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전광일 SK플래닛 11번가 SCM팀장
필자가 지난해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자상거래 물류는 오프라인 물류와 어떻게 다른가요?”였고, 다른 하나는 “전자상거래 물류 경력자 소개 좀 시켜주세요.”라는 말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필자는 앞서 언급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중심으로 연재를 해왔다. ‘ 전자상거래물류는무엇인가?’, ‘ 어떻게발전할것인가?’필자가4년동안항상화두에 두고 이야기하던 내용들이다. 그래서 오늘은 앞서 언급한 두 번째 질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전자상거래 물류관리직으로 10년 이상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인력부족’문제였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산업은 10년 동안 꾸준한 성장을 해왔고, 그 성장세는 최근 들어서 훨씬 더 가파르다. 그런데 이렇게 고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분야의 물류를 함께할 인재는 그리 많지 않다. 어찌 보면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사실 1994년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 사이트인‘아마존’을 창업하고 불과 2년 뒤 국내에서도 인터파크를 시작으로 전자상거래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태어났다. 그 이후 전자상거래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사실은 양국 모두 갖는 공통점이나, 양국의 물류에 대한 인식은 정반대였다.
94년, 아마존은 도서를 시작으로 판매품목을 여러 카테고리로 확대해 나감과 동시에 물류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하였다. 초기 아마존은 웹 사이트 구축만 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협력사(물류 아웃소싱 업체)에 주문을 넣어 협력사가 주문된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드롭쉽모델(Drop ship model)로 운영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마존은 빠른 배송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유통업체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 파악하였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 재고 보유를 통한 물류 직접 운영이 후행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존은 기존 드롭쉽모델을 재고직접관리모델(Inventory management model)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대부분 아마존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국내 종합쇼핑몰들은 YES24와 알라딘과 같은 특화 전문몰(도서 쇼핑몰은 대부분 ‘재고 직접관리모델’을 사용한다.)을 제외하고 대부분 드롭쉽모델을 통해 물류를 운영하고 있다. 종합쇼핑몰은 웹사이트 구축과 마케팅 등에 집중하고 판매와 배송, 그리고 CS(Customer Service)는 판매자들이 처리하는 방식을 고수한 것이다. 그 결과,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많아졌지만 대부분의 물량은 판매자들이 직접 처리하기 때문에 수십만 판매자의 소규모 물류센터(사실 물류센터라기보다 사무실 한켠)에서 처리하는 구조는 계속해서 유지됐다.
이렇게 지낸 것이 어언 17년, 국내 전자상거래의 발전 역사에서 물류가 차지하는 부분은 당연히 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보니 물류와 관련된 시스템, 장비, 물류센터 지원과 일정 규모 이상의 전문 물류인력은 언제나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대형 물류센터를 운영하지 않으니 당연히 WMS도 자동화장비도, 대형물류센터 자체의 수요도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인력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전자상거래 분야에 종사하는 물류 담당자는 아직까지도 손에 꼽히는 정도이다.
그러나 2014년,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전자상거래 산업, 특히 물류부문이 가히 폭발적인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2014년은 그야말로 물류가 전자상거래 산업의 중심이 된 한해였다. 그렇다면 왜 갑작스럽게 이런 성장이 찾아왔을까? 그것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물류’를 중심으로 한 소셜커머스의 엄습
2010년,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영역으로 ‘소셜커머스’가 등장하였다. 초기 소셜커머스가 등장했을 때 이들이 지금처럼 기존 전자상거래 업계를 뒤흔들 폭풍의 핵이 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업계 전문가들은‘소셜커머스가 기존의 전자상거래와 다른 분야인 무형의 상품(오프라인 매장의 반값 할인 쿠폰 등)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소셜커머스가 지금 무엇을 팔고 있는가? 현재 소셜커머스는 전체 상품 중 직접적인 배송이 필요한 유형재의 비중이 80%를 넘어서면서 기존 전자상거래 업계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하였다.
과거 음식점, 공연 할인 쿠폰을 중심으로 서비스하던 소셜커머스가 직접상품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과거 드롭쉽모델을 통해 물류운영을 했던 기존 오픈마켓과는 달리 물류와 배송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전년도 기준 이미 전국에 7개의 물류센터를 오픈하였고 해당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센터 직접 운영을 넘어서 배송까지 직접 하기 시작했다. 쿠팡의 배송 프로젝트 ‘로켓배송’은 ‘쿠팡맨’을 통한 감성 배송이라는 새로운 배송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쿠팡은 앞으로도 전국에 물류센터를 지속적으로 확충하여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각 2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에 있다.
물류가 견인하는 직구∙역직구
직구, 역직구의 성장 뒤편에는 배송대행 서비스라는 물류 서비스가 있다. 2009년 몰테일부터 시작된 직구 배송대행 서비스는 2010년부터 매년 70~100% 가량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4년 직구 배송대행 서비스 이용 건수는 1900만 건에 달해, 작년 1000만 건의 2배에 가까운 성장을 보여줬다. 이제 직구는 한때의 유행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은 2014년 기준 해외 6개 물류센터, 국내 1개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서비스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몰테일은 소비자 니즈에 입각하여 더욱 빠르고 안전한 배송을 위한 물류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와 더불어 몰테일과 같은 수많은 배송대행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심지어 물류기업인 한진과 현대로지스틱스까지 각각 이하넥스와 아이딜리버라는 이름으로 배송대행 서비스 산업에 진입했다. 결국 역직구, 직구 성장의 중심에는 물류가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물류산업 진출
전자상거래 산업의 성장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을 온라인으로 뛰어들게 하는 유인이 되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전자상거래 산업 진출과 더불어 전용물류센터를 구축함으로 물류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신세계 그룹은 지난 2014년 초, 신세계몰, 신세계백화점몰, 이마트몰을 통합한 ‘SGG.COM’을 오픈하였고 같은 해 9월, 용인 봉암리에 이마트몰 전용 전자동 물류센터를 구축하였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2020년까지 수도권에 6개의 전자상거래 전용 전자동 물류센터를 확충하여 배송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 뿐만 아니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타 경쟁 오프라인 유통업체들 또한 전자상거래 부문을 강화하며 전용 물류센터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물류산업 진출 추세가 가속화 되는 가운데,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픽업앤딜리버리(Pickup &Delivery)’라는 독특한 물류운영 전략을 취하고 있다. 픽업앤딜리버리란 고객 배송 요청에 따라 유통업체가 판매자의 상품을 순차적으로 픽업, 중앙 물류센터 집결 후 다시 지역별로 흩뿌리는 방식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모두 2014년 한 해동안 발생한 일들이다. 그 결과 그동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던 전자상거래 물류는 다양한 분야에서 급격히 성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류센터 구축 활성화로 인해 대형창고 업계와 부동산 업계가 성장했고 (특히 외국계 자본이 유입되어 물류단지 투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스템 (OMS & WMS & TMS )과 장비 업체가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전자상거래 물류업계의 전문가 부족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력을 갖추고 운영 프로세스를 설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운영 프로세스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센터 레이아웃과 인프라 설계부터 WMS까지 모두하나의 패키지로 엮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가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이런 경험을 가진 인재가 부족하여 각 부문(레이아웃, 인프라, WMS)이 연결고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때문에 전체 물류 프로세스 운영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장비와 센터는 부족하면 새로 만들어 공급을 하면 되지만 물류 인력은 즉각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력 공급이 힘들다. 때문에 2014년에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물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왕왕 관찰되었다.
2014년, 전자상거래 업체중 물류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았던 쿠팡은 물류센터의 운영과 배송 조직 구성을 위해 수십 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YES24의 물류 전문 인력들을 대거 유입하여 물류센터 관리 인력을 재구성하였다.
티몬의 경우도 인터파크 물류 경력자들의 유입을 통해 전체적인 물류 구성을 안정화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여러 쇼핑몰에서 물류 기획, 운영과 관련된 경력자를 찾고 있고, 이런 수요에 불구하고 인력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기존의 업계 종사자들, 즉 전자상거래 물류 경력자 간 인력 이동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충당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물류는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분야이기 때문에 기존 업계 종사자들 간의 이동만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전자상거래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소비자를 매혹시킬 수 있는 유통채널 중 단연 제일
은 온라인 채널이다.
이런 추세와 함께 오프라인 유통, 그리고 모바일이 융합된 O2O(Online to Offline &Offline to Online)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온라인은 물론 CBT(Cross Border Trading)까지 아우르는 메가 복합 물류센터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때문에 기존 물류 업계 종사자들은 전자상거래 물류와 오프라인 물류의 경계를 넘어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며, 지금 취업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인력들 또한 전자상거래 물류 분야의 성장을 눈여겨보며 기회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전자상거래 물류업체들은 현장 운영부터 기획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런 채용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큰 업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반드시 큰 기업의 채용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작은 업체라도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시작한다면, 지금의 흐름을 타고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지금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바로 지금이 전자상거래 물류분야에 도전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다. 앞으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전자상거래 물류 분야에 새로운 도전자들이 적극적으로 합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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