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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비트(Bit)와 원자(Atom)를 결합하는 물류기업

INNOVATION

by 김편 2015. 5. 1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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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비트(Bit)와 원자(Atom)를 결합하는 물류기업

.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구글(Google)은 현재 명실공히 비트(Bit)로 구성된 디지털 세상의 최강자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회사의 이름을 고민하며 떠올렸던구골(Googol)’, 10 뒤에 0100개나 더 붙은 10100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엄청난 양의 정보가 인터넷에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정보의 양이 이슈가 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검색에 대한 사용자들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구글은 바로 이 검색 시장에서, 철옹성 같았던 야후(Yahoo!)의 벽을 단숨에 무너뜨리며, 20135월말 글로벌 검색시장 점유율 83.2%, 미국시장 점유율 67.1%라는 압도적인 1위의 자리를 기록, 현재까지 그것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그러나 절대로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야후의 아성을 단숨에 그들이 무너뜨렸듯, 그들 또한 언제고 새로운 경쟁자에 의해 지금의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은 구글로 하여금 그들의 비즈니스를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였고, 그 결과 애플이 그러했듯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SCM의 생태계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구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산업은 SCM으로 통한다는 명제를 직접 실행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바로 디지털 세상의 비트와 물리적 세상의 원자(Atom)를 하나로 통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낸 것이다.

 

 

모토롤라 인수, 그리고 안경 시계의 대결

구글이 본격적으로 물리적 세상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출시된 넥서스 원(Nexus One)부터라고 할 수 있다. 넥서스 원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위에, 그동안 구글이 모바일 환경에 맞도록 구축해놓은 다양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을, 자신이 직접 설계한 하드웨어 위에 탑재하여 시판한 제품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때만 해도 구글은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를 자신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보다, 이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판매한다는 사실을 더욱 강조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넥서스 원 출시를 알리는 공식 발표문 제목도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우리의 새로운 방법(Our new approach to buying a mobile phone)”이라고 붙여졌다. 당시 구글에게 있어 넥서스 원은, 본격적인 하드웨어 생산을 시작했다는 의미보다도, 잠시 후에 이야기할 유통 영역으로의 진출이라는 관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구글은 이후 본격적인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서두르게 되는데, 그 기폭제가 되었던 것이 2011년 에 있었던 모토롤라 모빌리티(Motorola Mobility)의 인수합병이다. 당시에는 구글이 모토롤라라는 유수의 휴대전화 생산 업체를 인수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충격이었으며, 인수를 결정한 구글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무성한 소문만이 나돌고 있었다. 다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안드로이드 기술에 대한 여러 건의 특허 소송을 제기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구글이 이러한 법적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80여 년의 축적된 기술과 특허를 보유한 모토롤라를 인수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SCM 관점에서 바라보면 너무나도 논리적이고 자명한 결과다. 구글은 IT 생태계라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공급사슬을 운영하기 위한 하드웨어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모토롤라는 구글이 주도한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의 창립 멤버이며, 모든 자사 제품의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를 이미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글의 SCM 관점과도 잘 맞았다.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는 영원한 평행선을 그릴 줄 알았던 애플과의 경쟁을 알리는 도화선이 되었다. 애플이 그러하듯, 구글도 기존의 소프트웨어 콘텐츠에 하드웨어 역량을 추가하며 IT 생태계 전체를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애플과의 새로운 경쟁 구도는, 구글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애플의 5가지 비즈니스 영역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림1, 모토롤라의인수에따른애플과구글의경쟁영역

 

 

정보유통에서 제품유통으로: 아마존으로 간 구글

구글이 정보가 아닌 제품의 유통 및 판매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하반기 출범한 구글의 프루글(Froogle) 서비스부터라고 할 수 있다. 프루글은 인터넷의 사용목적이 단순한 정보의 검색 뿐 아니라, 제품의 구매를 위한 시장 조사의 목적으로 상당부분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였다. 영어로 근검절약을 의미하는 ‘Frugal’‘Google’을 합성한 이름의 이 서비스는, 그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사용자가 검색한 제품의 가격을 상세히 비교하여 제공했다.

 

 

그런데 이 가격 관련 정보는 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자발적으로 구글에게 제공한 것이 아니라, 구글의 검색엔진이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프루글에 그들 제품이 리스트 되는 대가로 어떠한 수수료도 지불하지 않았을 뿐더러, 소비자가 프루글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아무런 수익 배분을 하지 않았다. 구글은 다만 그들의 전형적인 비즈니스 모델처럼, 프루글의 검색결과 창에 유료 리스팅을 실음으로써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단순히 제품에 대한 가격 정보를 비교하여 제공해주던 프루글 서비스는 2007년의 구글 제품 검색(Google Product Search)2012년 구글 쇼핑(Google Shopping)으로 확대 개편되는 과정을 거치며 3가지의 중요 변화를 겪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변화의 내용이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아마존이 그동안 추진해온 구체적인 실행 전략들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가 아닌 제품의 유통을 위해 구글이 아마존의 정글로 들어간 것이다.

 

 

그 첫 번째 변화는 수익모델의 변화다. 프루글은 단순히 유료 리스팅 광고를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구글 쇼핑에서는 이와는 달리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 아마존이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에게 매출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방식과 동일한 수익모델을 구글 또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제품 판매에 필수적인 결제 기능을 강화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은 2006년부터 온라인 쇼핑 고객의 결제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구글 체크아웃(Google Checkout)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왔다. 이 서비스는 구글의 제품 검색 서비스를 통해 구매가 이루어질 경우, 구글 계정에 대한 한번의 로그인으로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비정상적인 인터넷 금융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신용카드 등의 결제에 대한 일종의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를 포함한다.

 

 

이러한 결제 지원 서비스는 2011년 오픈한 구글 월렛(Google Wallet)을 통해 모바일 환경에서 시티은행(Citi Bank) 및 마스터카드(Mastercard)를 이용한 결제서비스 기능으로 확대되었다. 구글 월렛은 또한 구글의 지메일과 연동시켜 이메일에 첨부파일을 붙이듯, 은행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은 채로 돈을 직접 송금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그런데 구글의 이러한 결제관련 서비스도 아마존이 이미 2007년부터 도입한 아마존 페이먼츠(Amazon Payments)와 기능적인 면에서 거의 동일한 모습을 보인다.

 

 

세 번째는 판매 매출의 향상을 위해 마케팅 정보 분석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들을 진행해 왔다는 사실이다. 아마존은 그동안 인터넷 쇼핑 분야에 축적되어온 데이터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고객의 이력정보와 구매 선호도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고객이 검색하고 있는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실시간으로 추천해주기도 하며, 과거에 검색했었던 것과 유사한 제품, 혹은 동일한 내용의 검색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구매했던 제품 리스트를 적절히 제공함으로써, 판매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제품의 유통영역으로 확장해온 구글은 모바일 기기 시장을 사이에 두고 애플과 경쟁하고 있는 것처럼, 온라인 유통을 놓고서는 아마존과의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이미 디지털 도서 콘텐츠 분야에서 아마존 이북(e-Book) 콘텐츠와 구글 북스의 경쟁이 시작되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아마존으로서는 구글의 도전이 참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 구글의 도전은 도서 콘텐츠와 온라인 제품 유통이라는 아마존의 전통적인 시장영역에 그치지 않고, 아마존이 최근 야심차게 준비해온 새로운 영역마저도 포함시키려하고 있다. 바로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겨냥하여 도전장을 던졌던 당일배송 분야에 구글이 뛰어든 것이다.

 

 


 

그림2,‘ 아마존벤치마킹

 

 

당일배송 경쟁, 그리고 수상한 물류관련 특허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핵심적인 정보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인터넷에서 제공하고 있는 정보 내역을 살펴봄으로써 가장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에서 제품을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표시되는 정보의 종류는 크게 4가지 정도다. 먼저 제품명과 사진이 눈에 띄며, 그 바로 밑에는 제품의 가격 정보가 제공된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예상 배송시간과 함께 해당 제품의 현재 재고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즉 제품내역, 가격, 재고, 그리고 배송정보가 가장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은 프루글 서비스를 제공했던 당시부터, 이미 제품내역과 가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제품의 현재 재고 상태나 배송 관련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이들 정보를 판매 업체로부터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구글이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텍스트 정보에 기반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구글은 2010, 검색한 제품의 재고정보를 제공해주는 블루닷 서비스(Blue Dot Service)를 오픈하게 된다. 사용자가 제품을 검색하게 되면 검색결과 창에 해당 제품의 가격정보와 함께, 이들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가까운 매장의 정보를 파란색의 점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블루닷 서비스는 현재 구글 쇼핑에 통합되어 제공되고 있다.

 

 


 

그림3,‘ 블루닷서비스

 

 


이후 구글은 4가지 정보 중 마지막으로 남은 배송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노력은 결국 배송정보 제공과 관련한 3건의 특허 기술 개발로 이어진다. 3건의 배송정보 제공 관련 특허는 전자 배송정보 전송(Electronic Shipping Notification)”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었다. 3건의 특허기술에 대한 초록에서는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중개인(Broker)은 고객들이 판매업체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는 프로세스를 지원한다. 화주(Shipper)는 고객이 판매업체로부터 구매한 제품을 배송하는데, 이때 화물식별자(Shipment Identifier)를 이용하여 보내질 화물을 인식한다. 중개인은 이 화물인식번호를 이용하여 화물의 배송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화물의 예상 배송정보를 고객에게 이메일이나 텍스트문자의 형태로 전송한다.” 복잡하게 설명되어 있지만, 간단히 이야기하면 구글(중개인)이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제품의 배송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고객에게 전송할 수 있는 기술 특허를 취득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특허 기술을 이용한 배송정보 제공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온라인 유통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된다. 바로 2012년부터 불거진 아마존과 월마트, 그리고 이베이의 당일배송 전쟁이 그것이다. 당일배송이라는 새로운 테마로 옮아 붙은 경쟁 구도의 변화는 구글의 배송정보 관련 전략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즉 단순한 배송 예정정보의 제공만으로는 이들 업체들과 유통 분야에서 경쟁을 해봐야 별로 승산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구글은 201211월 캐나다의 버퍼박스(BufferBox)를 약 1700만 달러(한화 약 190억 원)에 인수하면서 당일배송 경쟁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버퍼박스는 아마존의 락커와 같은 픽업 스테이션을 캐나다 토론토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던 신생 벤처기업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33월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Google Shopping Express)라는 당일배송 서비스를 오픈하였고, 같은 해 6월부터는 타겟(Target), 월그린즈(Walgreens), 오피스디포(Office Depot) 등의 유통업체 제품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기에 이른다. 20139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지역에 대한 서비스 공식 출범과 함께 미국의 제4위 유통업체인 코스트코(Costco)의 모든 제품을 당일배송 품목에 포함시켰다.

 

 

백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며 복잡한 컴퓨터 알고리듬을 통해 우리에게 정보의 바다를 안내해주던 구글이, 이제는 두루마리 휴지와 생수, 그리고 기저귀까지 우리의 가정으로 당일배송 해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그들이 디지털 세상을 넘어 물류와 SCM 영역으로까지 그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한편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사실 구글은 물류 관련 특허를 상당 수 보유하고 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배송정보의 전송과 관련한 특허 외에 당일배송과 관련된 특허도 보유하고 있는데, 20133월에 취득한 화물의 배송 기점 예측(Predicting Shipment Origin Points)”특허가 바로 그것이다.

 

 

이 특허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이, 특정 제품을, 특정 유통업체를 통해 주문할 경우, 어느 위치에서 그 제품이 배송되어야 하는지를 예측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 알고리즘은 배송 기점(Origin)의 위치를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주문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필요로 한다. 만일 구글 쇼핑을 통해 발주된 주문정보에 기반하여 이 알고리듬을 적용할 경우, 고객의 위치와 제품명 그리고 유통업체의 이름만으로도 어느 물류센터에서 해당 제품이 출고되어야 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문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더욱 신속한 당일배송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같은 시기인 20133월 취득한 로컬 쇼핑 및 재고(Local Shopping and Inventory)”특허는 각 지역 매장의 재고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술에 관한 특허다.

 

 

그런데 이렇듯 구글의 물류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명백한 특허 외에, 얼핏 봐서는 이해가 선뜻 가지 않는 물류 특허들도 있다. 20135월말 현재 미국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 산하의 특허청(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mark Office) 데이터베이스에서 물류관련 키워드로 구글이 취득한 특허를 검색해보면, 컨테이너 추적이나 모니터링 그리고 컨테이너 보안 등과 관련된 특허들이 검색된다.

 

 

구글이 취득한 컨테이너 보안에 관한 특허들은, 20019.11 테러 이후 물류보안 강화를 위해 개발되어온 기술들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2007년 발효된 미국의 9.11 테러대책 이행법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컨테이너의 보안 표준으로 ISO 18185에 준하는 봉인(Mechanical Seal)의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구글이 이러한 봉인 기술을 포함하여 컨테이너와 화물의 물류보안 관련 특허를, 필자가 검색한 것만도 7개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대체 구글은 이러한 특허기술들을 어떠한 이유에서 개발하였을까?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까지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구글 또한 현재까지 이렇다 할 공식적인 설명이나 답변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이를 두고 구글이 물류보안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추측은 조금 다르다. 물론 필자의 생각도 하나의 억측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전문가들의 추측에서 그들이 놓치고 있는 한 가지 중요한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구글의 무인자동차(Driverless Car) 시스템이다.

 

 

무인자동차와 컨테이너 보안 특허기술과의 관계

구글의 무인자동차 시스템은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 박사가 2005년 미국 국방부가 후원하는 DARPA Grand Challenge에서 무인자동차스탠리(Stanley)’로 우승 상금 200만 달러를 수상했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그가 개발하고 있는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20128월까지 약 50의 무사고 주행 테스트를 거쳤다. 또한 구글의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통해 201310월 현재 네바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그리고 워싱턴 DC에서는 무인자동차 운행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하였다.

 

 

무인자동차 기술이 현실화 된다면 인류에게는 획기적인 혁신과 함께 많은 비용을 절감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소중한 인명의 손실은 물론, 출퇴근길 자동차 운전으로 도로에서 버려지는 시간들을 아낄 수도 있다. 또한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실질적인 이동의 자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림4‘ 무인자동차

 

 

구글이 무인자동차 기술을 개발한 이유 또한 물류보안 특허의 취득만큼이나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Google X”라는 별도의 조직 내에서 15명의 기술자가 개발하고 있는 이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해, 그저 여러 가지 ()’만이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이들은 구글이 이를 통해 무인자동차를 생산하여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추측하기도 하며, 혹자들은 구글이 무인자동차 운영 소프트웨어를 자동차 업체에게 판매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구글이 과거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자동차 생산이라는 생소한 비즈니스 대신, 최근 들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물류분야, 특히 당일배송이라는 부문과 무인자동차 기술을 연결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면 무인 화물 트럭을 개발해서 구글의 당일배송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구글이 무작정 자동차 산업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추측에 비해, 다음과 같은 4가지 이유에 근거하여 보다 높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첫째는 비즈니스 수행을 위한 시장의 범위 문제다. 자동차 생산 경험이 전혀 없는 구글이 본격적으로 완성차를 만들거나 혹은 완성차 시장을 위한 무인 운영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범위가 너무 넓어 상당한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화물차로 국한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무인 화물자동차는 화물의 수송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승차감, 외부 충돌로 인한 운전자 안전, 그리고 운전자 편의 시설 등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불필요해진다. 또한 고속도로 등의 간선도로를 주로 이용하는 화물자동차의 운행 특성으로 인해, 장애물이나 좁은 도로, 신호등, 보행자, 빈번한 주정차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이렇듯 화물자동차의 경우에는 그 사용 목적과 운행 환경이 일반 승용차와 달리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무인 자동차의 설계와 시스템 디자인을 단순화하여 리스크를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교통안전이라는 매우 중요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무인 화물자동차의 도입을 통해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명분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미국 교통부(Department of Transportation)에서 발행한 2010년도 자동차 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화물차의 사고율이 일반 승용차의 사고율보다 3배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화물차가 일반 승용차에 비해 무려 27배나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듯 위험이 큰 화물운송 분야에 무인자동차를 활용할 경우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Don’t be Evil”이라는 그들의 슬로건처럼 말이다.

 

 

세 번째는 화물운송시장에서의 운전기사 인력수급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미국은 지난 20여 년동안 화물 운송기사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러한 상황은 현재에도 좀처럼 나아질 기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 한 분석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새롭게 발생하는 신규 운송기사 인력 수요 중 약 10% 정도만이 수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매년 96000명 이상의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무인 화물자동차 운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될 수 있으며, 향후 미국 전역을 포함하게 될 구글의 당일배송 서비스에 이 무인 화물자동차가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당일배송의 비용과 관련한 근거다. 아마존의 경우에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동안 축적해온 다양한 물류 운영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FBA 등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배송해주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연 79달러의 비용으로 무제한 무료배송을 제공하고 있으며, 아마존 후레쉬의 경우 35달러 이상 구매고객에게는 당일배송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이렇듯 저렴하게 책정된 경쟁사의 배송비는 새로이 유통 산업에 진출한 구글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림5,‘ 구글당일배송차량개념도

 

 

 

하지만 제품 배송에 있어 무인 화물자동차의 도입은 운송기사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무인 화물자동차는 차량의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 또한 절감시켜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콜롬비아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무인 차량들 간의 차간거리를 최대한 줄인 채 그룹(Platoon)을 지어 정속으로 운행할 경우, 공기저항 감소를 통해 연료 소모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따라서 무인 화물자동차를 통해 당일배송에 있어서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무인화물차 운영 가능성에 대한 이상의 근거에도 불구하고 무인자동차로 화물을 운송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화물의 보안 문제이다. 카고넷(CargoNet)에서 발표한 2011년 화물 도난 통계자료를 보면, 도난 사고의 80% 이상이 화물차량의 주정차 중이나 창고에서 발생하고 있다. 창고를 제외하고 나면 도난 사고의 대부분은 모두 화물이 트럭에 적재된 상태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가 없는 무인화물차의 경우라면, 이러한 도난 위험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독자들도 지금쯤 눈치 채셨겠지만, 바로 여기에 구글이 그동안 개발해왔던 컨테이너 추적과 모니터링, 그리고 물류 보안에 관한 기술들이 적용될 수 있다. 컨테이너 보안 기술을 적용한 무인 화물차들이 물류센터를 연결하는 간선 수송에 사용될 뿐 아니라, 버퍼박스(BufferBox)의 라커시스템을 장착한 무인배송 차량을 통해 고객들에게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무인자동차 사례가 개념적인 아이디어를 초보적인 기술을 통해 테스트 해보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도 역시 마찬가지로 무인자동차 기술을 물류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할 산적한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한 가지 사실은, 지금까지의 그들이 그래왔듯, 구글은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언제라도 이 기술을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순식간에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312월 매우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구글이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을 통해 생산과 물류현장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으로 시작한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한 콘텐츠와 모바일 환경으로의 확장을 거쳐, 제품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당일배송이라는 물류 영역으로까지 진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진화를 통해 디지털 세상의 비트를 물리적 세상의 원자와 하나로 합쳐, 결국엔 SCM으로 통하는 그 길을 구글 또한 걷고 있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Andy Rubin)을 총 책임자로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이미 로봇 제작, 센서, 인공 비전 분야 등에 걸친 7개 회사의 인수 합병을 마무리 지었다.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기 전, 독일의 칼 자이스(Carl Zeiss)에서 생산자동화 엔지니어로 일했었던 앤디 루빈이, 어떠한 방식으로 로봇 기술을 물류에 혹은 무인 화물자동차에 활용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디지털 세상과 물리적 세상의 결합 - 물류기업으로의 변신

이제 구글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디지털 세상과 물리적인 세상을 넘어 서서히 우주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20124월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회장이 플래니터리 리소스(Planetary Resources)라는 회사의 전략적 투자자로 등장한 것이다.

 

 

이 회사는 원래 관측용 위성을 제작하던 업체인데, 향후 10년 안에 우주에 떠다니는 수많은 운석으로부터 백금이나 희토류 같은 광물을 채취하여 지구로 운송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류 기술문명과 역사의 발달이 금과 은, 그리고 향신료를 찾기 위한 욕망으로 인해 진일보했던 것처럼, 우주를 단순한 과학의 세계가 아닌 산업의 세계로 활용하려는 이들의 계획에, 구글의 두 억만장자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구글과는 탐색(Search)’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 회사에 아직은 개인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구글의 인수합병 역사에 새로운 한 줄을 추가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물류와 SCM 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글의 이러한 변화는 긍정과 우려가 교차된 만감을 느끼게 한다. 역사적으로 건설 산업만큼이나 인류의 삶에 많은 공헌을 했던 물류가 구글 같은 혁신적 기업에 의해 그 가능성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긍지와 함께, 새로운 역량과 아이디어로 시장의 논리를 송두리째 바꾸어 현존하는 물류 기업들에게 예상치 못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그런 느낌말이다.

 

 

그러나 결국 모든 산업은 SCM으로 통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다른 산업에서 진화를 거듭하며 SCM으로의 혁신을 이끌어냈던 구글과 같은 기업처럼, 물류도 이제는 같은 방식의 진화와 혁신을 만들어 가야 할 때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리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모든 산업은 SCM으로 통한다는 진리를 알고 있는 새로운 누군가에게 주인의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6, ‘물류기업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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