있다. 다른 거래선에게 잘팔 수 있는 것을 마냥 쌓아 두면 재고의 가치만 떨어질 뿐(흔히들 말하는 진부화 재고가 되기 딱 좋다) 재판매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요컨대 재고 손실을 최소화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역물류는 공급망 관리의 한 축으로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려야 마땅하다. 어떻게 보면 역물류의 발달이 공급망 관리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오히려 공급망 관리는 늘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역물류를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순방향 물류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실행해야 한다.
역물류는 최근 강화되어 가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유용하다. 제품에 유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만든 부품이 있을 경우 법적으로 해당 물질을 회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냉장고를 새로 사면 경쟁사 여부에 무관하게 도로 가져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기업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은 홍보 효과도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역물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낡아서 폐기 대상이 될법한 제품들이 전문가의 수리를 거쳐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리폼은 물론, 폐기 대상이 될법한 제품을 아예 새로운 용도의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업사이클링도 서서히 성장해 나가는 것 같다.
남자를 빈털터리로 만드는 3대 취미 중 하나라는 자동차 튜닝 또한 과거 일부 매니아들의 전유물에서 대중화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세계 시장을 잠식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제품과 구미 선진국 기업들의 제품을 비교해 볼 때 많은 차이가 나는 부분중 하나는 그 제품에 담긴 혼(Spirit)이다. 그 제품에 담긴 혼은 그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만들어 나가야 할 몫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만들어 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소비자가 만들어 가는 대표적인 방법이 따지고 보면 리폼 또는 튜닝이다.
리폼이나 튜닝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근간이 되는 중고품이 원활하게 유통되어야 하며, 그러한 리폼이나 튜닝에 필요한 도구나 자재도 유통되어야 하는데 이들이 전자상거래로 수렴하면서 물류가 할 일도 많아지고 있다.
공급망 실패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친환경적인 기업 활동의 수단으로, 그리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역물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일단 역물류는 순방향 물류에 비해 전사적 관심이 덜하여 개선의 속도가 느리다. 순방향 물류는 매일 매시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숙달될 수 있지만, 역물류는 자주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쉽게 숙달되기 어렵다. 때문에 역물류는 순방향 물류에 비해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많이 필요해서 프로세스 속도 지연의 사유가 된다.
현실이 이렇다 보면 순방향 물류만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순방향 배송과 관련해서는 거래선 주문부터 꼼꼼하게 만들어서 주의해서 피킹하고, 철저하게 검수하며, 조심해서 상하차하고, 반드시 배송 완료에 대한 증빙을 수취하도록 독려하는 우수한 물류 관리자라도, 역물류에 대해서는 반품 주문 없이 회수 차량을 먼저 보내고 실물 회수되고 나서 반품주문을 뒤늦게 넣거나, 자사 제품이 아닌 것 또는 너무 오래 전에 팔아서 자사가 판 물건인지도 알 수 없는 물건을 회수해 오는 경우 등을 겪어 봤을 것이다.
이제 역물류에 대한 시각을 바꿀 때가 되었다. 역물류는 귀찮은 짐이 아니라, 공급망 관리의 깔끔한 마무리를 찍는 방점이다. 순방향 물류 못지 않게 빨라져야 하고, 더 체계화되어야 한다. 그것은 미래의 고객을 만족시키고,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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