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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소물류업체의 합종연횡, 대기업을 이기는 힘

INNOVATION

by 김편 2016. 3. 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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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의 비책,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글. 김기식 지에스엠앤투앤 영국 법인장


Idea in Brief

중소물류업체는 그저 대기업의 물류서비스를 위한 하청업체가 될 수밖에 없는가. 영국에는 대기업에 대항하여 깃발을 높이 올린 중소물류업체들의 사례가 있다. 8개 소규모 국제택배 도매회사의 연맹인 비바익스프레스(Viva Xpress Logistics)와 글로벌 물류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캉가루익스프레스(Kangaroo Express)는 각각 지역동맹, 글로벌동맹을 구축하여 대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만들었다. 이커머스의 성장과 함께 물류의 중요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 때. 아직 국제택배 분야에서는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국내 물류업계에 이들의 활약이 큰 시사점을 줄 수 있지는 않을까.



2015년부터 시작된 물류업계의 화두는 단연 플랫폼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흔히 클라우드, O2O, 모바일 등 최신 트렌드를 대표하는 단어들과 결합하여 기존에 없던 혁신 사업으로 포장됐다. 이는 마치 과거 도스 명령어 기반의 PC화면이 윈도우의 등장으로 사용자 친환경 모드로 변경된 것을 보는 듯하다. 분명 윈도우의 등장은 사용자 입장에서 혁신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사용자가 이미지화된 버튼을 클릭했다고 보이지 않는 내부 명령어가 변한 것은 아니다. 결국 PC의 진정한 성능은 화면의 구성이 아니라 내부 명령어들과 명령어 처리의 최적화로 결정이 된다. 물류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물류 경쟁력은 시간과 비용에서 좌우되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편리성보다는 어떻게 배송의 라인들을 최적화 하는가에 따라 기초체력을 갖게 된다. 외형적 편리성이 아무리 좋아도 기초 체력이 부실하면 지속성을 가질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무역 강국으로 항공과 해상 포워딩 라인들 역시 대동맥으로 튼튼하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대동맥의 주변을 감싸며, 소화물을 배송하며 모세혈관의 역할을 하는 국제 택배업은 무역 강국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걸음마 단계이다. 국내 최강이라 불리는 대형 물류업체들도 국제 택배분야로 오면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러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소규모 국제 택배업체들도 각자 도생하며 힘겨운 버티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역설적으로 이커머스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물류 업계에서는 변방으로 취급받던 국제 택배의 중요성은 나날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한국의 상황 속에서 영국의 사례는 배울 점이 많다. 물류 가운데 가장 작은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소화물 국제 택배업체들은 각각 대형업체와 트렌드의 변동에 맞서 새로운 방식의 생존전략을 찾기 시작했다. 이커머스 산업의 발전으로 한국발 수출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들의 전략은 새로운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DHL에 대항하는 중소업체연맹 : 비바 익스프레스

영국 최대의 국제공항인 히드로(Heathrow) 공항 남서쪽에 위치한 콜린부룩(Colnbrook). 그 곳은 5인 미만의 소규모로부터 초대형 물류 회사까지 물류의 대동맥과 모세혈관이 함께 얽혀 있는 곳이다. 특히 기업물류를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국제 택배 도매회사들(Express wholesaler)은 서로가 치열한 경쟁자이면서도 초대형 국제 택배사들의 공세에 맞서 서로가 연합하는 공생의 방식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유럽 중소 택배 도매회사의 연합체 비바 익스프레스 로지스틱스(Viva Xpress logistics)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직원 수가 몇 명 되지 않은 대단히 작은 소규모 국제 택배 도매업체들이 서로가 가진 강점들을 활용하여 연합한 일종의 연맹이다.

초기 각 단위별 소규모 업체들은 이탈리아, 프랑스, 아일랜드 등 특정 국가의 배송에만 장점을 갖던 업체들이었다. 그러나 점차 글로벌화 돼가는 고객들의 니즈에 따라 기존 그들이 가지고 있던 네트워크만으로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는데 한계를 느끼게 됐다. 그들이 각각 자신들과 비슷한 규모의 도매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맺기 시작한 이유다.

그리스에 강점을 가진 이지안 익스프레스(Aegean Express), 이탈리아의 이탈렉스(Italex), 프랑스의 파리 익스프레스 서비스(Paris Express Service), 아일랜드의 인터 아일랜드(Inter Ireland)가 서로 도매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원가 수준의 가격을 제공하며 연합 전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후 DSA 오버나이트(DSA Overnight Express), 퍼스트 아프리카(First Africa), 트랜스 이베리카(Trans Iberica), RSE 등이 모여 지금은 총 8개의 회사가 합쳐졌다.

초창기 이들의 연합은 도매 업체들끼리 약한 고리로 연결된 연합체였다. 거리상은 가깝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각자 운영을 하고 있었고, 한 업체에서 픽업해 온 화물을 국가별로 분류해 각각의 다른 회사로 다시 배송을 해야만 했다.

(사진 : 비바익스프레스를 구성하고 있는 8개 소규모 업체들)


이렇게 각자 도생하던 이들은 각자의 물류 창고에서 물량을 처리하는 것보다 한 창고의 지붕 아래 모든 업체가 모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여 대규모 창고를 임대하게 된다. 즉 8개 업체가 한 창고에 입주해 한 가족처럼 일하는 강화된 연합을 구성한 것이다. 마치 고구려가 여러 소수 민족들과의 연합을 통해 제국을 건설했던 것처럼 이들은 한 창고에 각자의 영역을 나누어 초기 단계의 효율성을 만들어 냈다. 이후 이 연합체에 관심 있는 소규모 업체들을 늘려가며 지금은 8개 연합체가 합병하여 동일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비바 익스프레스 로지스틱스라는 공통의 이름으로 강력한 연결 고리의 연합체를 구성하게 됐다.

이렇게 덩치를 키운 비바는 8개 국가가 다루던 범위를 확장하여 이제는 전 세계로 배송 영역을 넓혔다. 취급 물량의 규모가 증가하자 개별 소규모 택배업체로서는 어려운 IATA 가입이 가능해 졌다. 덕분에 수출에만 집중했던 사업영역도 일반 택배수출, 중량 화물 포워딩 수출, 수입통관, 이커머스 수출입,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배송(Road freight) 등으로 서비스 범위도 넓어졌다. 또한 그 동안 기업물류만을 대상으로 했던 국제 택배 도매사업 영역을 깨고 이커머스와 개인 고객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각자 도생을 꾀하며 활동했던 콜린부룩의 소규모 업체들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나마 남아있는 이들도 대형업체들의 가격 파괴 전략에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비바 익스프레스 로지스틱스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거대한 변화의 파고를 견뎌내며 다양한 사업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중소업체가 글로벌망을 구축하는 방법 : 캉가루 익스프레스


비바 익스프레스 로지스틱스가 지역동맹연합이라면 캉가루 익스프레스(Kangaroo International Express)는 글로벌 동맹이라 할 수 있다.

캉가루는 1989년에 영국발 아시아 지역 국가향에 대한 국제 택배 도매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업체다. 현재는 23개의 각국 게이트웨이(Gateway)와 연결하고 매주 160여개에 달하는 항공 운송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캉가루 익스프레스는 전 세계 각 파트너사들이 제공하는 통관 정보 및 화물의 배송 상태를 하나의 솔루션으로 통합하여 고객사에게 보여주는 것에 집중해왔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포워딩 업체들은 자체적인 글로벌 물류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국가별로 파트너사를 구축하여 물류망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펼쳐왔다. 특이하게 캉가루는 국제 택배업체지만 한국의 포워딩 업체들과 같이 각 국가별 파트너들과의 연합을 통해 물류 망을 확장해 왔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포워딩보다 훨씬 복잡한 소화물 배송 추적 시스템을 통합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반면 물류대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는 특정 국가의 전문 포워딩 업체는 존재하나 글로벌 영역으로 확대한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며, 더구나 통합 솔루션을 통해 화물 추적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더욱이 없는 실정이다.

캉가루가 구축한 통합 솔루션은 말은 굉장히 쉬우나 실제 구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특히 캉가루와 같이 최소 23개국 이상의 각기 다른 나라, 각기 다른 글로벌 파트너사들의 물류 시스템을 하나로 연결시켜 나간다는 것은 굉장한 도전이자 뚝심이다. 오랜 시간과 끊임없는 관계형성으로 각각의 파트너사들을 설득하며 신뢰를 쌓아온 글로벌 대기업이 아니면 구축하기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캉가루 웨어하우스에는 이렇게 구축된 물류 시스템을 통해 실제 창고 내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보다 고객 서비스(Customer service)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숫자가 훨씬 많다. 화물의 움직임은 전산화를 통해 단순화시키고, 실제 고객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견적문의, 통관이슈, 문제화물에 대한 처리에 더 많은 인원을 투입시켜 고객 문의에 즉시 답변이 가능하도록 함으로 신뢰감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캉가루나 비바는 오랜 시간 동안 지역 혹은 글로벌 파트너사들을 활용하여 배송 망을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기초체력(역량)을 확보한 업체들이다. 다음 기고를 통해 위 사례들과는 반대로 기초 체력은 약하지만 이미 갖춰진 글로벌 대형 물류사들의 몸집을 이용해 물류망을 구축한 사례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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