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이니셔티브(한국) - 일대일로 프로젝트(중국)
한중 철송프로젝트, 공생을 위해 필요한 것
글. 나준호 상해교통대학교 포스트닥 연구원
Idea in Brief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북한과의 협력과 연계가 필수적이라는 난관이 있어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한중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도 되겠지만, 동시에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유라시아 지역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중국에 비해 자금력이 약하고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가 미흡한 상황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오히려 흡수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유라시아 전역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지역별 분야별로 전략적인 연계를 시도함으로써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2013년 9월과 11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순방 기간에 ‘실크로드 경제벨트(일대)’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일로)’에 대한 구상이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이 두 가지 구상을 합친 것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이다. ‘일대’는 중국과 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권을, ‘일로’는 중국 동남부에서 출발하여 동·서남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바닷길을 의미한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이른바 ‘신창타이’(New Normal·구조조정 속 중고속 성장) 시대로 접어든 중국 경제의 도약을 꾀하려는 국내 경제적 목적과 아시아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국제 정치·외교적 목적을 동시에 띠고 있다.
그러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은 일대와 일로가 결합하는 지점이면서도 프로젝트의 5개 경로인 정책 소통(疏通), 인프라 연통(聯通), 무역 창통(暢通), 자금 융통(融通), 민심 상통(相通) 등 ‘5대 통(通)’ 구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북한의 핵 문제와 일본의 우경화에 따른 갈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의 세 가지 개념을 근간으로 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하였다. 즉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묶고 북한에 대한 경제 개혁·개방을 통해 남북통일을 유도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자는 주장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부산을 출발하여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또한 한반도 종단철도(KT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연결에 러시아와 인식을 같이하는 등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대형 프로젝트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추진 목적과 개념 그리고 방향성에서 상당히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두 프로젝트 모두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의 대륙으로 인식하고 복합 물류 네트워크·문화 교류 등으로 연결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북한과의 철도 연결 없이는 실현될 수 없는 플랜이다. 또한 남북 경제협력을 금지하고 있는 5.24 조치가 여전히 엄존하고 있고, 북한의 지속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하여 남북관계는 갈수록 경색되고 있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는 남북 철도 연결은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사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10월 두 나라의 중장기 대외 발전 전략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 정책의 연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프로젝트 간에 공통점이 많아 연계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 공조, 기반 시설 연결, 무역·투자 활성화, 금융 협력 등 다방면에 걸쳐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중장기 대외발전 전략 MOU를 통해 인프라 건설과 금융 등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면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활용한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림 :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그림 :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한국의 입장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은 현실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선택이라 판단된다. 두 프로젝트 모두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의 대륙으로 인식하고 무역과 물류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며 아시아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물류적 관점에서 한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이 구축한 해상 및 국제 철도 인프라를 중국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유럽까지의 화물 운송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본지를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TCR(Trans-Chinese Railway)과 이 노선을 이용한 블록트레인에 대해 언급해왔다. TCR은 물리적인 운송거리 및 시간에 있어서나 지리적 조건에 있어서, 특히 중국의 서부 대개발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급속한 경제성장이라는 측면에서 화물수요의 잠재력이 해상운송이나 TSR에 비해 우위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위에도 불구하고 TCR은 가격 경쟁력이 경쟁 노선에 비해 떨어지고, 국가간 상이한 궤간으로 인하여 환적이 1회 이상 더 발생하는 등의 단점으로 인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경쟁 노선이나 다른 운송 수단과의 경쟁에서 뒤쳐져있었다.
중국은 현재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의 TCR 노선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특히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를 진행 중에 있다. 이 결과로 다양한 지역을 출발지로 하는 블록트레인이 생겨났다. 블록트레인이 출발하는 지역의 성·시 정부는 이 노선의 활성화를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며, 운영을 담당하는 주관사들은 중국 국내뿐만 아니라 주변국 화물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TCR 블록트레인을 이용하여 유럽까지 화물을 운송할 경우 다른 운송 모드에 비해 운송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중 합작기업인 EPU Global이 운영을 주관하고 있는 허페이(合肥)-함부르크 노선을 통해 한국발 화물을 운송할 경우, 항공 운송보다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운송 시간 면에서는 해상 운송에 비해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의 움직임이 활발한 현재 시점에서 철도를 이용하여 유럽까지 화물 운송을 진행할 경우, 항공과 해상운송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 친환경 운송 수단으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블록트레인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도 한국의 화주나 운송주선인들에게는 기회로 작용될 수 있다. 2015년까지 내륙의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유럽까지 향하는 노선들이 생겨났으나, 향후 연해 지역을 출발지로 하여 유럽까지 향하는 블록트레인이 많이 생겨날 전망이다. EPU Global과 글로벌 물류기업인 DHL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롄윈강- 터키 이스탄불 노선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노선은 현재 테스트 운행을 마쳤으며, 동절기 운행 중지가 풀리면 상업 운영에 들어갈 계획에 있다. 롄윈강-이스탄불 블록트레인은 TCR의 출발지라 할 수 있는 짱수성 롄윈강을 출발지로 하는 노선이며, 롄윈강은 지리적으로 한국 및 일본 등 주변국가의 화물이 중국으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항만을 보유하고 있어 모드간 연결이 유연하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는 지역이다.
또한 도착지인 터키 이스탄불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지역이며, 발칸반도와 유럽,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중동 등 다양한 지역과 접근이 용이하다는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어 향후 물류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이 노선의 총 운송 시간은 15일이 소요되며, 한국에서 출발할 경우 17일이 소요된다.
▲ 렌윈강-이스탄불 블록트레인 노선 (자료제공: EPU Global)
중국은 향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철도관련 투자, 특히 TCR 노선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투자 계획에는 철로의 고속화 작업, 블록트레인 확충 등 인프라 관련 계획과 각 블록트레인 운송 횟수 증가와 각 국경 세관 간 협력 강화, 내륙항 및 보세구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중국 국내뿐만이 아닌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 화주와 운송 주선인에게 운송 모드 선택에 있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북한과의 협력과 연계가 필수적이라는 난관이 있어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한중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도 되겠지만, 동시에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유라시아 지역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중국에 비해 자금력이 약하고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가 미흡한 상황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오히려 흡수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유라시아 전역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지역별 분야별로 전략적인 연계를 시도함으로써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물류·교통 분야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긴밀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중 양국은 유럽까지 가는 육상노선(철도)에 대하여 경쟁력 있는 운임구조, 빠른 운송 시간, 신속한 통관, 다양한 인프라 확보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또한 한국을 출발지로 하여 TCR을 이용하여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을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운송 수단이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화물은 페리선이나 정기선을 통해 한국에서 중국으로 운송된 후 일정 구간 중국 국내 트럭 운송을 거쳐 철도로 연결되기 때문에 시간, 비용, 이산화탄소 배출 등 여러 방면에서 비효율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일대일로를 계기로 한·중 열차 페리와 같은 운송 수단이 조기에 도입된다면 이런 비효율성이 일정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북한으로 인해 막힌 대륙연결의 꿈을 해저터널 건설을 통해 실현하는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 한·중 해저터널을 통해 한국과 유라시아를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으며, 한국은 유럽으로 향하는 출발지로의 위상을 다질 수 있게 된다.
결국 한국은 중국과 일대일로를 통한 협력을 강화하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연계해 두 프로젝트의 시너지를 끌어내야 한다. 물류·교통 인프라를 강화하여, 일대일로에 따른 물동량 확대에 대처해야 하며, 이미 확보된 철도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여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국제 물류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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